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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25: 하느님의 섭리(302~324항)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9-06-22 조회수1,926 추천수0

[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 - 아는 만큼 보인다] 25. 하느님의 섭리(「가톨릭 교회 교리서」 302~324항)


악이 존재하는 것도 하느님 사랑과 권능의 표징이다

 

 

사람들은 하느님을 믿을 수 없다는 근거 중의 하나로, “하느님께서 완전하시고 선하신 분이시라면 왜 세상에 악과 고통이 존재하게 만들었는가?”라고 말합니다. 우리 신앙인들까지도 ‘왜 세상에 악이 존재하게 하셔서 하느님이 십자가의 고통을 당하면서까지 그 악을 없애시려하는가?’라는 의문을 가집니다. 악과 고통은 나쁘기만 한 것일까요?

 

성인들은 악까지도 하느님 안에서는 선한 것이고 좋은 것이라고 말합니다. 토마스 모어 성인은 순교를 앞두고 딸을 위로하며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모든 것이 우리 눈에 매우 나쁘게 보일수도 있지만, 그래도 그것이 우리를 위하여 가장 좋은 것이다”(313항)라고 말해줍니다. 구약의 요셉은 자신을 팔아넘긴 형들에게 “나를 이곳으로 보낸 것은 여러분이 아니라 하느님이십니다. … 형님들은 나에게 악을 꾸몄지만, 하느님께서는 그것을 선으로 바꾸셨습니다”(창세 45,8; 50,20)라고 말합니다. 요셉이 아니었으면 이스라엘 백성은 기근으로 다 죽었을 수도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가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하여 선을 이룬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로마 8,28)라고 말합니다. 이처럼 신앙인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악까지도 하느님의 선하심과 전능하심의 표징으로 보아야합니다. 

 

아기가 뜨거운 것을 모르고 계속 뜨거운 것에 손을 갖다 대려고 할 때 부모는 잠깐 아이의 손을 잡고 그 뜨거운 것에 손을 대게 함으로써 다시는 그 뜨거운 것을 만지지 못하도록 만듭니다. 부모가 그 손을 잡고 뜨거운 것에 손을 갖다 대는 것은 부모의 무능력이 아니라 자녀를 성장시키기 위한 부모의 사랑과 능력의 표징입니다. 이렇게 부모가 자녀에게 아픔을 줄 때도 그러하듯 하느님은 악에서도 선을 끌어내시는 분이십니다. 하느님의 아드님이 배척을 받고 살해당하시는 것도 하느님 사랑과 권능의 표지가 됩니다.(312항 참조) 하느님 안에서는 악도 선의 도구가 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악을 허락하시지만 신비로운 방식으로 악에서 선을 이끌어내십니다.(311항 참조)

 

남자를 사랑해 자신의 집에 가두어놓는다는 설정의 영화 ‘미저리’(1990년)는 상대의 ‘자유’를 빼앗는 것은 절대 사랑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참 사랑은 상대에게 자유를 주고 스스로 선택하여 나에게 올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입니다.

 

하느님도 인간이 당신을 떠날 수 있는 자유를 주셨습니다. 이것이 악의 원인이 된 것입니다.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이 악입니다. 빛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이 어둠인 것과 같습니다. 그렇다고 빛이 어둠을 만들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결코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윤리적 악의 원인일 수 없습니다.”(311항) 오히려 어둠에 있는 것들을 빛으로 부르시는 분이 하느님이십니다. 어둠이 있다고 빛을 탓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세상의 악만 보지 말고 그 악을 통해 선을 이끌어내시는 하느님의 사랑과 권능을 보아야합니다.(306항 참조) 인간을 행복한 삶으로 초대하기 위해 그 초대에 인간이 ‘자유로이 응할 수 있도록 배려하신 그 고통스러운 사랑’이 악의 존재이유가 된 것입니다.(309항 참조)

 

아기는 ‘완전’한 인간일까요, ‘완성’된 인간일까요? 아기는 완전하지만 완성된 인간은 아닙니다. 아기는 아기 때 배워야 할 것을 배워가며 성인이 되고 선과 악을 가릴 줄 알도록 완성되어 갑니다. 아기가 물불을 가릴 줄 모른다고 부모가 완전하지 못한 자녀를 낳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아기는 그 자체로 완성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하지 않은 것도 아닙니다.

 

세상에 악이 존재하는 것도 이 세상이 완성되지 못해서 그렇지 하느님께서 완전하게 창조하시지 못했다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310항 참조) 세상 모든 윤리적 악들은 인간의 자유의지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세상은 “아직도 다다라야 할 궁극적 완성”을 향한 “진행의 상태”(302항)에 있습니다. 이 세상이 완성되는 날 하느님의 뜻대로 ‘완성된 영원한 안식(Sabbath)을 누리는 당신 새 자녀들’도 탄생하게 될 것입니다.(314항 참조) 이것이 창조의 목적입니다. 이를 위해 인간은 자신의 완성을 통해 하느님 창조의 협력자가 되고 하느님 나라 건설에 참여하게 됩니다.(307항 참조) 빛으로 나아와 빛이 된 신앙인들은 어둠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에 더욱더 하느님을 찬미하고 구원의 협력자가 됩니다.

 

[가톨릭신문, 2019년 6월 23일, 전삼용 신부(수원교구 영성관 관장 · 수원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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