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곤소곤 교리] 세례의 유효성 개신교에서 받은 세례가 유효한가요? “저는 개신교 한 교단인 장로교(통합)에서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얼핏 듣기로는 개신교에서 세례받은 이는 천주교 세례식 때 ‘보충 예식’을 하면 된다고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천주교 세례를 받을 당시에 주임 신부님께 말씀드렸더니 그냥 다른 예비 신자들과 동일하게 세례받으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여기서 제가 궁금한 것은 세례는 평생 딱 한 번 받을 수 있는데 또 다시 세례를 받아도 무관했던 것인지 아니면 이런 세례 절차의 오류로 말미암아 제 구원에 장애가 될 소지는 없는지 솔직히 염려됩니다. 그리고 세례성사는 완전한 고해성사이기에 원죄와 더불어 지금까지 지었던 모든 죄를 용서받는 성사로 알고 있는데 개신교에서 받았던 세례가 인정되어 개신교에서 세례받은 뒤 천주교 신자가 되기까지 14년 동안 제가 지었던 많은 죄를 용서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민감한 주제인 만큼 긴 질문을 그대로 옮겼습니다. 세례는 하느님의 자녀로, 상속자로 인호를 받는 것이기에 단 한 번 받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요한 3,16). 그러기에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발표한 「어른 입교 예식」에 따라 “이미 유효하게 세례받은 이들을 가톨릭교회의 완전한 친교로 받아들이는 일치 예식”을 거행하면 됩니다. 그럼에도 세례의 유효성이 의심되는 경우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세례성사는 반복될 수 없다. 그러므로 이미 세례성사를 받았다는 사실이나 그 세례의 유효성에 대하여 합리적인 의혹이 없다면, 세례를 조건부로 다시 주는 일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세밀히 조사한 결과, 이미 받은 세례 사실이나 그 유효성에 대하여 합리적 의혹이 있어 세례를 조건부로 다시 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여기면, 집전자는 이러한 경우에 세례를 조건부로 다시 주는 이유를 설명하고 개별적으로 세례를 집전하여야 한다.” 이런 까닭에 주교회의 2012년 추계 정기총회에서는 “비가톨릭 그리스도교파의 세례 유효성 관련 사목 지침”에서 다음과 같이 결정했습니다. 1. 성공회와 동방 정교회에서 세례받은 것이 확인되면 인정한다. 2. 그 밖의 비가톨릭 그리스도교파의 경우에는 물로 씻는 예절과 천주 성삼위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는 형식을 확인할 수 있으면 인정한다. 3. 1항과 2항에서 세례 사실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세례 증명서, 세례 때의 사진, 증인 가운데 하나라도 있어야 한다. 4. 세례 사실의 확인이 불가능하면 교리 교육과 보충 예식(세례명, 도유 등)이 필요하며 조건부 세례를 준다. 5. 1항과 2항처럼 유효하게 세례받은 비가톨릭 그리스도교파 신자도 가톨릭 교회로 입교하는 경우에는 “성체성사와 고해성사를 포함한” 일정한 교리 교육을 받고 어른 입교 예식서에 규정된 ‘일치 예식’을 거행한다. 주님의 자비를 의심하지 마세요 세례는 일생 한 번 받는 것입니다. 세례의 은총은 엄청나서 세례를 통해서 우리는 예수님을 닮은 새 사람,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것입니다.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그는 새로운 피조물입니다. 옛것은 지나갔습니다. 보십시오, 새것이 되었습니다”(2코린 5,17). “진정 여러분이 자녀이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당신 아드님의 영을 우리 마음 안에 보내 주셨습니다. 그 영께서 ‘아빠! 아버지!’ 하고 외치고 계십니다”(갈라 4,6). 이사야 예언자도 이런 믿어지지 않는 큰 선물 앞에서 ‘눈으로 본 적이 없고, 귀로 들은 적이 없으며 아무도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을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마련해 주셨다.’(이사 64,3; 52,15 참조)라고 고백하지요.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베푸시는 은혜가 무조건적이라는 사실에 감격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단 하나의 조건은 말씀이신 당신 아들 예수님을 믿는 것입니다. 이 진리는 베드로 사도가 “회개하고 하느님께 돌아와 여러분의 죄가 지워지게 하십시오.”(사도 3,19)라고 강조한 사실에서 잘 드러나는데요. 히브리서에서는 “나는 그들의 죄와 그들의 불의를 더 이상 기억하지 않으리라.”(10,17)는 주님의 고백을 들려주기도 합니다. 이렇듯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세례는 용서받아야 할 죄가 하나도 남김없이 사라지는 은총을 선물받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세례를 받는 ‘그 순간’까지의 모든 죄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는 보속의 희생 덕분에 완전히 소멸됩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세례 이후에 짓는 죄에 대해 회개하고 참회하며 고해성사를 받습니다. 그래서 ‘제가 지었던 많은 죄(일일이 다 기억도 못합니다)를 용서받으려면’ 우리는 마음을 씻어 내야 합니다. 이야말로 주님께서 베푸시는 무한한 사랑을 온전히 믿지 않고 내가 무엇인가를 행해야 용서받을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니까요. 주님께서 베푸시는 자비의 힘을 의심하지 마세요. 주님께서는 당신의 자녀로 거듭난 신앙인을 외면하지 않고 거푸거푸 사랑하시는 우리의 아버지이십니다. 삶을 당신의 뜻에 맞갖도록 살지 못하는 허물까지도 성사를 통해서 말끔히 씻어 주십니다. 한마디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고 천주교에서 인정하는 방식으로 세례를 받은 경우, 물로 씻는 세례는 한 번이면 족합니다. 그럼에도 세상에 워낙 사이비가 난무한 탓에 정식교회인지 아닌 지의 여부를 가려내기가 쉽지 않기에 본당 신부가 이 일을 신중하게 다루는 것입니다. * 장재봉 스테파노 - 부산교구 선교사목국장으로 지낸 4년을 주님의 ‘개인 레슨’ 기간이었다고 믿는다. 그 배움을 본당 사목에 실천하고자 ‘하느님의 눈’, ‘성모님의 눈’, ‘신자들의 눈’, ‘가난한 이웃의 눈’으로 월평본당을 꾸리려 애쓰는 주임 신부다. [경향잡지, 2019년 2월호, 장재봉 스테파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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