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에 처음입니다만] (37) 성경에 나타난 수의 의미가 궁금해요
하느님 세상 보여주는 성경 속 숫자들 - 성경은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보여주는 표징으로, 각 숫자마다 의미와 상징이 다르다. 그림은 ‘전능하신 그리스도와 열두 제자들’ 12세기, 템페라, 카타루냐 예술 박물관, 스페인. 나처음 : 성경을 읽기 시작했는데 상징과 비유가 많은 것 같아요. 특히 숫자가 상징하는 의미가 너무 궁금해요. 조언해 : 저도 사실 성경에서 말하는 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몰라요. 처음이가 성경에 나오는 여러 수에 관한 의미를 물었을 때 사실 당황했어요. 신부님 저도 궁금해요. 라파엘 신부 : 성경을 읽어보니 궁금해지는 게 많아지지. 성경은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보여주는 표징이라 할 수 있지. 그래서 성경 그 자체가 전부 하나의 거룩한 상징이라 해도 틀린 표현은 아닐 거야. 오늘은 처음이와 언해가 궁금해하는 성경 속 수의 의미에 관해 설명해 주마. 어느 나라든, 어느 민족이든, 또 어느 문화든 수에 관한 제 나름의 의미를 지닌단다. 우리가 이삿짐센터 하면 ‘2424’, 배달서비스센터는 ‘8282’, 성당 전화번호는 ‘1004’를 떠올리는 게 좋은 예지. 이처럼 성경에도 각 수가 드러내는 고유한 뜻과 상징이 있단다. 먼저 ‘1’은 한 분이신 하느님을 가리키는 수란다. 또 모든 것의 근원을 드러낼 때도, ‘일치’를 표시할 때도 하나를 사용하지. ‘2’와 ‘둘’는 분열을 상징해. ‘하나’가 무너졌기 때문이야. 인간이 범한 죄의 결과로 선과 악, 삶과 죽음 등 모든 것이 둘로 갈리어 세상에 분열이 생겼다고 성경은 말하고 있지. 그 전형적인 예가 바로 창세기에 나오는 바벨탑 이야기야. 그때까지 온 세상 사람들이 모두 하나의 말을 사용했는데 오만의 결과로 온갖 언어가 생겨나고 서로 알아들을 수 없게 됐다고 성경은 말하고 있지. 그래서 원래의 ‘하나’를 되살리는 게 구원의 목적이야. ‘3’과 ‘셋’은 성경에서 정말 중요한 수로 등장해. 셋은 시작과 마침을 상징해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가리키는 수이기도 하지. 그래서 성경에서 3은 ‘하느님의 세계’를 말하는 수야. ‘4’와 ‘넷’은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전 우주, 온 세상을 표시해. “강 하나가 에덴에서 흘러나와 동산을 적시고 그곳에서 갈라져 네 줄기를 이루었다”(창세 2,10)는 말씀과 하느님의 옥좌 둘레에 네 마리 생명의 모습(에제 1,1-14; 묵시 4,6)이 4의 의미를 잘 보여주고 있단다. 또 마태오, 마르코, 루카, 요한의 네 복음서는 예수님의 기쁜 소식을 온 세상에 전하는 구원의 표징이란다. ‘5’와 ‘다섯’는 구분의 수란다. 마태오복음에는 5명의 슬기로운 처녀는 등잔 기름을 준비하고 신랑을 기다리지만, 어리석은 다섯 처녀는 그렇지 못해 혼인 잔치에 들어가지 못하는 비유(25,1-13)가 있지. 또 십계명 중 다섯 가지는 하느님께 대한 계명, 나머지 다섯은 인간관계에서 지켜야 할 계명으로 구분된단다. ‘6’과 ‘여섯’은 성경에서 모자람을 뜻해. 한 마디로 나쁜 수이지. 그래서 요한 묵시록은 세상 마칠 때에 그리스도인들을 박해하는 가장 나쁜 인물에게 6을 세 차례나 겹쳐서 666으로 표현하고 있단다.(13,18) ‘7’과 ‘일곱’은 성경 안에서 중요한 수란다. 하느님께서 천지 창조를 마치시고 이렛날에 쉬시면서 복을 내리고 그날을 거룩하게 하셨기에 7은 복된 수란다.(창세 2,3) ‘3’이 하느님의 세계를, ‘4’가 온 세상을 드러낸다고 했지. 3과 4를 합친 7은 하느님과 온 세상을 합친 ‘완성’을 드러내고 있지. 그래서 교회 안에 일곱 성사가 있는 거야. ‘8’과 ‘여덟’은 성경에서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는 수야. 예수님께서는 한 주간의 여드레째 날인 주일 아침에 부활하셨단다. 이 여덟째 날이 바로 주님을 통해 하느님과 인간이 새롭게 맺은 구원의 첫날이야. ‘9’와 ‘아홉’은 성경에서 ‘6’ 못지 않게 불길한 수란다. 9는 주님이신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시간이야.(마태 27,45-56) ‘9’는 또 회개의 의미가 있단다. 은전 한 닢을 잃어버린 여인의 비유(루카 15,8-10)에 잘 드러나요. ‘10’과 ‘열’은 성경에서 십계(十界)의 수란다. 십진법을 사용한 이스라엘 백성들은 땅에서 수확한 것의 십 분의 일을 하느님께 바쳤지.(레위 27,30) ‘12’와 ‘열둘’는 성경에서 ‘7’에 못지 않은 중요한 수란다. 야곱의 12 아들이 이스라엘 12 부족의 시조였고, 주님께서는 제자 중 교회의 책임자로 12명을 뽑으셨지. 이처럼 12는 하느님 백성의 수라고 이해하면 돼. [가톨릭평화신문, 2019년 12월 1일, 리길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