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 - 아는 만큼 보인다] 44. 그리스도의 생애(「가톨릭 교회 교리서」 512~521항)
그리스도의 생애에서 ‘사랑’ 볼 수 있을 때 내가 변화된다 제가 어렸을 때 집이 가난하여 일주일 정도를 라면만 먹으며 살아야 했던 적이 있습니다. 며칠 동안 라면만 먹으니 냄새가 나서 더 이상 먹을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에게 투정을 부렸더니 어머니는 젓가락을 빼앗았고 저는 저녁을 굶은 채 울면서 잠이 들었습니다. 어느 날 밤 희미한 촛불에 비춰진 아버지 발의 엄청나게 큰 굳은살과 어머니의 비뚤어진 발가락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토록 부모님이 고생하시는 것에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그런 부모님의 고생이 하다못해 라면 속에도 들어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반찬 투정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 안에서 부모님의 살과 피를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보이는 것 안에 보이지 않는 사랑이 담겨있는 것을 보게 될 때 우리는 그것을 ‘신비’라고 부릅니다. 부모님의 사랑이 담긴 라면은 신비로운 힘이 있었습니다. “그리스도의 전 생애도 신비입니다.” 그 안에 인간을 향한 사랑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그 신비 안에서 우리를 향한 사랑을 볼 수 있으면 그 신비가 우리를 변화시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신앙(믿음)으로 예수님께서 누구신지 알아보게 되었습니다.”(515항) 그 신비를 알아보면 그 힘이 나를 그리스도로 변화시킵니다. 예수님의 생애가 담긴 신비가 바로 성체입니다. 성체가 예수님의 사랑의 표현이기 때문에 성체에서 예수님을 보면 예수님에게서 하느님의 사랑도 볼 수 있습니다. 신앙인은 성체 안에서 그리스도를 보게 되고,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 아버지를 보게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요한 14,9)라고 하시며 당신이 아버지의 ‘계시’임을 밝히셨습니다. 신비는 사랑을 계시합니다. 아버지가 사랑이십니다. 성체가 그리스도임을 믿고 그리스도께서 아버지이심을 믿을 때 그 사랑의 신비는 나를 변화시킵니다.(516항 참조) 성체 안에서 우리는 또 무엇을 발견합니까? 우리의 죄를 발견합니다. 그리스도는 우리 죄를 대신 보속하시기 위해 십자가에 달리셨습니다. 이 죽음으로 흘리시는 피와 당신 살이 곧 우리 죄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의 전 생애는 ‘속량의 신비’가 됩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병고를 떠맡고 우리의 질병을 짊어지셨습니다.”(마태 8,17)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 우리 죄를 발견할 때만 그분의 사랑이 나를 변화시킵니다. 만약 고해성사 때마다 나의 가족의 팔을 하나씩 잘라야 한다면 누가 죄를 더 지을 수 있겠습니까? 그분의 죽음은 곧 우리의 죗값입니다. 그리스도는 우리 죄를 대신해 매 성사 때마다 우리 대신 십자가에 매달려 죽으십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 죄를 발견할 수 있을 때 우리가 비로소 죄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됩니다.(517항 참조) 마지막으로 성체 안에서 우리는 우리가 닮아가야 할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실제로 성체는 우리와 하나가 됩니다. 성체가 우리 안으로 들어오지만 우리가 또한 성체 안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성체의 힘 안에 살게 되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예수님은 구원하실 모든 사람들을 당신 안에 품으셨습니다. 이것을 ‘총괄실현’(recapitolatio)이라 합니다. 예수님의 전 생애는 곧 우리의 전 생애가 됩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셨다면 우리 또한 십자가에 달려야하고, 예수님께서 승천하셔서 영광을 받으신다면 우리도 그렇게 될 것입니다. 내가 예수님의 사랑과 하나가 되어 나도 그 삶을 그대로 실천할 때 예수님과 같이 살게 됩니다. “그러므로 아담으로 잃은 것, 곧 하느님을 닮은 모습을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되찾게 됩니다.”(518항) 이렇듯 예수 그리스도 삶의 신비는 우리를 변화시켜 우리 또한 새로운 그리스도의 신비가 되게 만듭니다. 이는 믿음을 통한 그리스도와 친교를 이루게 될 때 가능합니다. 라면 안에서 부모의 사랑을 발견할 때 더욱 깊이 부모와 친교를 이루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믿고 받아들이면 그분을 보내신 아버지와의 더 깊은 친교가 이루어집니다. 그러면 우리 또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계시하는 새로운 신비가 됩니다. 우리 각자가 그리스도의 계시가 될 때 우리는 그리스도의 구원 신비에 참여하게 됩니다.(521항 참조) 그리스도 안에서 끊임없이 사랑을 발견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스도를 더 사랑할수록 그분의 사랑에 참여하여 이웃을 더 사랑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스도의 생애는 내가 따라야하는 유일한 구원의 길입니다. [가톨릭신문, 2019년 11월 10일, 전삼용 신부(수원교구 영성관 관장 · 수원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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