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와 이웃 종교] (25 · 끝) 정의 실현을 위해 여러 종교가 연대하는 이유
정의 실현은 모든 종교의 사회적 공동 과제 가톨릭 신자로서 우리나라 전통 종교와 대화를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나요 우리나라의 무속 신앙과 토착 종교인 불교, 도교, 유교는 긴 세월 동안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 방식, 생활 양식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성숙한 그리스도인이 되려면 가톨릭 신자들은 전통 종교의 가르침과 복음 말씀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아야 한다. 사람을 사랑하는 유교의 인(仁) 사상, 인간을 포함한 세상 모든 생명에 대한 불교의 자비, 인간의 고통과 아픔에 대한 무속의 연민, 도교의 자연 친화적 사상 등은 그리스도교 신앙에 반대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 신앙을 풍부하게 해 준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전통 종교는 죽음 이후의 삶과 이 세상의 삶의 의미에 대해 그리스도교와 다르게 가르치기도 한다. 이러한 요소는 복음의 빛을 통해 비판적으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사형 제도 폐지를 위해 여러 종교가 한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공권력은 인권과 사회 규범을 손상시키는 범죄 행위를 억제하고자 범죄자에 대해 형벌을 부과할 의무와 권리가 있다. 오랫동안 사형 제도는 일부 중대 범죄에 대한 적합한 대응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그러나 사형 제도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사형 제도가 범죄 예방 효과가 있는지 의문시되며, 사법 제도의 오판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살인자라고 할지라도 그의 존재 전체가 그의 범죄 행위만을 기준으로 판단을 받아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의 여러 종교는 일찍이 사형 제도를 폐지하려고 노력해 왔고, 2000년 이후에는 범종교적 차원에서 기도 모임, 정부와 대화 등 다양한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사형 집행을 중지하고 있기에, 2007년 이후 사실상 사형 폐지 국가의 대열에 있다. 사형 제도에 대한 국민 정서의 변화에 도움이 되도록 가톨릭 신자들과 이웃 종교인들은 적극적 연대와 협력에 초대받고 있다.
정의 실현을 위해 여러 종교가 연대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정의는 마땅히 하느님께 드릴 것을 드리고 이웃에게 주어야 할 것을 주려는 지속적이고 확고한 의지이다. 여러 사람이 함께 살고 있는 사회에서 누구나 자신이 당연히 받아야 할 것을 받을 수 있을 때 정의가 보장된다. 그런데 사람들에게는 나이와 역량과 분배된 부에 따라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개인 차이는 사회 구성원 사이의 불평등을 고착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것을 필요한 사람들과 나눔으로써 한 사회 전체가 풍요로워지기를 원하시는 하느님의 계획이다. 이와 같이 정의의 실현은 사랑의 실천과 깊게 연결돼 있다. 어떤 종교를 따르든지 한 사회 안에 살고 있는 이들은 모두 정의 실천의 공동 과제가 있다. 가톨릭 신자들은 사랑의 계명이나 자비의 실천 등 자신의 신앙으로부터 사회 정의를 실현하고자 이웃 종교인들을 비롯한 모든 사회 구성원과 협력하도록 요청받고 있다. ※ 이 난은 주교회의 교회 일치와 종교 간 대화위원회가 펴낸 「한국 천주교와 이웃 종교」를 정리한 것입니다. 저작권은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 있습니다. 아울러 「한국 천주교와 이웃 종교」를 연재할 수 있도록 허락한 주교회의 교회 일치와 종교 간 대화위원회와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애독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9년 12월 15일, 정리=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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