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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당에 처음입니다만17: 미사 때 제대에 왜 천을 까나요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9-07-05 조회수2,601 추천수0

[성당에 처음입니다만] (17) 미사 때 제대에 왜 천을 까나요


성체포, 성체 · 성혈에 대한 존경심의 표시

 

 

- 성체포를 제대 위에 깔아놓는 이유는 미사 중에 떨어질 수도 있는 성체 조각이나 부스러기들을 쉽게 모으기 위해서다.

 

 

나처음: 미사에 참여할 때마다 신부님께서 신자들 보는 앞에서 식탁보를 깔고 한 상 잘 차려 드시고 설거지로 끝낸다는 생각이 들어요. 신자가 아닌 저로서는 너무 재미있어 혼자 웃곤 해요. 작은 식탁보 같은 걸 왜 까는지 정말 궁금해요.

 

조언해: 야! 나처음. 네가 아무리 신자가 아니어도 미사를 상차림으로 비유하는 건 너무한 거 아니냐. 미사를 모독하는 느낌이 확 드는데. 갑자기 열이 확 치밀어 오르네. 어이없게.

 

라파엘 신부: 하하하! 언해야 너무 화내지 마라. 미사가 주님의 마지막 만찬에서 비롯된 것이니 처음이가 한 비유도 결코 틀린 게 아니지. 미사 중 거행하는 성찬례의 ‘찬’을 한자어로 ‘밥 찬’(餐, 먹을 찬)자로 표기하니 처음이가 제대로 미사의 의미를 깨달아 가고 있다고 볼 수 있지. 

 

말이 나온 김에 또 처음이가 질문했으니 ‘성찬례’에 대해 우선 간단히 이해하고 넘어가도록 해. 처음이가 이제 미사에 많이 참여해서 어느 정도 알겠지만, 미사는 크게 ‘말씀 전례’와 ‘성찬 전례’로 나눌 수 있어. 말씀 전례는 말씀을 선포하고 신앙 고백을 하는 예식이 주를 이루고, 성찬 전례는 마지막 만찬을 시작으로 수난하고 부활하신 주님의 파스카 신비를 기념하고 영성체를 하는 예식으로 이뤄져 있단다. 성찬 전례는 예물 준비, 감사기도, 영성체 등 세 부분으로 다시 나눌 수 있단다. 

 

처음이가 작은 식탁보 같다는 건 ‘성체포’라고 해. 흰색 아마포로 된 전례용 천으로, 그 위에 큰 제병을 담은 접시 모양의 ‘성반’과 작은 제병을 담은 ‘성합’, 그리고 포도주를 담는 ‘성작’을 올려놓지. 크기는 가로세로 50㎝ 정도 돼. 

 

성체포를 제대 위에 깔아놓는 이유는 미사 중에 떨어질 수도 있는 성체 조각이나 부스러기들을 쉽게 모으기 위해서야. 성체포는 보통 세 번 접을 수 있도록 해 놓았는데 접혀 있을 때 중앙이나 아랫부분 가운데에 수놓은 십자가가 자리하도록 장식해 놓았단다. 

 

성체포는 라틴말 전례용어로 ‘코르포랄레’(Corporale)라고 해. ‘몸’이라는 라틴어 ‘코르푸스’(Corpus)에서 나온 말로 성체포 위에서 빵과 포도주가 축성되어 주님의 몸과 피로 성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에 코르포랄레라고 부르고 있단다. 이렇게 성체포는 비록 작은 천이지만 성체 부스러기 안에서도 현존하시는 주님께 대한 흠숭과 공경의 예를 표하고 있는 전례용구란다. 그래서 항상 질 좋은 아마포로 만들어야 하고, 깨끗하고 깔끔하게 유지해야 해. 이런 이유로 성체포는 늘 풀을 먹여 잘 다려 놓지. 

 

성체포는 1000년께부터 사용하기 시작했어. 이전에는 제대포와 성체포가 구분 없이 사용되었지. 중세 말부터 즉 15세기 말부터 오늘날과 같은 크기의 성체포를 사용했단다. 당시에는 성체포를 ‘성작 덮개’ 용도로도 함께 사용했지. 하지만 17세기부터 성체포와 성작 덮개를 구분해 사용하고 있단다. 

 

‘성작 덮개’는 포도주와 성혈을 담은 성작에 먼지나 벌레가 들어가지 않게 올려놓는 덮개를 말해. 라틴말로는 ‘팔라’(Palla)라고 불러. 성작 덮개도 아마포 천으로 제작해. 성작 위에 성반을 올려놓았을 때 성반을 충분히 덮을 수 있는 크기의 정사각형 아마포 천에 딱딱한 종이나 플라스틱을 넣어 만들지. 성작 덮개 윗부분에는 성체성사를 상징하는 문양이나 십자가를 수놓아 장식하는 게 일반적이야. 

 

처음이가 말한 설거지하는 천까지 설명해 줄게. ‘행주’라고 표현하지 않아 정말 다행이야. 전례용어로 ‘성작 수건’이라고 불러. 라틴말로는 ‘푸리피가토리움’(Purificatorium)이라고 해. 영성체 후 성반과 성합, 성작을 닦는 아마포 천이야. 또 영성체 후 사제의 입을 닦는 용도로도 사용해. 16세기부터 널리 퍼져 오늘에 이르고 있지. 사제는 성작 수건으로 성작을 닦기 전에 한 방울의 성혈도 남아있지 않게 먼저 물로 깨끗이 씻어낸단다. 이를 ‘아블루시오’(Ablutio)라 해. 성작을 씻은 물을 마신 다음 성작 수건으로 성작을 깨끗하게 닦아내. 사제는 이때 “주님, 저희가 모신 성체를 깨끗한 마음으로 받들게 하시고 현세의 이 선물이 영원한 생명의 약이 되게 하소서”라고 속으로 기도하지.

 

[가톨릭평화신문, 2019년 6월 30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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