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신앙 레시피] 유아세례
부모님과 대부모님들에게 이 빛을 맡겨 드립니다 요즘 각 성당에서 유아세례를 신청하는 사람들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아기를 가진 많은 부모들이 “내 아이는 나중에 커서 스스로 자신의 종교를 선택하게 하겠다!”라고 말하는 것을 종종 듣습니다. 과연 맞는 말일까요? 유아 세례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기에게 또는 아직 나이가 어려 스스로의 신앙을 고백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주는 세례입니다. 교회는 아기가 태어나면 100일을 넘기지 않고 되도록 빨리 세례를 주도록 권장합니다.(『한국천주교사목지침서』, 47조) 갓 태어난 아기는 지은 죄가 없지만 인간 모두는 태어날 때부터 원죄를 가지고 태어나므로 하느님 자녀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세례를 받아야 합니다. 아기는 세례성사로 원죄마저 씻어 온전히 깨끗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하느님 구원의 은총이 우리에게 완전히 무상으로 주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가톨릭교회교리서』, 1250항 참조) 어린 아기에게 세례를 주는 것은 오랜 옛날부터 내려오는 교회의 전통입니다. 어린이 세례가 확인된 것은 2세기경이지만, 사도들이 전도를 시작한 때부터 온 ‘집안’이 세례를 받을 때(사도 16,15.33; 18,8; 1코린 1,16) 어린아이들에게도 세례를 베풀었다는 것은 얼마든지 짐작할 수 있는 일입니다. 사실 유아세례는 교회가 부모와 대부모의 신앙을 믿고 아기에게 세례를 베푸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른 세례와는 달리 세례 초를 아이에게 주지 않고 대부모에게 맡깁니다. 실제로 사제는 유아세례 때에 세례 초를 대부모에 주며 이렇게 말합니다. “그리스도의 빛을 받으십시오. 부모님과 대부모님들에게 이 빛을 맡겨 드립니다.” 즉, 부모와 대부모는 그 아이가 스스로 신앙을 고백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유아 세례를 받은 아기들은 성체의 의미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성체성사는 베풀 수가 없습니다. 아이가 성장하여 성체성사의 의미를 알고 자신의 신앙을 스스로 고백할 수 있는 나이에 이르면 교회는 이 어린이들을 위해 특별한 교육을 실시하여 영성체를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것을 처음으로 성체를 받아모신다고 해서 ‘첫영성체’라고 부릅니다. 유아 세례를 받고 아기는 걸음마를 떼기 전부터 하느님의 무한한 은총 안에서 하느님의 자녀로 살아가게 됩니다. “어린이들이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말고 그냥 놓아두어라.”(마르 10,14) [2019년 1월 27일 연중 제3주일(해외 원조 주일) 서울주보 4면, 고준석 토마스데아퀴노 신부(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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