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이 궁금해요] 계시
인간이 하느님과 친교 이뤄 하느님 본성에 참여하게 해, 그리스도는 계시의 완성 계시(啓示, revelation, revelatio) [계ː시] [게ː시] 하느님께서 당신 자신을 인간에게 드러내심. - 그리스 파트모스섬 계시동굴 모자이크. 교회를 소위 ‘계시종교’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계시(revelation)는 한자로 번역된 의미와 같이 ‘열어 보여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계시는 ‘열어 밝히다’(revelare)라는 말에서 왔는데, 이 말은 ‘제거하다, 떼다’(Re)에 ‘휘장’(velum)이 더해진 말이다. ‘휘장을 제거하다’라는 말은 감추어진 것이 드러난다는 것을 의미하게 됐다. 종교학적으로 볼 때 감추어진 것은 바로 신비롭고 거룩한 것이다. 이 거룩한 것, 바로 신이 인간에게 감추어진 것을 알도록 하는 것이 계시의 개념이다. 교회에 있어 계시는 하느님께서 인간의 힘으로 완전히 알 수 없는 하느님 자신을 인간에게 드러내시는 것을 말한다. 하느님은 인류를 위해 끊임없이 계시해 오셨다. 하느님은 원조들에게는 처음부터 자신을 드러내 보이셨고, 인간의 타락으로 인간이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후에는 성조들과 모세와 예언자를 통해 자신을 드러냈다. 그리고 “영원한 말씀이신 당신 아드님을 파견하셨고, 하느님의 아드님께서는 인간 가운데 사시며 인간에게 하느님의 내면을 알려주심으로 모든 인간을 비추셨다.”(계시헌장 3장) 온 인류를 위한 계시는 바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결정적으로 실현됐다. 그렇다면 하느님은 왜 인간에게 당신 자신을 드러내셨을까. 계시의 목적은 다름 아닌 인간이 하느님과 친교를 이뤄 “하느님의 본성에 참여하도록”(계시헌장 2장) 하려는 것이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하느님이 계시를 통해 “인간들이 자신들의 능력을 넘어서서 당신께 응답하고, 당신을 깨닫고 사랑할 수 있게 하신다”고 가르친다. 그리스도는 계시의 완성이며, 더 이상 다른 계시는 없다. 물론 그리스도 이후 ‘사적’ 계시들이 있었고, 그중 일부는 교회의 인정을 받기도 했다. 이런 계시들은 그리스도의 결정적 계시를 개선하거나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혹은 역사의 한 시대에서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을 더욱 충만하게 살도록 돕는 데 지나지 않는다. [가톨릭신문, 2019년 8월 11일, 이승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