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에 처음입니다만] (5) 십자성호는 어떻게 긋나요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 대한 신앙 고백 - 십자성호는 오른손으로 이마와 가슴, 그리고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어깨로 십자를 그으면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하며 기도한다. [CNS 자료 사진] 나처음: 가톨릭교회에 평소 호감이 많은 대학 새내기. 궁금한 것은 참지 못하는 ‘열혈 청년’ 조언해: 주일학교 교사로 성당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는 나처음군의 친구 라파엘 신부: 수도회 신부로 가톨릭교회 신앙과 역사에 박식해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 나처음: 넌 밥 먹을 때나 무슨 일을 할 때 꼭 손으로 뭘 그리던데 그게 뭐야? 오늘 너 때문에 끌려간 미사 때도 사람들 모두가 시작할 때 손으로 스웩(swag) 넘치는 행동을 하던데, 그거 미신행위 아냐? 조언해: 뭐라고 미신! 가톨릭은 미신이나 우상숭배 같은 거 절대 안 해. 그건 가톨릭 신자들이 기도할 때 하는 ‘십자성호’라는 거야. 오른손으로 이마와 가슴, 그리고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어깨로 십자를 그으면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하면서 기도하는 거야. 따라 해봐 이렇게 이렇게…. 나처음: 그런데 이걸 왜 해? 조언해: 이건 축복의 표시야. 그리고 우리가 믿는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고백하며 축복을 청하는 기도지. 그래서 무슨 일을 할 때마다 십자성호를 긋는단다. 나처음: 뭘 할 때마다 비는 게 미신이지 뭐야. 조언해: 웬 열~ 그럼 십자성호가 왜 미신이 아닌지 라파엘 신부님께 자세히 물어보자. 둘은 친분이 있는 라파엘 신부를 찾아가 언제부터 가톨릭 신자들이 십자성호를 긋고 왜 하는지에 대해 물었다. 라파엘 신부: 나처음처럼 16세기 종교 개혁 이후 생겨난 개신교 신자들이 미신이라며 십자성호 긋기를 거부했단다. 가톨릭교회에서도 도둑질 등 나쁜 짓을 하면서도 십자성호를 긋는 것에 경고하기도 한 적이 있지. 그런데 십자성호는 어떤 미신이나 마술의 흔적은 없어. 나처음: 그럼 신부님, 언제부터 십자성호를 긋기 시작했나요? 라파엘 신부: 십자성호는 초대 교회 때부터 신자들이 자발적으로 긋기 시작했단다. 2세기부터라 할 수 있지. 당시 교회는 구원의 상징이며 구세주의 십자가 상 죽음을 통해 드러난 ‘하느님의 자비’를 표시하기 위해 십자성호를 그었지. 그래서 영어로 ‘Sign of Cross’라고 해. 열심공주 조언해가 끼어들었다. 조언해: 신부님, 동방교회는 가톨릭과 십자성호를 다르게 긋던데요. 라파엘 신부: 십자성호를 어떻게 긋는 것이 올바른 방법인지 설명해야겠구나. 중세 시대가 끝날 무렵인 13세기 말까지는 동ㆍ서방교회 구분 없이 십자성호를 이마에서 가슴, 오른쪽 어깨에서 왼쪽 어깨로 그었단다. 이보다 7~8세기 무렵 교회 안에 ‘단성론자’라는 이단이 생겼단다. 이들은 하느님이 인간이 될 수 없다며 예수님은 ‘하느님의 본성’(神性)만 지니신 분이라고 주장했지. 이에 교회는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과 그리스도께서 참하느님이며 참인간이심을 고백하기 위해 십자성호를 그을 때 엄지와 집게손가락, 중지를 모으고, 약지와 새끼손가락을 안으로 접어서 크게 십자성호를 긋기 시작했지. 지금도 교황님께서는 강복하실 때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과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을 고백하기 위해 엄지와 집게, 중지 손가락을 펴고, 약지와 새끼손가락을 접어서 십자성호를 긋는단다. 13세기 말부터 가톨릭교회는 동방 정교회와 달리 왼쪽 어깨에서부터 오른쪽 어깨로 긋기 시작했어. 그 이유는 이마에서 가슴으로 긋는 것은 하느님이신 예수님께서 인간이 되심을 의미하고,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어깨로 긋는 것은 예수님께서 십자가 상에서 돌아가시고 저승에 가셨다가 다시 하늘로 올라 천주 성부 오른편에 앉으셨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서란다. 요즘처럼 손을 펴서 십자성호를 긋는 것은 중세 말 성 베네딕도회 수도자들이 처음 한 것으로 이후 가톨릭교회 전체에 확산된 것이지. 나처음: 스포츠 중계를 보면 선수들이 십자성호를 긋고 손에 입을 맞추고 고개를 쳐들던데 그건 다른 어떤 뜻인가요. 라파엘 신부: 남미 출신 선수들이 주로 하는 행동을 봤구나. 십자성호를 그은 다음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작은 십자가를 만들어 입 맞춘 후 하느님께 축복을 청하는 행동으로 라틴 교회에서 행해지는 일반적 행위라고 보면 돼. 조언해: 신부님. 십자성호를 제대로 그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라파엘 신부: 조언해가 궁금했구나. 십자성호는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과 그리스도의 표징이 내 안에 새겨진다는 뜻으로 저는 그리스도의 것이며 그리스도께 대한 흔들리지 않는 신앙을 고백한다는 마음으로 정성껏 해야 하는 게 바람직한 자세야. 즉 나를 하느님께 ‘봉헌’한다는 마음으로 하느님의 은총을 빌며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한다는 자세로 십자성호를 그어야 해. [가톨릭평화신문, 2019년 3월 31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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