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이 궁금해요] 성지
사도 활동지나 성인 묘소 등 신앙적 의미 지닌 장소 뜻해, 교회법적으로 ‘순례지’라 불러 성지(聖址, sanctuarium)[성ː지] 성모 마리아, 성인, 순교자 등과 관련해 교회사적으로 중요한 가치가 있는 유적지. - 제주교구 용수성지. 순교자 성월을 맞아 많은 신자들이 성지순례에 함께하며 순교자들을 기억하고 하느님을 따랐던 그들의 삶을 본받고자 노력한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성지는 ‘거룩한 땅’을 의미하는 성지(聖地 · holy land, terra sancta)가 아니다. 교회에서 ‘거룩한 땅’이라는 의미로 성지를 말할 때 지칭하는 곳은 예수 그리스도가 태어나 생활하다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고 부활한 팔레스티나 지방의 땅을 일컫는 말이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가 말하는 성지(聖址)는 ‘땅’을 뜻하는 말이 아니다. 이 말에 해당하는 라틴어 sanctuarium은 성소, 지성소, 성전 등을 일컫는 말로, ‘장소’에 가까운 의미다. 교회는 예로부터 예수의 활동이나 수난을 기념하는 장소를 구분해 불러왔다. 이 말을 우리말로 성역, 성지라는 한자말로 번역했는데, 한글 표기만 하게 되면서 성지(聖地)와 혼용되는 일이 발생했다. 성지는 예수와 관련된 장소뿐 아니라 사도들의 활동지, 순교자들과 성인들의 순교터나 묘소, 그들의 유해가 보관된 곳, 성모 발현지, 기적이 일어난 곳, 전대사와 관련된 곳, 유서 깊은 성당 등도 모두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말이다. 한편 이런 성지를 교회법적으로는 ‘순례지’라고 부른다. 교회법은 순례지, 즉 성지는 하느님의 말씀을 정성되이 전하고, 특히 성찬과 참회의 거행으로써 전례 생활을 적절하게 증진시키며 또한 승인된 대중적 신심 형태를 보급시켜 신자들에게 구원의 수단들이 더욱 풍성하게 제공돼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교회법 제1234조) 수많은 순교자들을 신앙선조로 둔 한국교회도 성지가 많은 나라 중 하나다. 각 교구는 신자들을 위해 지속적으로 성지를 개발하고 있다. 주교회의 순교자현양과 성지순례사목위원회가 올해 발간한 「한국 천주교 성지 순례」는 전국 각지에 있는 167곳의 성지를 소개하고 있다. 그중 121곳이 순교자들과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성지다. [가톨릭신문, 2019년 9월 22일,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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