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와 이웃 종교] (22) 종교 간 대화를 하면 선교할 필요가 없나요
개종 목적의 대화 아니지만 선교 배제 안 해 종교 간 대화의 상대는 누구인가요 그리스도인이 아닌 모든 종교인이 종교 간 대화의 상대이다. 가톨릭교회는 이전에 이들을 ‘비그리스도인’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입장을 바꾸어 가톨릭 신자가 다른 종교인으로부터 비불교인이나 비무슬림 또는 비힌두교인 등으로 불린다면 어떤 느낌을 받겠는가? 이러한 이유에서 가톨릭교회는 비그리스도인이라는 호칭이 그리스도교를 기준으로 이웃 종교인을 평가하는 표현임을 알게 됐다. 그래서 ‘비그리스도교’ 대신 ‘다른 종교’라는 표현을 사용하게 되었고, 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나라에서는 1998년부터 ‘이웃 종교’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종교 간 대화를 하면 선교할 필요가 없나요 그리스도인은 이웃 종교인을 한 분이신 하느님으로부터 창조된 인류 가족으로 인정하며, 모든 인간을 사랑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 그들을 사랑하고 그들의 종교를 존중하는 법을 배운다. 이 과정에서 그리스도인은 이웃 종교인들에게 복음을 알리는 동시에 이웃 종교가 가진 가치를 인정하고 증진하는 일을 병행한다. 그리스도인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그에 대한 체험을 나누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신앙과 삶을 증언하는 동시에 이웃 종교 안에 있는 가치를 인정하고 보존하며 발전시킨다. 종교 간 대화는 이웃 종교인의 개종을 목적으로 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선교 활동을 배제하지도 않는다. 종교 간 대화와 선교는 어떻게 다른가요 가톨릭교회는 신자들에게 이웃 종교와 대화하기를 권하는 동시에 모든 사람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할 그리스도인의 사명을 강조한다. 하느님을 완전히 계시하신 예수님의 복음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그들과 자신의 신앙 체험을 나누려는 열망에서 복음을 증언하는 행위가 선교라면, 종교 간 대화는 하느님의 빛을 반영하고 있는 이웃 종교의 참되고 귀중한 가치를 발전시키는 데 협력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행위는 모두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실현된 하느님의 구원 사업에 협력하는 것이며, 각기 대체될 수 없는 고유한 역할로 상호 보완된다. 종교 간 대화에 어떤 유형이 있나요 첫째 유형은 삶의 대화이다. 이웃 종교인들과 일상에서 서로의 기쁨과 슬픔, 고민과 관심을 나누는 이웃으로 함께 살아가면서 대화를 실천한다. 둘째 유형은 활동의 대화이다. 지역 사회 문제의 해결 또는 인간 발전과 해방이라는 보편적인 공동선을 실현하고자 많은 종교인이 어떤 형태로든 협력하고 있다. 기아와 질병, 가난과 문맹, 환경과 난민 문제를 해결하려는 종교인들 사이의 협력은 활동을 통한 대화에 속한다. 셋째 유형은 학문적인 유형이다. 각 종교의 전문가들이 이웃 종교의 신념과 교리를 지성적인 차원에서 이해하고자 노력하며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넷째 유형은 영성적인 대화이다. 이를 통해 이웃 종교인들은 기도와 명상, 묵상과 수행 등 하느님이나 절대자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체험한 영적 풍요로움을 서로 나눈다. ※ 이 난은 주교회의 교회 일치와 종교 간 대화위원회가 펴낸 「한국 천주교와 이웃 종교」를 정리한 것입니다. 저작권은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 있습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9년 11월 24일, 정리=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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