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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당에 처음입니다만32: 가톨릭 신자들은 왜 성당에 들어갈 때 물을 찍어바르나요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9-10-29 조회수2,181 추천수0

[성당에 처음입니다만] (32) 가톨릭 신자들은 왜 성당에 들어갈 때 물을 찍어바르나요


사제가 축성한 거룩한 물 ‘성수’

 

 

- 성당에 들어갈 때 입구에 놓인 성수반에서 성수를 손끝에 찍어 이마와 가슴, 양어깨에 십자 성호를 그으며 하느님의 집에 들어가기에 앞서 세상의 모든 죄스러움을 쫓아내 달라고 기도한다.

 

 

나처음 : 가톨릭 신자들은 왜 성당에 들어갈 때 물을 얼굴에 바르나요. 또 어떤 사람은 큰 통에 그 물을 받아가던데 혹시 ‘약수’인가요.

 

조언해 : 약수가 아니라 ‘성수’(聖水)! 말 그대로 ‘거룩한 물’이야. 왜 영화에서 보면 사제가 악령을 퇴치할 때 성수를 뿌리잖아. 바로 그 성수야. 성당에 들어갈 때 입구에 놓인 성수반에서 성수를 손끝에 찍어 이마와 가슴, 양어깨에 십자 성호를 그으며 하느님의 집에 들어서기에 앞서 세상의 모든 죄스러움을 쫓아내 달라고 기도해. 그래서 모든 신자가 성당에 들어설 때 성수로 십자 성호를 긋는 거야.

 

라파엘 신부 : 언해가 성수에 관해 설명을 잘해 주었구나. ‘성수’라고 부르는 이유는 사제가 하느님의 축복을 청하며 종교적인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축성해 거룩하게 된 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라틴말로는 ‘아쿠아 베네딕타’(Aqua benedicta)라고 해. 성수는 죄의 씻음을 통해 죽음의 세력을 멀리하고 영원한 생명을 얻는 세례성사의 은총을 상징하고 있단다. 오늘은 성수에 관해 자세히 알아보자.

 

먼저, 성경과 교회의 거룩한 전통이 ‘물’을 어떠한 의미로 이해하고 있는지 설명해 주마. 성경에서 물은 생명과 풍요, 죽음, 정화를 상징하고 있단다. 물은 하느님께서 우주 만물을 창조하실 때 첫 창조물이었단다(창세 1,1-2). 물은 모든 생명을 유지하는 필수조건이지.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당신 자신을 영원히 목마르지 않게 하는 물, 영원한 생명을 주는 물이라고 가르치셨지.(요한 3,10-14) 물은 반대로 죽음을 불러오기도 하지. 창세기에 나오는 ‘노아의 홍수’(창세 7장)가 대표적인 예란다. 아울러 물은 정화(淨化)를 의미하지. 구약성경 시편에는 “우슬초로 제 죄를 없애 주소서, 제가 깨끗해지리이다”(51,9)라고 노래하는 대목이 있단다. 구약의 유다인들은 정화 의식으로 우슬초로 만든 채로 물을 뿌렸단다.

 

물에 관한 이러한 성경의 의미는 교회의 정통 가르침과 전례 안에 그대로 스며들었단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생명을 얻게 되었고, 그리스도와 함께 죽음으로써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할 것이며, 그리스도를 통해 죄를 씻고 구원받아 영원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간다는 신앙 고백이 모두 물을 통한 세례성사 안에 자리 잡고 있단다.

 

가톨릭교회에서 사용하는 성수는 ‘세례수’와 ‘일반 성수’가 있단다. 세례수는 세례식 때 세례성사를 받는 예비 신자들에게 사용하기 위해 축복한다는 점에서 일반 성수와 구분된단다. 세례수는 흔히 ‘부활 성야’라고 하는 ‘파스카 성야’ 예식 때 축복했다가 세례 때에 사용하지만, 세례성사 직전에 축복해 쓰기도 해. 반면, 일반 성수는 미사 중에 또는 별도의 축복 예식을 통해 축복해서 사용한단다. 물론 세례수 역시 성수이기에 일반 성수로도 사용해요.

 

성수(세례수와 일반 성수)로 사용할 물은 자연 그대로의 깨끗한 물이어야 해. 생수, 수돗물, 샘물 등은 모두 성수로 사용할 수 있단다. 바닷물과 빗물, 눈 녹은 물도 가능해요. 단, 침이나 우유, 커피, 주스, 술 같은 것은 사용할 수 없단다. 정결함과 순수함의 의미를 드러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란다. 예전에는 성수로 사용할 물에 소금을 약간 넣어서 축복했단다. 상하지 않고 오래가도록 하기 위함이었지. 하지만 지금은 소금을 넣지 않은 채 축복해서 사용한단다.

 

일반 성수는 사람이나 사물을 축복할 때 사용해요. 미사 때 입당한 사제가 참회 예절 대신 신자들에게 성수를 뿌리는 성수 예식을 하기도 해. 주로 수도원에서 많이 볼 수 있지. 성수 뿌림 예식은 정화의 의미와 함께 신자들에게 죄에 죽고 그리스도의 생명으로 다시 태어났음을 일깨워주는 뜻도 포함돼 있단다. 또 집이나 사무실, 성물, 자동차 등을 축복할 때도 성수를 뿌려요. 이때는 정화와 축복의 의미를 지닌단다.

 

아울러 마귀를 쫓아내는 구마 예식 때도 성수를 사용한단다. 성당에 들어갈 때 성수를 찍어 십자 성호를 그으며 “주님, 이 성수로 저의 죄를 씻어 주시고 마귀를 몰아내시며 악의 유혹을 물리쳐 주소서. 아멘” 하고 기도하는 것도 정화의 의미를 담고 있단다.

 

[가톨릭평화신문, 2019년 10월 27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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