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신앙 레시피] 기도
하느님과 나누는 대화 기도는 ‘하느님과 나누는 대화’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도 안에서 나에게 건네시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또 내가 하느님께 드리고 싶은 온갖 말씀을 드림으로써 하느님께 은혜를 청합니다. 기도에는 소리 내어 말로 드리는 소리기도, 성경이나 영성 서적을 통해 자신을 비추어 성찰하는 묵상기도, 또 마음을 비우고 자신을 온전히 주님께 바치는 관상기도가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 기도를 하든지 상관없습니다. 어떠한 기도든 기도는 영원한 샘물가에서 하느님과 내가 만나는 것이요, 하느님과 내가 마주 앉아 서로에게 호소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나의 기도로 목을 축이시고, 나는 그분이 주시는 영원한 말씀의 생수로 내 생명을 이어갑니다(가톨릭교회교리서 2567항 참조). 그래서 우리는 기도를 통하여 하느님에 대한 우리의 마음을 보여 드립니다. 곧 하느님에 대한 찬미와 감사, 전구와 청원을 드리는 것이지요. “하느님을 향하여 마음을 드높이는 것이 하느님께 드리는 우리 흠숭의 표현이다. 찬미와 감사의 기도, 전구(다른 사람을 위하여 청원하는 기도)와 청원의 기도가 바로 그러하다.”(가톨릭교회교리서 2098항) 그런데 때때로 청원기도를 가장 낮은 단계의 기도라고 폄하하기도 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청원기도는 하느님을 신뢰하며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아는 마음의 표현입니다. 사실 우리는 자신이 강하다고 여기면서도 어찌할 수 없는 한계를 느낍니다. 그런 상황에서 하느님께 도움을 청하는 것은 자연스러울 뿐 아니라 마땅한 일입니다. 따라서 청원기도에는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겸손) 하느님을 향해 다시 돌아서는(회개) 자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이전까지는 하느님과 등지고 지냈을지 몰라도 우리가 청원기도를 드리는 순간 우리는 하느님께로 향하게 됩니다. 따라서 청원기도는 우리 마음을 진정시키고 우리가 희망을 간직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프란치스코 교황,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154항 참조). 그런데 우리는 때때로 우리가 청하는 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불평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뜻은 언제나 이루어지고, 우리가 청하는 바를 뛰어넘어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주실 것입니다.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나 기도할 수 있습니다. 일상의 작은 일에서부터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까지 그리스도인은 모든 것을 기도 속에서 풀어나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의 생활은 그 전체가 기도의 소재입니다. 또 그리스도인에게 기도는 영원한 생명을 위한 양식이며 가장 훌륭한 신앙 활동이자 행위입니다. “낙심하지 말고 끊임없이 기도해야 한다.”(루카 18,1) [2019년 9월 15일 연중 제24주일 서울주보 4면, 고준석 토마스데아퀴노 신부(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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