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에 처음입니다만] (21) 왜 십자가는 여러 형태인가요
그리스도 사랑과 구원의 표징, 십자가 - 비잔틴 십자가. 라틴 십자가 위에 예수님의 죄명패가 부착돼 있다. 나처음 : 유럽의 여러 성당을 둘러보면서 특이한 걸 발견했어요. 성당마다 장식된 십자가의 형태가 다른 거예요. 예수님께서는 단 한 번 십자가에서 돌아가셨는데 왜 십자가는 여러 형태인가요. 조언해 : 그건 로마네스크, 고딕, 르네상스 등 시기마다 표현하는 화풍이 달라서 그런 게 아닐까요 신부님? 라파엘 신부 : 처음이가 유럽 여행을 하면서 성당을 아주 꼼꼼하게 살펴보고 왔구나. 성당의 중심이 어딘지 궁금해하고 또 십자가 모양이 다른 걸 찾아내는 걸 보니 교회를 바라보는 눈과 생각하는 마음이 점차 넓어지고 깊어졌구나. 먼저, 십자가의 의미를 풀이하는 게 이해하기 쉬울 것 같구나. 십자가는 그리스도로 인해 그 의미가 완전히 달라졌단다. 십자가는 원래 잔혹한 사형 도구였단다. 기원전 6세기부터 서기 4세기까지 페르시아와 카르타고, 로마 제국에서 정치범과 사형수들을 십자가에 매달아 처형했지. 예수님도 티베리오 황제가 로마 제국을 통치할 때 예루살렘 총독 본시오 빌라도에 의해 ‘유다인의 왕’이라는 죄목으로 십자가형으로 처형되셨단다. 복음서와 로마 역사가 타치투스 「연대기」 등을 기초로 예수님께서 서기 30년 4월 7일에 처형되셨다고 해. 하지만 예수님의 부활로 ‘치욕’의 십자가는 ‘구원’의 상징이 되었단다. - 키로 십자가. 콘스탄티누스 군대가 사용한 십자가 모양이다. 성경은 그래서 십자가가 예수님을 통해 거룩하신 하느님과 죄에 빠져 허덕이는 인류 사이를 화해시키는 도구(에페 2,16; 콜로 1,20)라고 증언해. 또,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인간은 구원되어 새 창조물, 새로운 사람이 되어 하늘나라에서 그리스도의 한 형제로 하느님의 유산을 차지하게 됐다(갈라 6,15-16)고 설명하지. 아울러 십자가를 지는 것은 주님의 참 제자가 되며(루카 14,27),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마르 8,34)이 된다고 가르치고 있단다. 이처럼 십자가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의 표징, 그리스도교의 표지가 되었단다. 이제 왜 여러 형태의 십자가가 교회 안에 존재하는지 설명할게. 먼저 예수님께서 지신 십자가에 대해 알아보자꾸나. 당시 로마인들은 십자가를 두 가지 형태로 사용했단다. 사형장에 항상 세워져 있는 세로나무 위에 가로나무를 얹으면 ‘T’자 모양의 십자가가 되고, 세로나무 꼭대기 아랫부분에 가로나무를 붙들거나 못 박아 매달면 ‘†’형 십자가가 되는 것이지. 예수님께서 어떤 형태의 십자가에 못 박혔는지는 알 수 없단다. ‘T’자형 십자가는 헬라어 알파벳 ‘타우’(대문자 Τ, 소문자 τ)를 닮아 ‘타우 십자가’라고 불러.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이 이 십자가를 특별히 사랑해 프란치스코회 수도자들이나 제3회 회원들이 타우 십자가를 많이 착용하고 다닌단다. ‘†’형 십자가는 서방 교회에서 많이 사용해 ‘라틴 십자가’라고 하고, 가로세로 길이가 같은 ‘+’ 형은 ‘그리스 십자가’ ‘비잔틴 십자가’ ‘정교회 십자가’라고 해. - 안드레아 십자가. 안드레아 사도가 X자 모양의 십자가에서 순교하셨음을 드러낸다. 라틴 십자가에 작은 가로나무가 윗부분에 붙여져 있는 것은 ‘유다인의 왕 나자렛 예수’라는 예수님의 죄명패가 붙어 있는 십자가이고, 이 십자가 아랫부분에 비스듬히 작은 발판을 덧붙여놓은 것은 ‘러시아 정교회 십자가’ 란다. 초대 교회 신자들은 십자가 문양을 내놓고 사용하지 못했단다. 이 시기 사람들은 “어떻게 십자가형을 받고 처형된 자를 신으로 섬길 수 있느냐”라며 그리스도인들을 모욕하는 일이 흔했단다. 그래서 교회에서는 주님의 수난과 부활을 표현할 때 물고기나 어린양, 착한 목자 그림으로 대신했지. 십자가가 그리스도교의 상징으로 세상에 처음 공개된 것은 서기 312년 로마 테베레 강 밀비오 다리 전투 때였어. 콘스탄티누스 군대가 군기와 방패에 헬라어 ‘Χριστοs’(크리스토스)의 앞 두 글자를 붙인 형태의 십자가를 그리고 전쟁에 나가 막센티우스 군대를 물리치고 승리했지. 이후 이 십자가는 로마군의 표식이 되었단다. 이것이 그 유명한 ‘키로 십자가’란다. 참 ‘X’형 십자가도 있어. 안드레아 사도가 X자 모양의 십자가에서 순교하셨기에 ‘안드레아 십자가’라고 불러. 이처럼 십자가는 예수님께서 어떤 형태로 십자가에서 수난하셨는지를 자세히 표현하거나 사도들과 교회 단체의 표식을 알리는 방법에 따라 그 형태가 다르게 발전해 왔단다. [가톨릭평화신문, 2019년 7월 28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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