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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37: 그리스도(436~440항​)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9-09-23 조회수1,743 추천수0

[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 - 아는 만큼 보인다] 37. 그리스도(「가톨릭 교회 교리서」 436~440항)

 

그리스도, 십자가에서 자아의 피 뿌리는 이에게 부여된 명칭

 

 

미국 한 산골 마을에 아기 갖기를 간절히 원하는 부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 날도 자녀를 갖게 해 달라고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에서 작은 우주선 하나가 숲에 떨어졌습니다. 부부가 달려가 보았는데 그 우주선 안에는 아기가 실려 있었습니다. 다른 별에서 온 슈퍼맨이었던 것입니다.

 

아내는 그 아기를 안고 하늘의 선물이라고 기뻐하였습니다. 아내가 좋아하니 남편도 같이 키우기로 합니다. 그리고 그가 타고 온 작은 우주선은 헛간 지하에 잘 감추어놓았습니다. 12살 이전까지 아이는 잘 자라주었습니다. 물론 슈퍼맨이었기 때문에 몸에 상처가 나는 일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12살 생일이 되던 때부터 아이가 돌변합니다. 아버지에게 반항하고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해코지를 합니다. 아이가 그렇게 돌변한 이유는 마음속으로부터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소리는 “지구를 빼앗으라”는 명령이었습니다. 아이는 자신이 지구를 빼앗을 수 있는 무한한 능력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을 무시하는 모든 사람을 죽이고 지구를 빼앗습니다. ‘더 보이’(2019)라는 영화의 내용입니다.

 

이 영화는 히틀러나 빈 라덴과 같은 괴물들이 왜 탄생하게 되는지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모든 인간 안에는 통제되지 않으면 자신을 집어삼킬 수 있는 악한 존재가 있습니다. ‘자아’라고 합니다. 자아는 창세기에서는 하와를 유혹하던 ‘뱀’으로, 탈출기에서는 인간이 벗어나야 하는 ‘파라오’로 상징됩니다. 이 자아의 욕구를 통제하지 못하면 사람은 그 욕구의 노예가 되어 결국 세상에서는 괴물이 됩니다.

 

부모가 자녀의 자아를 통제해 줄 수 있는 시기는 12살까지입니다. 그 이전에는 부모에게 의존해야 먹고 살 수 있지만 사춘기가 되면 자신도 돈을 벌 수 있고 자녀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자기 자신을 부모와 대등하게 여기게 됩니다. 대등하다고 여기는 존재에게 순종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렇게 부모는 자녀의 통제권을 잃습니다.

 

이때부터는 다른 부모가 필요합니다. 예수님은 하느님께 자아가 통제되지 않으면 구원에 이를 수 없음을 보여주시기 위해 세상에 오셨습니다. 예수님은 성령을 통하여 당신 뜻일 십자가에 못 박고 아버지의 뜻대로 사셨습니다. 이것이 부활의 영광에 이르는 길임을 알려주셨습니다. 그리고 당신께서 십자가에서 흘리시는 피로 우리의 자아 또한 십자가에 못 박아 당신께 순종하기를 원하십니다.

 

자아를 십자가에 못 박는 힘은 ‘성령’입니다. 예수님도 세례 때 성령을 받으시고 당신 자신을 십자가에 봉헌하시는 삶을 사셨습니다. 성령은 사랑입니다. 성령의 ‘기름부음을 받은 사람’을 ‘그리스도인’이라 합니다.(436항 참조) 인간은 성령을 주시는 이에게 통제됩니다. 성령을 받으면 십자가에 자아를 죽이던가, 아니면 성령의 불을 꺼 자아를 살릴 수 있습니다.(갈라 5,17 참조)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께서 하신 것처럼 자신의 자아를 십자가에 죽여 그 피를 또한 이웃의 자아를 못 박게 만들기 위해 뿌려야 합니다.(440항 참조) 누군가를 통제하려면 먼저 사랑을 주어야 합니다. 가축도 말을 듣게 하려면 음식을 주어야 합니다. 자녀도 부모가 사랑을 주니 부모 말을 듣는 것이지 주지 않으면 부모에게 반항합니다. ‘그리스도’는 아버지의 성령을 통해 자아의 욕구에서 벗어나 이웃을 위해 자신의 피를 뿌리고 있는 이들에게 부여되는 명칭입니다. 성령을 받아 그리스도가 되면 자신을 죽이는 십자가의 길로 나아가게 되어있습니다.(440항 참조) 성령의 불은 내 안에서 자아를 태웁니다. 자아가 타지 않으면 성령은 꺼집니다. 그리면 더 이상 그리스도인의 지위에 머물 수 없게 됩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인간은 하느님 나라에서 뱀, 즉 자아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쫓겨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다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길은 그 자아를 통제할 능력을 키우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그런데 그 자아는 혼자 힘으로는 통제가 안 되고 하느님께서 주시는 성령으로만 가능합니다. 성령은 기름입니다. 그리스도는 교회의 성사를 통해 우리 모두가 성령의 기름부음을 받아 ‘그리스도’가 되게 하셨습니다. 구약에선 기름부음을 받으면 왕이 되거나 사제, 예언자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도 성령의 힘으로 ‘왕직-사제직-예언자직’으로 세상 속에서 실천하며 살아갑니다. 성령께서 우리 자아를 불사르면 이제 이웃을 위해 자신의 피를 내어주는 ‘왕이요, 사제요, 예언자’로서 사랑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436항 참조)

 

[가톨릭신문, 2019년 9월 22일, 전삼용 신부(수원교구 영성관 관장 · 수원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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