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 - 세상의 빛] 35. 사목과 빈곤퇴치, 이웃에 대한 관심으로부터(「간추린 사회교리」 5항) 인간다운 삶의 회복, 무관심으로부터 깨어나야 안젤라: 신부님, 얼마 전에 저희 아랫집에 사시는 자매님이 음식을 전해 왔어요. 평소에 만나도 잘 모르는 사이라 인사도 못했는데, 그렇게 음식을 받으니 감사했어요. 이 신부: 아, 그러셨군요. 안젤라: 수 년째 아파트에 살지만 가까운 이웃에게 관심도 없이 사는 게 왠지 마음에 걸렸어요. 우리 식구들 먹고살기 바쁘다고 관심도 없이 살았는데 저도 이제 관심을 갖고 함께 살아야겠어요. 이 신부: 네, 참으로 좋은 생각이십니다! “이웃집에 누가 사는지 아시나요?” “늘 인간답게, 누구나 인간답게.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추기경님께서는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강조하셨습니다. 빈민하면 무엇이 상상되십니까? 아프리카 난민, 거리의 노숙인과 철거민, 달동네, 무료급식소, 우리가 빈곤하면 떠올리는 그림들입니다. 1차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우선적 배려와 관심이 절실합니다. 하지만 그 시작은 가장 먼저 가까운 이웃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됩니다. 여러분은 이웃집에 누가 사는지 아시나요? 여러분의 이웃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걱정이 있는지 알고 있으십니까?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의 시작은 가까운 이웃에 대한 관심과 사랑입니다. 누구나 해야 한다. “사람을 살리는 일!” 최근에 전북 전주의 여인숙 화재 사건과 서울 봉천동 탈북자 모자의 죽음이 안타까움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 참사 이후 돌봄 사각지대에 대한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관련 부처에 인력충원과 예산증액을 강조합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그런 일들은 정부나 시청, 구청, 복지기관이나 공무원들이 하는 일들로 인식하고 있지는 않는지요? 그래서 그것은 나와 무관한 일이라 생각하지 않으신지요? 과연 사람을 돌보고 보살피고 살리는 일은 특정 누군가만 하는 일인가요? 넓은 의미에서 사람을 살리는 일이 바로 사목입니다. 사목이란 누군가에게 찾아가는 발걸음입니다. 사목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고 누구나 해야 합니다. 관심과 사랑, 교회가 걸어가야 할 길 최근 교통사고로 쓰러진 사람을 끝까지 돌보며 그를 구한 어떤 간호사의 이야기가 세간에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온정과 사랑이 가득합니다. 그런데 이런 온정을 느낄 새도 없이 우리는 너무 바쁘게 살아갑니다. 가족이나 이웃과 대화하고, 이야기를 함께 들어 줄 여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우리는 바쁘니까 어쩔 수 없다고 위안하고 체념하는 것은 아닐까요? 물론 우리의 삶은 바쁘고 치열해야 합니다. 그러나 무엇이 중요하고, 핵심인지 우리가 잊고 사는 것은 아닐까요? 그 핵심은 우리가 함께 행복한 사회인데요. 수많은 유형의 빈곤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빈곤을 양산하는 근본 원인 중 하나는 바로 무관심입니다. 폴 발레리라는 사람이 이야기했습니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 무관심이 우리를 지배해서는 안 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심어 주신 사랑의 마음, 거룩함, 형제애가 우리 안에 충만해야 합니다. 그럴 때 세상의 빈곤은 치유될 것입니다. 교회는 무관심에서 깨어나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시어 외아들을 보내 주셨다. 그리스도께서 이룩하신 구원은 땅 끝에 이르기까지 선포되어야 하므로, 사랑의 새 계명은 온 인류 가족을 포함하며 한계가 없다.” (「간추린 사회교리」 5항) [가톨릭신문, 2019년 9월 1일, 이주형 신부(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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