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신앙 레시피] 성체성사
가장 큰 은총의 성사 우리 천주교 신자에게는 커다란 특권이 있습니다. 바로 예수님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실 수 있는 권리입니다. 천주교에서 세례를 받은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지요. 예수님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심으로써 우리는 예수님과 하나가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돌아가시기 전날 밤 제자들과의 최후의 만찬에서 “너희를 위한 내 몸이다.”(1코린 11,24) “이는 죄를 용서해 주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다.”(마태 26,28)라고 말씀하시며 성체성사를 제정하셨습니다. 그 이후부터 성체성사는 오늘날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습니다. 예수님으로부터 시작되어 교회 전통 안에서 그리고 교회의 공적 예배인 미사 안에서 지속되어 온 이 성체성사는 하느님께 올리는 감사와 찬미의 제사이며 그리스도의 희생을 기념하는 주님의 희생 제사입니다. 성체성사는 예수 그리스도와 우리를 하나가 되게 하는 가장 큰 은총의 성사이기 때문에 모든 성사의 중심이고 정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모두 한 번쯤 의문을 가져봅니다. 이 빵과 포도주 안에 예수님께서 살아 계실까? 성체는 진짜 예수님의 몸인가, 아니면 그저 상징일뿐인가? 빵과 포도주가 예수님의 몸과 피로 변화되는 것을 ‘성변화(聖變化)’, ‘실체변화(實體變化, transsubstantiatio)’라고 합니다. 빵과 포도주는 그 속성과 형체를 그대로 지니고 있지만 사제의 축성을 통해(그리스도의 말씀과 성령의 힘으로) 빵의 전(全) 실체(實體)가 ‘그리스도의 몸’으로, 포도주의 전 실체가 ‘그리스도의 피’로 변화되는 것입니다(바오로 6세, 「신앙의 신비」 11항 참조). 하지만 성찬례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것은 빵과 포도주뿐입니다. 따라서 그 빵과 포도주가 참된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화된다는 사실은 오로지 충실한 신앙을 통해서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토마스 데 아퀴노 성인은 신앙을 통해서만 받아들일 수 있는 성체에 대한 믿음을 이렇게 고백합니다. “엎드려 절하나이다. 눈으로 보아 알 수 없는 하느님, 두 가지 형상 안에 분명히 계시오나 우러러 뵈올수록 전혀 알 길 없기에 제 마음은 오직 믿을 뿐이옵니다. 보고 맛보고 만져 봐도 알 길 없고 다만 들음으로써 믿음 든든해지오니 믿나이다, 천주 성자 말씀하신 모든 것을. 주님의 말씀보다 더 참된 진리 없나이다.”(성 토마스 데 아퀴노의 『성체 찬미가』) [2019년 3월 10일 사순 제1주일 서울주보 4면, 고준석 토마스데아퀴노 신부(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부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