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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27: 천사(328~336항)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9-07-08 조회수1,998 추천수0

[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 - 아는 만큼 보인다] 27. 천사(「가톨릭 교회 교리서」 328~336항)


선교하는 이는 모두 천사들이다

 

 

1992년 ‘잭 캘러리’라는 신문기자가 소말리아의 비극을 취재하다가 길거리에서 전쟁과 기아에 죽어가는 한 소년을 발견합니다. 소년은 온몸이 벌레에 물려있었고 영양실조로 배가 볼록했습니다. 일행 중의 한 사진기자가 사과 하나를 소년에게 주었습니다. 그러나 소년은 너무 허약해서 그것을 들 힘조차 없었습니다. 기자는 사과를 반으로 잘라서 소년에게 주었습니다. 소년은 고맙다는 눈짓을 하고는 그 사과 반쪽을 들고 마을로 내려갔습니다. 

 

마을로 내려간 소년은 이미 죽은 것처럼 보이는 자신의 동생에게 다가갑니다. 소년은 손에 쥐고 있던 사과를 한 입 베어 물고는 그것을 씹어 동생의 입에 넣어주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동생의 입을 벌렸다 오므렸다 하며 음식을 씹도록 도와주었습니다. 기자는 그 소년이 자기 동생을 위해 보름 동안이나 그렇게 해 온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자 일행이 난민캠프로 그 형제를 옮겼으나 며칠 뒤 형은 영양실조로 죽었습니다. 하지만 동생은 끝내 살아남았습니다. 

 

우리는 이런 경우 형을 ‘천사’와 같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천사’라는 말은 그 본성보다 하는 행동, 즉 ‘직무’에 더 무게를 둔 단어입니다.(329항 참조) 하느님은 분명 천사들을 창조하셨습니다. 그러나 천사로 창조되었기 때문에 천사가 아니라 천사의 직무를 수행해야 천사인 것입니다. 천사란 단어는 본래 ‘파견된 자’, 혹은 ‘전령’(messenger)이란 뜻입니다. 천사의 본성은 영(靈)이지만 그 소명의 수행 여부에 따라 천사도 되고 마귀도 됩니다.

 

천사가 주로 수행하는 일은 하느님과 인간을 이어주는 역할입니다. 천사는 하느님의 ‘파견자’이고 하느님을 직접 뵈올 수 없는 존재들을 하느님께로 인도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사람이 되신 성자를 알아보지 못할 때 그 사람들을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으로 이끈 요한 세례자의 역할이 바로 ‘천사’인 것입니다.

 

물론 천사가 하느님과 인간과의 관계를 중개하는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인간이 죄를 지었을 때는 생명나무를 지키기 위해 불칼을 들고 인간의 접근으로부터 막기도 하였습니다.(창세 3,24 참조) 하지만 이는 생명나무를 죄지은 인간이 훼손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임무였습니다. 라파엘 천사는 토비야의 여행 동안 항상 동행하며 위험으로부터 지켜주었고(토빗기 참조), 하느님의 두 천사는 소돔의 멸망으로부터 롯의 가족을 구원하였습니다.(창세 19장 참조) 모세도 천사의 역할을 한 것인데, 하느님은 모세처럼 이스라엘 백성을 당신 나라로 이끌 천사를 보내주실 것을 약속하셨습니다.(탈출 23,20 참조)

 

하느님은 이처럼 인간들을 당신께 이끌 천사들을 창조하셨고 천사를 통하여 인간을 당신께로 이끄십니다. 야곱이 꿈에서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층계를 보았는데 하느님의 천사들이 그 층계를 오르내리고 있었다고 합니다.(창세 28,12 참조) 천사는 이렇게 하느님이 사시는 하늘과 인간이 사는 땅을 이어주는 존재인 것입니다. 만약 위의 예에서 기자들이 소년을 만나지 못했다면 소년의 동생은 죽었을 것입니다. 천사를 만나지 못하는 인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의미로 본다면 우리는 천사 중의 천사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심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 하늘에서 내려오셔서 땅의 인간들을 하늘로 데려가시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교리서에서는 “그리스도께서는 천사 세계의 중심이십니다”(331항)라고 말합니다. 예수님은 하느님께로부터 파견 받으시어 당신에게 맡겨진 양떼를 아버지께 인도하시기 위해 오신 분이십니다.(요한 10장 참조) 그런데 예수님은 그 일을 이제 베드로로 대표되는 교회에 맡기셨습니다. 베드로에게 “내 양들을 돌보아라”(요한 21,15-17 참조)라고 하시며 당신 천사의 직무를 맡기신 것입니다.

 

첫 순교자인 스테파노가 하느님 우편에 앉아계신 예수 그리스도를 증언할 때 그의 얼굴이 마치 천사처럼 보였다고 성경은 말합니다.(사도 6,15) 그리스도를 증언하는 교회가 천사들의 공동체인 것입니다. 분열시키는 역할을 하는 이들이 마귀라면 하나로 이어주는 이들이 천사들입니다. 천사의 역할을 한 단어로 말하자면 ‘선교’라 할 수 있습니다. 천사는 “구원을 상속받게 될 이들에게 봉사하도록 파견된 이들”(331항)이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세상 구원을 위해 교회로부터 파견 받는 귀한 천사들입니다.

 

[가톨릭신문, 2019년 7월 7일, 전삼용 신부(수원교구 영성관 관장 · 수원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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