[교리교육] 마지막 정화 – 연옥 가톨릭 교회에는 죽음과 그 이후에 일어날 일들에 대한 가르침이 있습니다. 흔히 ‘사말(四末)교리’라고 부르는 죽음, 심판, 지옥, 천국을 말합니다. 모든 사람들은 언젠가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 하느님 앞에서 심판을 받고 그 결과에 따라 천국과 지옥, 또는 연옥에 가게 된다는 것이지요. 죽음 이후에 영원한 삶이 있다는 것은 가톨릭 교회의 중요한 신앙이자 가장 큰 희망일 텐데, 심판을 받고 천국에 들어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 다소 두렵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심판의 기준은 현세의 삶에서 얼마나 하느님의 뜻을 충실히 따르며 살았는가 하는 점이지요. 이 때문에 교회는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소명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걱정과 두려움보다는 우리의 부족함까지도 살펴주시는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생각하며 선하고 의로운 삶을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천국’과 ‘지옥’은 교회 밖에서도 익숙한 표현들입니다. 그런데 가톨릭 교리 중에는 ‘연옥’에 대한 내용이 있습니다.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 안에서 죽었지만 완전히 정화되지 않은 사람들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 전에 정화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인데, 교회는 선택된 이들이 거치는 이러한 정화를 ‘연옥’이라고 부릅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1030~1031항) 연옥(煉獄)이라는 한자는 ‘불의 감옥’이라는 뜻이며, 본래 연옥을 뜻하는 라틴어 ‘푸르가토리움’(Purgatorium)은 ‘정화’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개신교 신자들은 성경에서 연옥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연옥 교리를 부정합니다. 하지만 가톨릭 교회는 성경과 더불어 교회 전통의 관습에 근거하여 연옥의 존재를 인정합니다. “그가 죽은 이들을 위하여 속죄를 한 것은 그들이 죄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것이었다.”(2마카 12,45) 이는 하느님 신앙 안에서 죽은 이들을 위해 기도했음을 전해줍니다. “성령을 거슬러 말하는 자는 현세에서도 내세에서도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마태 12,32) 어떤 죄는 현세가 아니라 내세에서 용서받을 수 있음을 알 수 있는 말씀입니다. 교회는 초기부터 죽은 이들을 위해 기도하며 특히 미사를 봉헌했지요. 우리가 신앙으로 고백하는 ‘성인들의 통공(通功)’은 현세의 사람들과 연옥 영혼들, 그리고 하느님 나라에서 영광을 누리고 있는 이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서로 결합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근거하여 우리는 기도, 희생, 선행, 대사(大赦)를 통해서 죽은 이들의 정화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연옥은 하느님 나라의 기쁨을 쉽게 누리지 못하게 만드는 징벌이 아니라, 완전히 정화되지 않은 이들에게도 영원한 행복의 길을 열어주기 위한 하나의 기회이자 과정으로 이해해야 하겠습니다. 위령 성월을 맞아 모든 연옥 영혼들이 하루빨리 하느님과 온전히 일치되는 천국의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면 좋겠습니다. [2018년 11월 4일 연중 제31주일 서울주보 4면, 사목국 선교전례사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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