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신앙 레시피] 묵주 기도
성모님과 함께 드리는 기도 로마 박해시대에 순교자들은 사자의 먹이로 끌려갈 때 머리에 장미로 엮은 관을 썼다고 합니다. 하느님께 자신을 바치기에 합당한 예의를 갖추기 위한 것이었지요. 박해를 피한 신자들은 몰래 순교자들의 시신을 거두면서 순교자들이 썼던 장미 화관을 한데 모아놓고 장미 꽃송이마다 기도를 바쳤습니다. 장미 한 송이에 기도 한 마디, 수십 송이 장미 가지에 수십 가지의 기도가 열렸습니다. 그 뒤 수도자들은 작은 돌멩이나 곡식 낱알을 알알이 꿰어 손으로 만지며 기도문을 바쳤습니다. 수백 개의 낱알이 수백 단의 기도가 되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묵주알을 굴리며 성모송을 바칩니다. 한 번의 성모송에 장미꽃 한 송이, 묵주알 낱알마다 장미꽃이 열립니다. 그래서 성모송을 바칠 때마다 한 다발의 장미(성모송 10번)를 봉헌한다고 해서 묵주기도를 ‘로사리오’(ROSARIO, 장미 꽃다발, 장미 화관)라고 부릅니다. 한 번의 주님의 기도와 열 번의 성모송, 그리고 한 번의 영광송이 묵주기도의 한 단이 됩니다. 묵주기도는 성모님과 함께 드리는 기도입니다. 우리를 구원하러 오신 예수님과 완전히 일치하신 어머니와 함께 기도를 바치는 것입니다. 성모님과 함께 그리스도를 기억하고 성모님께 그리스도를 배우며 성모님과 함께 그리스도를 닮고 성모님과 함께 그리스도께 기도하며 성모님과 함께 그리스도를 선포하는 것입니다. 묵주기도는 분명히 성모 신심의 특성을 지니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하는 기도입니다. 그 소박한 구조 속에 모든 복음 메시지의 핵심을 집약하고 있음으로 마치 복음의 요약과 같습니다. 우리는 묵주기도를 바치면서 예수님의 지상 생활 중 중요한 순간 한 가지씩을 묵상합니다. 월요일과 토요일에는 예수님 탄생, 어린 시절과 관련된 환희의 신비를, 화요일과 금요일에는 예수님의 수난과 십자가 죽음에 관련된 고통의 신비를, 수요일과 주일에는 예수님의 부활, 성령강림, 승천과 관련된 영광의 신비를, 목요일에는 예수님의 공생활과 관련된 빛의 신비를 묵상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요일 배분은, 전례가 전례 주년의 다양한 시기를 여러 색으로 채색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요일마다 영적인 ‘색깔’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요일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기도할 수 있습니다(요한 바오로 2세의 교서, 동정마리아의 묵주기도 참조).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저는 언제나 묵주기도를 바쳐 왔습니다. 저의 모든 근심을 묵주기도에 의탁하였으며, 그 안에서 저는 언제나 커다란 위안을 얻었습니다.”(성인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2019년 10월 6일 연중 제27주일(군인 주일) 서울주보 4면, 고준석 토마스데아퀴노 신부(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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