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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21: 전능하신 하느님(268~278항)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9-05-26 조회수1,896 추천수0

[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 - 아는 만큼 보인다] 21. 전능하신 하느님(「가톨릭 교회 교리서」 268~278항)


힘 있는 자는 사람을 이기지만, 전능하신 분은 자신을 이긴다

 

 

덴마크의 유명한 조각가들 가운데 한 사람이 예수님의 상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오는 왕을 연상하며 머리는 뒤로 젖혀있고 두 팔은 하늘을 향해 들려있게 만들었습니다. 어느 날 짙은 안개가 그 지역에 끼여 물보라가 조각가 방의 열려진 창틈으로 들어왔습니다. 틀을 잡아놓았던 조각의 형태가 습기 때문에 손상이 되어 머리와 양 팔이 힘없이 밑으로 쳐져있었습니다. 여기저기 흘러내리는 물방울은 마치 그리스도의 피를 연상시켰습니다. 조각가는 무언가 깨달았는지 조각의 밑에 이런 문구를 새겼습니다.

 

“나에게 오라!” 

 

머리 숙여 겸손한 모습으로 두 팔로 안아주시는 예수님의 모습이 승리한 왕보다 더 능력 있음을 깨달은 것입니다. 남과 싸워 이기려면 힘만 있으면 됩니다. 그러나 그 힘으로도 이길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자기 자신입니다. 자기 자신을 이겨야 전능한 것입니다.

 

베드로가 예수님께 다가와 “주님, 제 형제가 저에게 죄를 지으면 몇 번이나 용서해 주어야 합니까? 일곱 번까지 해야 합니까?”라고 여쭈어볼 때, 예수님께서는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참다운 하느님의 전능은 심판이 아니라 용서에서 드러납니다. 심판이 아니라 용서를 위해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의 모습에서 하느님의 참 전능하심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것입니다.

 

한없이 용서만 하라는 말씀은 자칫 점점 약해지라는 말씀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능은 자비로 드러납니다.’(272항 참조) 지혜서는 “당신께서는 모든 것을 하실 수 있기에 모든 사람에게 자비하십니다”(지혜 11,23)라고 말합니다. 또한 미사 전례문 안에도 하느님은 “용서와 자비로 전능을 드러내신다”(277항)는 내용이 있습니다. 신경에서는 하느님의 여러 속성 가운데 오직 ‘전능’만이 언급됩니다. 하느님은 자비하시기에 전능하신 창조자이신 것입니다.(268항 참조)

 

예전에 이런 영화가 있었습니다. 자신의 아내를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남편은 아내를 집에 가두어놓습니다. 집은 매우 큰 저택이었고 넓은 정원도 있었습니다. 아내가 탈출을 시도하다가 남편에게 발각이 됩니다. 남편은 자신의 사랑을 알아주지 않는 아내의 팔과 다리를 자릅니다. 그리고 씻겨주고 입혀주고 먹여주고 화장까지 시켜줍니다. 남편은 끝까지 자신이 모든 것을 해주니 아내가 행복할 것이라 믿습니다. 

 

아내의 팔다리를 자르고 자신의 곁에서 달아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능력일까요? 참 능력은 사랑입니다. 사랑은 상대를 존중해주는 것입니다. 존중하려면 먼저 자유를 주어야합니다. 자유를 주는데도 자신의 곁에 누군가를 머무르게 할 수 있다면 그것이 능력입니다. 하느님의 능력은 인간의 모든 죄를 용서함을 넘어서서 인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것에서 드러납니다. 

 

교회는 3월 25일을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로 지냅니다. 예수님 탄생 아홉 달 전에 예수님께서 잉태하셨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 대축일의 이름 자체가 하느님께서 결정하신 것을 그냥 성모 마리아에게 ‘예고’(통보)하셨다는 것처럼 들립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예고’(통보)하시지 않고 정중히 마리아의 ‘허락’을 기다리신 것입니다. 하느님이 인간의 허락을 정중히 기다리시는 것이 바로 전능함의 모습입니다.(273항 참조)

 

힘이 없는 사람이 강요하거나 폭력을 행사합니다. 설득하고 믿게 만드는 것이 힘입니다. 부모가 자녀들에게 자신을 믿으라고 소리 지르지 않습니다. 믿게 할 능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믿게 할 능력이란 ‘사랑’입니다. 사랑으로 피 흘릴 수 있다면 그것이 전능함입니다. 강요 없이도 사람을 나의 곁에 머무르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사랑 자체이시기에 전능한 분이십니다. 사랑을 지닌 자만이 전능할 수 있습니다. 힘 있는 자는 다른 사람을 이기지만 전능한 사람은 자신을 이깁니다. 사랑이 자신을 이기게 만드는 힘입니다. 그래서 오직 자비로운 사람만 하느님의 전능하심을 증거할 수 있습니다. 자비로움은 인간에게서 솟아나지 않고 하느님에게서 오는 능력이기 때문입니다.

 

[가톨릭신문, 2019년 5월 26일, 전삼용 신부(수원교구 영성관 관장 · 수원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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