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신앙 레시피] 조상 제사
조상에게 효를 실천하는 미풍양속 천주교회는 과거에 죽은 이 앞에서 절을 하고 그들을 섬기는 조상 제사를 미신 행위로 여겨 금지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천주교가 박해를 받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교회는 오랜 기간 논의를 거쳐 조상 제사가 조상에게 효성을 드리는 미풍양속이요 민족의 예식이라 인정하게 되었습니다(포교성성, 중국예식에 관한 훈령 참조). 이에 따라 한국천주교회는 신자들이 조상의 기일이나 명절에 가정이나 묘지에서 차례를 지낼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제사의 근본정신은 선조에게 효를 실천하고, 생명의 존엄성과 뿌리 의식을 깊이 인식하며 선조의 유지에 따라 진실 된 삶을 살아가고 가족 공동체의 화목과 유대를 이루게 하는 데 있다. 한국 주교회의는 이러한 정신을 이해하고 가톨릭 신자들에게 제례를 지낼 수 있도록 허락한 사도좌의 결정을 재확인한다.”(한국천주교사목지침서 제134조 1항) 하지만 신자 가정에서 조상 제사를 의무적으로 지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탈상, 기일 등 선조를 특별히 기억해야 하는 날에 우리는 가정의 제례에 앞서 위령미사를 봉헌해야 합니다(한국천주교사목지침서 제135조 1항). 다만 여러 가지 필요에 의해 기일 제사나 명절 차례를 지내야 하는 가정은 집에서 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서 공표한 ‘한국 천주교 가정 제례 예식’(주교회의 홈페이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을 기준으로 제사를 지낼 수 있습니다. 그 구체적인 방법은 간략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준비: 제사상은 형식을 갖추려 하지 말고 소박하게 평소에 가족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차립니다(음식을 차리지 않고 단순하게 추모 예절만을 위한 상을 차릴 수도 있습니다). 상 위에는 십자가와 조상(고인)의 사진이나 이름을 모시며, 촛불을 켭니다. 그 외에 『성경』, 『가톨릭 성가』, 『상장 예식』(또는 『위령 기도』) 등을 준비합니다. 2) 차례: ㉮ 성호경을 긋고 시작 성가와 시작기도를 바칩니다. ㉯ 성경 말씀을 읽고 묵상합니다(마태 5,1-12; 요한 14,1-14; 1코린 13,1-13 중 하나). ㉰ 가장이 고인(조상)을 기억하는 말이나 가훈, 가풍, 유훈 등을 소개합니다. ㉱ 향을 피우고 적당한 순서로 큰절을 두 번 드립니다. ㉲ 위령기도(연도)를 바칩니다. ㉳ 마지막으로 성가나 주모경으로 마침 기도를 합니다. 3) 음식나눔: 가족이 한자리에 앉아 음식을 나누며, 사랑과 친교의 대화 시간을 갖습니다. “전통 제례의 아름다운 정신은 복음의 빛으로 재조명하여 계속 살려나가되, 한국 주교회의는 그 표현양식을 시대에 맞게 개선한다.”(한국천주교사목지침서 제134조 2항) [2019년 9월 1일 연중 제22주일 서울주보 4면, 고준석 토마스데아퀴노 신부(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부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