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 - 아는 만큼 보인다] 43. 동정 성모 마리아(「가톨릭 교회 교리서」 484~511항)
성령으로 잉태하려면 동정이어야 한다 어떤 의사 부부가 있었습니다. 개신교에서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다가 성당에서 세례를 받게 되었습니다. 세례식을 마치고 첫 영성체를 하면서 자매님이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남편은 창피한 마음에 왜 그러느냐고, 그만 좀 울라고 핀잔을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자매님이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제가 개신교 다니면서 예수님의 살과 피가 성경말씀인 줄로만 알고 평생을 살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전 처음으로 진짜 예수님의 살과 피를 먹고 마셨는데 어떻게 눈물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성체를 영하며 눈물이 나는 내가 이상한 것인지, 그냥 받아 모시고 앉아있는 신자들이 이상한 것인지 저는 모르겠어요.” 성체를 영한다고 다 구원에 이르지 않습니다. 감동하는 사람만 구원에 이릅니다. 믿으면 감동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모든 성사는 그 성사를 배령하는 각자의 ‘믿음’에 따라 효과가 다르게 나타납니다. 우리 안에 예수님께서 살아계시게 만드는 것은 우리 각자의 믿음입니다. 예수님께서 성모님에게 잉태되실 수밖에 없으셨던 이유가 이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믿음이 있는 사람 안에서만 사실 수 있으십니다. 믿음이 있다면 그 사람이 하느님의 성전이 되고 믿음이 없다면 뱀의 소굴이 됩니다. 성모 마리아만이 하느님을 온전히 당신 태중에 간직할 수 있는 흠 없는 믿음을 지니셨던 분입니다. 죄가 믿음을 갉아먹습니다. 죄를 일으키는 것이 자아입니다. 뱀이 자아입니다. 뱀은 세속, 육신, 마귀의 욕구를 자아내어 자신이 하느님이 되려 합니다. 돈이 많아야, 쾌락을 추구해야, 다른 사람들보다 경쟁우위에 서면 하느님처럼 된다고 믿게 만듭니다. 그래서 뱀에 유혹된 인간의 첫 조상은 선악과를 소유하려 하였고, 선악과를 먹었으며, 하느님 말씀보다 자신의 생각을 더 믿었습니다. 자신을 믿을수록 하느님께 대한 믿음이 줄어듭니다. 인간은 그렇게 믿음을 잃고 하느님을 저버렸습니다. 이것을 ‘원죄’라 합니다. 성모 마리아는 원죄에서 자유로우셨습니다. 그 이유는 ‘영원으로부터’ 하느님께서 구원을 위해 미리 마련해 놓으신 분이시기 때문입니다.(488항 참조) 하느님께서는 모르는 것이 없으셔서 하와의 죄를 미리 알고 계셨고 이를 극복할 방법도 미리 예비해 놓으셨는데 그 분이 성모 마리아이신 것입니다.(489항 참조) 만약 성모 마리아가 아담과 하와에게서 원죄를 물려받으셨다면 예수님을 잉태하실 수 없으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구세주의 어머니가 되리라는 하느님에게서 받은 이 위대한 임무에 맞갖게 원죄에서 자유로우셨던 것입니다.(491항 참조) 원죄는 성욕을 통해 전달됩니다.(404.419.1865항 참조) 성관계는 그 자체로 욕정이 개입되어 그 행위 안에 죄가 스며듭니다. 성모 마리아는 그래서 인간의 육정으로부터 자유로우셔야 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성모 마리아의 원죄 없으심은 평생 동정성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성모 마리아는 당신의 온전한 믿음이 죄에 물들지 않게 하시기 위해 평생 동정을 지키셔야 했습니다. 성모님의 평생 동정성은 하느님을 향한 신부의 순결함을 상징합니다. 성모 마리아의 이 동정성은 “어떠한 의혹도 섞이지 않은” 신랑을 향한 신부의 믿음의 표지입니다.(506항 참조) 성모 마리아는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는 것을 믿으셨습니다. 하와는 하느님의 자비를 믿지 않아 자기 스스로의 힘으로 ‘하느님처럼’ 되려고 선악과를 따먹었습니다. 반면 마리아는 하느님께서 이미 당신을 ‘하느님의 어머니’(495항 참조)가 되게 하시기로 마음먹으셨음을 믿었습니다. 이 믿음은 성모님의 평생 동정을 통해 유지되고 강화되어 그리스도를 잉태하여 하느님과 하나가 되는 원동력이 된 것입니다. 따라서 성모 마리아께서 성령으로 아드님을 잉태하실 때 보여주신 믿음과 우리 각자가 성체를 영하며 그리스도를 우리 안에 모실 때의 믿음이 별개일 수 없습니다. 성체를 영할 때 우리가 드리는 “아멘!”은 순결하신 성모 마리아의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의 연속입니다. 이런 면에서 마리아는 그 믿음으로 “교회의 전형”이 되십니다. 성모 마리아가 이 믿음을 지키시기 위해 평생 동정을 지키신 것처럼 우리도 죄를 멀리해야 합니다. 교회는 성모 마리아처럼 “신랑에게 바친 믿음을 온전하고 깨끗하게 지키는 동정녀인 것입니다.”(507항) 이렇게 성모 마리아는 그리스도와 일치하는 모든 ‘살아있는 이들의 어머니’가 되십니다.(494항 참조) [가톨릭신문, 2019년 11월 3일, 전삼용 신부(수원교구 영성관 관장 · 수원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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