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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당에 처음입니다만22: 성당 안에 빨간 등을 켜놓은 함은 무엇인가요?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9-08-11 조회수1,958 추천수0

[성당에 처음입니다만] (22) 성당 안에 빨간 등을 켜놓은 함은 무엇인가요?


감실, 그리스도 현존하시는 성체 모셔두는 곳

 

 

- 감실은 성체를 보존하는 장소이며, 성체등은 그리스도의 현존을 나타내는 경의의 표시이다. 사진은 왜관성당 감실.

 

 

나처음 : 성당 안에 빨간 등을 켜놓은 함이 있던데 무엇인가요. 사람들이 그 앞에서 절을 하거나 무릎 꿇고 기도하는 것으로 보아 뭔가 귀중한 것을 모셔놓은 함인 듯한데 엄청 궁금해요.

 

조언해 : 아! 그건 ‘감실’이라고 해. 성체를 모셔놓은 곳이야. 그래서 신자들이 그 앞에서 예를 표하고 기도하지. 그리고 빨간 등은 ‘성체등’이라고 해. 성체등은 감실 안에 성체가 모셔져 있는지 없는지를 알려주는 표시야. 성체가 모셔져 있으면 성체등이 켜져 있고, 감실이 비어 있으면 성체등을 끄고 감실 문을 열어 놓아. 

 

신부님, 저도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요. 신부님께서 지난번 성당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는 ‘제대’라고 하셨는데 미사를 거행하지 않을 때는 성체를 모셔 놓은 ‘감실’이 성당에서 제일 중요한 곳이 아닌가요?

 

라파엘 신부 : 언해가 감실과 성체등에 관해 설명을 잘해 주었구나. 언해 말대로 감실은 성체를 보존하는 장소란다. 미사 후 성체를 감실에 보존하는 이유는 첫째, 병자나 임종 직전에 있는 위급한 이에게 성체를 영해주기 위해서란다. 또 신자들로 하여금 성체 안에 현존하시는 그리스도를 흠숭하고 기도하도록 하기 위함이란다. 아울러 미사 때 남은 성체를 보존하기 위함이지.

 

언해의 설명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성체등을 켜놓은 것은 ‘그리스도의 현존’을 나타내는 경의의 표시란다. 성체등은 전통 관습에 따라 감실 옆에 두고 기름이나 초를 사용해 왔는데 요즘에는 빨간색 전등을 주로 사용한단다. 한국 교회에서 아직도 기름으로 성체등을 밝히고 있는 성당이 한곳 있는데 바로 칠곡 가실성당이란다. 꼭 한 번 찾아가보렴. 

 

감실 구조는 단순해. 내부 바닥은 성체포가 깔려 있고, 그 위에 성체를 보존한 성합을 둘 수 있게 돼 있지. 감실 외부는 눈에 잘 띌 수 있도록 아름답게 장식돼 있고, 성체를 훼손하거나 모독할 수 있는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견고한 잠금장치가 돼 있단다. 감실은 보통 성당에 하나이고 붙박이로 설치돼 있는데 쉽게 깨지지 않는 단단한 재질로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지.

 

중세기에 접어들어 성체 신심이 확산되면서 감실을 제대 중심에 두는 운동이 벌어졌지. “심장이 가슴 가운데에, 머리가 정신 가운데에”란 주제로 펼쳐진 이 운동으로 점차 감실이 제대 가운데에 옮겨 오게 되었단다. 한마디로, 성체 안에 현존하는 그리스도를 성당의 가장 거룩한 자리에 모시고 싶어하는 중세인들의 신심이 제대 위에 감실을 두게 한 것이지. 

 

하지만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는 ‘말씀과 성찬례’를 중심으로 한 전례 개혁을 단행해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 부활의 파스카 신비가 거행되는 제대를 성당의 중심으로 되돌려 놓았단다. 그래서 교회는 “미사가 거행되는 제대에는 지극히 거룩하신 성체가 보존되는 감실을 두지 않는 것이 마땅하다”(「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314항)며 “예식을 거행하는 제대가 아닌 가장 적절한 곳에 알맞은 형태로, 제단 안에 설치”하도록 권장하고 있단다.(「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315항) 여기서 가장 적절한 곳은 성당 안 중앙 제대의 존엄성을 해치는 자리가 아닌 별도의 장소를 말해. 소성당이나 성당 내 성체의 존엄성을 확고히 드러낼 수 있는 조용하면서도 기도 분위기를 돋울 수 있는 자리에 감실을 안치하라는 뜻이지. 

 

이처럼 성체 안에 현존하시는 그리스도를 모시고 있는 감실이 참으로 중요한 곳이지만 그리스도교 신앙의 정점이자 원천인 성찬례를 거행하는 자리는 아니란다. 파스카 신비가 실현되는 장소는 바로 제대이고, 감실은 성체 안에 현존하는 그리스도를 통해 파스카 신비를 묵상하는 자리라고 이해하면 좋을 듯 하구나.

 

[가톨릭평화신문, 2019년 8월 11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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