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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55: 하느님의 구원 계획(599~605항)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2-01 조회수2,096 추천수0

[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 - 세상의 빛] 55. 하느님의 구원 계획(「가톨릭 교회 교리서」 599~605항)


후회 없는 삶 살려면 ‘십자가의 길’ 선택해야

 

 

아프리카의 어떤 지역에는 결혼을 앞둔 처녀들이 행하는 한 가지 행사가 있다고 합니다. 그것은 많은 처녀들이 옥수수 밭에 한 고랑씩 맡아 그 고랑에서 제일 크고 좋은 옥수수 한 개씩을 따오는 일인데, 제일 크고 좋은 옥수수를 딴 처녀가 그날의 승리자가 됩니다. 그런데 한 가지 규칙이 있습니다. 한번 지나친 곳은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오직 앞만 보고 가다가 마음에 드는 옥수수 하나만을 선택해야 합니다. 한 번 땄으면 도중에 좋은 것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딸 수도 없습니다.

 

기이한 것은 제일 좋은 옥수수를 따러 들어간 처녀들은 한결같이 풀이 죽은 모습으로 못나고 형편없는 옥수수 하나만을 들고 나온다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뒤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행사를 하는 이유는 인간의 선택이 그렇게 현명할 수 없음을 깨닫게 하기 위함입니다. 자신이 선택한 반려자보다는 신이 선택해준 반려자가 최선일 수 있음을 알게 하기 위함입니다. 인간은 시간과 공간의 한계 내에서 항상 불완전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반면 백화점에서 옷을 고르는 사람은 백화점 내 대부분의 옷가게를 한 번은 훑어본 다음 눈에 찍어두었던 것을 사기 위해 다시 돌아갑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의 역사에 개입하시는 것도 같은 방식입니다. 인간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아 한 번 지나간 시간을 다시 역행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는 시간의 모든 순간이 실제적으로 현재입니다.”(600항) 그러니 인간보다 훨씬 유리한 상황에서 역사에 개입하실 수 있으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담과 하와가 죄를 저지를 것을 미리 내다보셨습니다. 그래서 이미 구원자를 마련하셔서 제 때에 보내실 계획을 하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죽음과 부활은 이미 세상 창조 이전부터 하느님의 계획안에 있었습니다. 그리스도의 죽음은 불행한 상황들 때문에 생겨난 우연의 결과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미리 정하신 계획과 예지에 따라” 성취된 일입니다.(599항 참조)

 

하느님께서 ‘예정’의 영원한 계획을 수립하실 때 거기에는 당신 은총에 대한 각 사람의 자유로운 응답도 포함됩니다.(600항 참조) 역사의 주인공은 인간입니다. 역사는 인간의 자유의지대로 흘러갑니다. 그래서 세상이 멸망으로 끝날 수도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침해하실 수 없는 유일한 것은 인간의 ‘자유’입니다.

 

장 칼뱅과 같은 개신교 신학자들은 이 ‘예정’을 잘못 이해하여 인간의 자유의지까지도 하느님께서 침해하시면서 역사를 이끌어나가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하느님께서 아담과 하와도 죄를 짓도록 창조하셨고 어떤 이들은 처음부터 지옥에 가도록 계획하셨다는 말이 됩니다. 하느님을 공평하지 않으신 분, 악한 분으로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구원 계획을 이루시기 위하여 당신 좋은 계획을 제시하십니다. 그리고 인간의 무지에서 나오는 행동들을 ‘허락’하십니다.(600항 참조) 이것이 세상에 악이 존재하게 되는 원인입니다.

 

하느님의 구원계획을 온전히 받아들여 그 의견만을 따르신 분이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분은 당신의 죽음이 성경의 여러 부분에 예고 된 것을 이미 아셨습니다.(601항 참조)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를 ‘죄’로 만드셔서, 우리가 ‘의로움’을 입게 하도록 계획하셨습니다.(2코린 5,21; 602항 참조) 이 예정된 운명에 예수님께서는 당신 자유의지로 순명하셨습니다. 자신의 뜻이 아니라 아버지 뜻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라시며 자신과 세상을 위한 가장 좋은 운명을 선택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운명이 당신뿐만 아니라 당신을 따르는 모든 이들에게도 가장 좋은 운명임을 알게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도록 힘써라”(루카 13,24)라고 하시며 우리 모두도 ‘십자가의 길’을 선택하도록 권고하십니다. 예수 그리스도처럼 우리도 십자가의 길을 선택해야만 부활의 영광에 이르도록 운명 지워졌습니다. 인생을 후회 없이 살려면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하느님께서 미리 알고 제시한 십자가의 길을 선택해야 합니다.

 

[가톨릭신문, 2020년 2월 2일, 전삼용 신부(수원교구 영성관 관장 · 수원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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