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 - 아는 만큼 보인다] 26. 하늘과 땅(「가톨릭 교회 교리서」 325~327항)
하늘과 땅은 하느님 창조의 원리다 태초에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창조하시고 흙이라는 뜻의 ‘아담’이라 부르셨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께서 인간을 창조하신 것은 땅과 하나가 되기를 원하셨기 때문이다.‘머리와 몸’이 따로 놀 때가 있습니다. 머리는 그만 먹으라고 명령하는데 몸은 그 말을 안 듣고 계속 음식을 먹을 수도 있습니다. 술도 그만 마셔야 한다고 신호를 보내도 몸이 말을 안 듣습니다. 결국 다음날 몸뿐만 아니라 머리도 아프게 됩니다. 이렇듯 이상하게 머리와 몸은 하나인 것 같으면서도 둘이고, 둘인 것 같으면서도 하나입니다. ‘남자와 여자’도 이와 비슷합니다. 하나인 것 같으면서도 싸울 때가 있습니다. 둘의 의견이 서로 일치하지 않을 때 싸움이 일어납니다. 몸과 머리가 그렇듯 남자와 여자도 하나가 되려면 둘의 의견이 일치되어야만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고통이 뒤따라옵니다. 행복은 일치에서입니다. 둘이 일치하기 위해서 반드시 하나는 상대의 의견을 위해 자신의 의견을 죽여야 합니다. ‘성부와 성자’도 이런 관계이십니다. 두 분의 의견이 일치하면 그 관계 안에서 창조가 일어납니다. 남자와 여자가 일치할 때 자녀가 태어나는 것과 같습니다. 하느님의 일치 안에서는 세상과 교회가 탄생합니다. 그런데 두 분의 의견이 서로 맞지 않은 때가 있습니다. 한 번은 아버지께서 아드님보고 죽으라고 하시는데 아드님은 그 잔을 당신에게서 거두어 달라고 청하셨습니다.(마르 14,36; 루카 22,42 참조) 그러나 결국 아드님은 자신의 뜻을 십자가에 못 박아 아버지의 뜻에 순종하셨습니다. 교회가 그렇게 태어난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남자는 하늘과 같고 여자는 땅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늘과 땅이 하나 되어 에덴동산을 만들기 위해서는 결국 땅이 하늘에 순종해야합니다. 하늘이 가뭄을 주더라도 참아야하고 비를 주면 당연히 감사히 받고 홍수를 주어도 참아내야 합니다. 하늘은 순종하는 땅을 절대 실망시키지 않습니다. 인간이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한 하늘은 땅을 항상 에덴동산이 되게 할 것입니다. 우리는 사도신경을 통해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의 창조주이심을 고백합니다.(325항 참조)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전적으로 하늘을 양(陽)으로 땅을 음(陰)으로, 즉 하늘을 남자로 땅을 여자로 봅니다. 그래서 ‘하늘과 땅’은 ‘남자와 여자’로 연관이 됩니다.(창세 1,1: 1,17 참조) 하느님은 결국 당신 모습대로 하늘과 땅도, 남자와 여자도 창조하신 것입니다. 하느님이 하늘이시고 인간이 땅입니다. 태초에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창조하시고 인간을 ‘아담’이라 부르셨습니다. 아담의 이름 뜻은 ‘흙’(땅)입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께서 인간을 창조하셨다면 땅과 ‘하나’가 되기를 원하셨기 때문입니다. 다만 땅은 하늘의 뜻에 순종하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그러나 땅은 하늘에 불순종했습니다. 인간은 하느님의 뜻을 거부하며 자신들이 직접 하느님 행세를 하려했습니다. 그렇게 인간에게 고통이 찾아온 것입니다. 하느님은 이미 이를 알고 계셨고, 처음부터 ‘새 하늘과 새 땅’의 창조를 계획하셨습니다.(이사 65,17 참조) ‘새 땅’은 ‘예루살렘’, ‘새 백성’, ‘교회’입니다. 새 땅인 교회는 마지막 때에 하느님의 어린양과 혼인하게 됩니다.(묵시 21,1 참조) 물론 새 예루살렘의 신랑인 ‘새 하늘’은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묵시 21,9-10 참조) 하느님과 아담이 그러하였듯, 그리스도와 교회도 하늘과 땅, 즉 머리와 몸의 관계인 것입니다. 그리고 그리스도와 교회의 관계는 영원히 깨지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새 땅의 백성은 순종을 배운 순결한 신부들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진정 “흠 없는 어린양의 흠 없는 신부”(796항)입니다. 왜냐하면 머리로서 그리스도를 신랑이라 부르고 몸으로서 자신을 신부라 부를 것이기 때문입니다.(796항 참조) 교회는 하늘을 만난 땅이고 그리스도를 신랑으로 만난 신부입니다. 이 둘 사이에서 새로 태어나는 자녀들이 교회의 순종으로 새로 태어나는 신자들입니다. 이렇게 모인 교회와 그리스도께서 참으로 하나가 되면 새 하늘과 새 땅의 혼인이 완성되고 그 때가 창조의 마지막 시간이 될 것입니다.(묵시 21장 참조) 이 ‘새 하늘과 새 땅의 혼인 신비’, ‘그리스도와 교회의 하나 됨’이 창조의 원리이자 목적입니다. 이사야 예언자는 “다시는 네가 ‘소박맞은 여인’이라, 다시는 네 땅이 ‘버림받은 여인’이라 일컬어지지 않으리라. 오히려 너는 ‘내 마음에 드는 여인’이라, 너의 땅은 ‘혼인한 여인’이라 불리리니 주님께서 너를 마음에 들어 하시고 네 땅을 아내로 맞아들이실 것이기 때문이다”(이사 62,4)라고 예언합니다. 창세기의 하늘과 땅의 창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순종을 배우는 새로운 땅들이 있는 이상 이 세상은 어떻게든 계속 지속될 것입니다. ‘순종’을 배우게 하심으로써 새로운 그리스도의 신부로 태어날 기회를 우리에게 주신 하느님을 찬미합시다. [가톨릭신문, 2019년 6월 30일, 전삼용 신부(수원교구 영성관 관장 · 수원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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