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에 처음입니다만] (38) 교무금이 뭔가요
하느님과 가난한 이웃 위한 예물 ‘교무금’ - 교무금은 ‘교회 유지비’로 교구와 본당 운영, 사목, 선교 및 교회 직원 생활비 등에 사용된다. 나처음: 주일에 성당을 갔는데 안내지에 미납 교무금을 상환하라는 글이 몇 주 째 실려 있더라고요. 도대체 교무금이 뭔가요. 조언해: 요즘 성당에서 교무금뿐 아니라 감사 헌금, 본당 신부님 영명 축일 물적 예물, 성전 건립 기금 등 돈 내라는 공지가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왜 성당에 와서조차 돈 돈 돈 얘기를 들어야 하는지 사실 많이 속상해요. 라파엘 신부: 경기 침체로 살림살이가 팍팍한데 성당에 와서조차 돈 이야기가 나오니 마음이 몹시 상한 모양이구나. 성당에 봉헌하는 돈은 대가성으로 주고받는 것이 아님을 꼭 알아야 해. 하느님의 은총을 돈으로 살 수 없는 거잖니! 이 돈은 하느님과 가난한 이웃을 위한 ‘예물’임을 먼저 인식해야 해. 하느님을 위한 예물이라는 뜻은 하느님으로부터 모든 것을 받았기에 그분께 감사를 드리는 것이야. 그래서 봉헌금은 하느님을 위해 일하는 교회를 위해 사용된단다. 또 가난한 이웃을 위한 예물이라는 뜻은 그 예물이 사회 약자를 위한 자선 활동을 위해 건네지기 때문이란다.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느님의 명에 의해 소출의 10분의 1을 하느님께 봉헌했단다. 이를 ‘십일조’라고 해. 주님께서 세우신 교회도 초대 때부터 신자들이 봉헌한 예물로 교회를 유지하고 가난한 이들을 도와왔지. 그래서 봉헌금은 하느님께 바치는 감사의 표시이며, 가난한 이웃을 위해 바치는 희생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지. 따라서 각자 봉헌 예물을 낼 때에는 자발적이고 기쁜 마음으로 자신을 온전히 하느님께 봉헌한다는 뜻으로 형편에 맞게 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 남의 눈을 살피며 마지못해 내는 것은 예물을 드리지 않는 것만 못한 거야. ‘교무금’은 한 마디로 ‘교회 유지비’라고 이해하면 돼. 신자들은 하느님을 경배하고, 선교와 사목 활동, 가난한 이들을 위한 자선 활동, 교역자들의 생활비 등 교회가 필요로 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도울 의무가 있단다.(교회법 222조) 또 지역 교회법이라 할 수 있는 「한국 천주교 사목 지침서」도 “신자들은 주교회의나 교구의 규정에 따라 교무금, 주일 헌금, 기타 헌금과 모금 등으로 교회 운영 활동비를 부담해야 한다”(165조)고 규정하고 있단다. 이처럼 교무금은 교구와 본당 운영과 사목, 선교, 자선 사업, 교회 시설 유지와 사제 및 교회 직원 생활비 등에 사용된단다. 각 본당에서 해마다 모은 교무금과 주일 헌금을 합친 일정 액수를 교구에서 취합해 그 교구를 위해 사용하고 있는 것이지. 이러한 전통은 이미 초대 교회 때부터 찾아볼 수 있단다. 바오로 사도가 예루살렘 사도 회의에서 합의된 결정(갈라 2,9 이하)에 따라 예루살렘 교회를 위해 헌금을 모아(1코린 16,1-4) 전달했지. 초대 교회 신자들은 예루살렘 교회와의 일치를 위해 헌금을 바치는 것을 의무라고 생각했단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교무금은 교회의 일치와 친교를 위한 거룩한 활동이라고 이해할 수 있단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교회가 더 가난한 공동체를 돕고, 또 선교를 위해 서로 나누는 것은 교회의 아름다운 전통이라고 할 수 있지. 한국 교회에서 교무금 제도는 사제가 부족해 신자들이 공소를 유지하기 위해 내던 헌금인 ‘공소전’(公所錢)에서 비롯됐단다. 공소는 본당 사제가 상주하지 않고 순회하며 사목하는 본당 내 한 구역 신자들의 공동체를 말해. 본당보다 작은 교회 단위로 사제가 없는 신자들의 신앙 공동체 장소라고 이해하는 게 더 쉽겠지. 교무금은 개인이 아니라 신자 가정 단위로 매달 얼마를 낼 것인지 책정해요. 가정 총수입의 얼마를 교회를 위해 사용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인데 통상 ‘30분의 1’ 즉 한 달 30일 중 하루 수입금을 하느님께 바친단다. 이를 삼십일조라고 해요. 교무금은 신자들의 의무인 만큼 충실히 정성스럽게 바치는 것이 건전하고도 올바른 신앙생활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겠지. 하느님의 자녀로서 할 도리를 다한다는 그런 뜻이야. 교회와 가난한 이웃을 위해 밀린 교무금을 꼭 챙기길 바라요. [가톨릭평화신문, 2019년 12월 8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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