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신앙 레시피] 성체조배
내가 하느님께 만남을 청하는 시간이며 하느님께서 나를 기다리시는 시간입니다 미사 중에 사제의 축성을 통해(그리스도의 말씀과 성령의 힘으로) 빵과 포도주가 주님의 몸과 피로 변화됩니다. 비록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그저 빵과 포도주일 뿐이지만 우리는 참된 그리스도의 몸과 피라고 믿음으로 고백합니다. 성당에 들어서면 제대 뒤편 중앙이나 옆에 감실이 있습니다. 감실이란 성찬례 후에 남은 성체를 보존하는 곳입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성체등(빨간색의 작은 램프)이 켜져 있습니다. 감실 안에 성체가 보존되어 있음을 알리는 것이지요. 감실은 본래 미사에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과 병자들에게 모시고 갈 성체를 품위 있게 보관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성체에 대한 신앙이 깊어짐에 따라 교회는 침묵 중에 성체 안에 살아계시는 주님을 흠숭하는 의미를 깨닫고 장엄한 흠숭을 위해 신자들에게 성체를 현시하며 성체를 모시고 함께 행렬하기도 합니다(『가톨릭교회교리서』 1377-1379항). 이로써 우리는 미사가 아니더라도 성체 앞에서 기도를 드림으로써 하느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 성체조배를 통해서 하느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성체조배란 축성된 빵과 포도주의 형상 안에 예수님께서 실제로 현존하심을 믿으며, 깊은 침묵 중에 그분과 마주 앉아 그분의 말씀에 귀 기울이는 것을 말합니다. 성체조배는 성체 안에 계시는 예수님을 개인적으로 내밀하게 만나는 시간입니다. 미사 중에 우리는 모두가 하나 되어 하느님을 만나지만 성체조배는 온전히 나 혼자서 하느님을 만나는 것입니다. 홀로 조용히 침묵 중에 하느님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지요. 그래서 성체조배는 내가 하느님께 만남을 청하는 시간이며 또 하느님께서 나를 기다리시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나를 기다려주시고 나를 위해 머물러 주시는 분, 그분 곁에 다가가 앉기만 하면 나는 언제나 하느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나의 시간을 하느님께 봉헌하는 성체조배는 주님과 지속적인 만남을 가질 수 있게 하며 나를 성화시키고 나의 믿음을 굳건하게 해줍니다. 오늘도 나는 그분 앞에 마주 앉아 그분의 사랑을 느낍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사랑의 성사 안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흠숭 안에서, 신앙으로 충만하며, 중대한 잘못과 세상의 죄에 대해 속죄하겠다는 열린 마음으로 드리는 묵상 안에서 예수님을 만나러 가는 시간을 거부하지 맙시다.”(요한 바오로 2세, 주님의 만찬 3항) [2019년 6월 23일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서울주보 4면, 고준석 토마스데아퀴노 신부(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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