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18~25일) - 정교회에 대해 알아보자
한 뿌리에서 갈라진 ‘정교회’, 가톨릭과 닮은 듯 달라 - 프란치스코 교황과 동방 정교회 바르톨로메오스 총대주교가 지난해 바티칸 교황궁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CNS 자료 사진] 예수님께서는 하나의 교회를 세우시고 당신을 믿고 따르는 제자들이 모두 하나가 되도록 해 달라고 기도하셨다.(요한 17,21 참조)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리스도교는 크게 가톨릭과 정교회, 개신교로 갈라져 있다. 1054년 파문을 계기로 동(정교회)ㆍ서(가톨릭)방 교회로 나뉘었고, 1517년 프로테스탄트 운동으로 가톨릭과 개신교로 분열되었다. 이중 가장 닮은 교회가 바로 가톨릭과 정교회이다. 2020년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1월 18~25일)을 맞아 정교회에 관해 알아본다. 정교회는 어떤 교회인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체험한 사도들은 오순절 때 성령 강림으로 교회를 설립하고 예루살렘과 유다, 사마리아와 땅끝에 이르기까지 ‘예수께서 구세주이심’을 증언하기 시작했다.(사도 1,8 참조) 순교를 두려워하지 않은 사도들의 헌신적 선교 활동으로 교회는 땅끝까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할 수 있었다. 예수님께서 세우신 교회는 하나이고 거룩하고 보편되며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교회이다. 교회는 하나의 신앙과 하나의 거룩한 전통을 1000년 이상 이어왔다. 하지만 1054년 교회가 동서로 분열되면서 동방 교회는 스스로 동방 전통의 계승자임을 선언하고, 스스로를 ‘정교회(正敎會, Ορθοδοξη Εκκλησα-오르토독세 에클레시아)라고 불렀다. 우리말로 ‘바른 종교’라는 뜻의 정교는 헬라어로 ‘Ορθοδοξια’(오르토독시아)라고 하는데 성경과 성전에 나타나 있는 참된 신앙과 참된 전통을 이단과 구별해 영적으로 계승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동ㆍ서방 교회의 차이점
1. 성경 가톨릭은 구약 46권, 신약 27권 등 모두 73권을, 정교회는 구약 43권, 신약 27권 등 총 70권, 개신교는 구약 39권, 신약 27권 등 66권만을 경전으로 인정하고 있다. 교회마다 이렇게 경전으로 인정하는 성경 수가 다른 이유는 구약성경의 어떤 책들을 경전으로 받아들였느냐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가톨릭교회는 39권의 히브리어 성경과 토빗기, 유딧기, 마카베오기 상ㆍ하권, 지혜서, 집회서, 바룩서 등 헬라어로 쓰인 7권을 더해 총 46권을 구약성경 경전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에 반해 정교회는 히브리어 성경에 토빗기, 유딧기, 지혜서, 집회서만 더해 43권 구약성경을 경전으로 쓰고 있다. 개신교와 유다교는 히브리어 성경 39권만 구약성경으로 인정한다 구약성경의 경전이 서로 다른 이유는 초대 그리스도교가 헬라어 구약성경인 칠십인역을 표준 성경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가톨릭교회는 이 칠십인역을 구약성경 경전으로 받아들였지만, 개신교와 유다교는 헬라어 7권의 성경을 경전에 포함하지 않은 것이다. 2. 삼위일체론 가톨릭교회는 성령께서 “성부와 성자에게서 발하신다”고 고백하는 반면 정교회는 “성부로부터 발하시며, 그리스도는 성령을 보내신다”고 믿는다. 그리고 정교회는 ‘니케아-콘스탄티노플 신경’ 외 가톨릭교회가 사용하는 ‘사도 신경’과 ‘아타나시오 신경’을 보편 공의회에서 선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는다. 3. 원죄론 정교회는 원죄가 인간에게서 하느님의 은총을 완전히 앗아갔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원죄로 인간은 죽을 운명을 자동으로 물려받았으나 아담의 죄를 물려받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정교회는 가톨릭교회와 같이 인간 스스로의 노력만으로 원죄를 결코 깨뜨릴 수 없다고 동의한다. 인간 스스로 원죄를 극복할 수 없기에 구세주께서 인간으로 오신 것이다. 4. 교황의 수위권과 무류권 정교회는 교황의 수위권과 무류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정교회는 오로지 교회의 무류성을 강조한다. 정교회는 공번된 교회는 잘못할 수 없으며 전혀 타락할 수 없다고 가르친다. 5. 성모 마리아 교의 정교회는 성모 마리아에 대해 ‘하느님의 어머니’이시며 ‘동정녀’이심을 고백한다. 하지만 성모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와 ‘승천’ 교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지만 원죄 없으신 잉태가 이단이라고까지는 말하지 않는다. 정교회는 ‘성모 승천’을 말하지 않고 ‘성모 안식’으로만 표현하고 있다. 6. 세례ㆍ견진성사 정교회는 가톨릭교회와 마찬가지로 일곱 성사를 인정한다. 그리고 세례와 견진, 성체성사를 입문 성사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이한 것은 “어린이들을 그냥 놓아두어라.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마라. 사실 하늘나라가 이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마태 19,14)라는 주님의 말씀에 따라 유아 세례 때 견진과 성체성사를 함께 집전한다. 따라서 가톨릭교회처럼 일정 나이가 돼야 첫 영성체를 하는 예식은 없다. 또 세례 예식은 온몸이 물에 잠기는 ‘침수’를 고수한다. 정교회는 세례성사 집전자는 반드시 세례받은 자라야 한다고 명시한다. 또 사제가 견진성사를 집전한다. 7. 성체성사 정교회는 가톨릭과 달리 누룩이 든 빵으로 성체를 축성한다. 또 양형 영성체를 하고, 엄격한 공복제를 시행해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난 후 성체를 모시기까지 먹거나 마셔서는 안 된다. 정교회는 성체 강복이나 성체 현시 예식은 없다. 8. 고해성사 정교회는 보통 6~7살부터 고해성사를 하도록 인도한다. 별도의 고해소는 없다. 개방된 장소에서 십자가와 이콘, 성경이 놓여있는 책상을 마주하고 사제와 고해자가 서서 고해 성사를 한다. 9. 성품성사 정교회의 주요 성직은 주교, 사제, 부제직이다. 사제는 ‘백색’(기혼)과 ‘흑색’(수도) 사제로 구분된다. 서품 전에 이를 결정한다. 수품 후에는 결혼이나 재혼을 할 수 없다. 주교는 독신 성직자 중에서 선발한다. 10. 혼인성사 정교회는 한번 혼인하면 일생 그 서약을 풀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이혼은 죄와 악으로 선고한다. 하지만 정교회는 죄에 대한 구제와 자애의 행위로 재혼을 허락한다. 그러나 두 번째 혼인은 첫 번째와 결코 같을 수 없어 재혼 예식은 참회의 예절로 거행한다. 정교회 교회법은 세 번째 결혼까지는 허용하지만 네 번째는 완전히 금하고 있다. 또 정교회는 산아제한과 피임약 사용 등을 금하고 있다. 11. 병자성사 정교회에서는 가톨릭의 병자성사를 ‘성유성사’라고 한다. 죽을 위험에 있든 없든 아픈 이 누구에게 성유성사를 베풀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0년 1월 19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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