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 - 세상의 빛] 64. 기획 / 21대 총선 정치권에 묻는다 ④ 노동문제에 대한 입장은 무엇입니까?(「간추린 사회교리」 269항)
노동은 인류의 문화적 · 도덕적 진보 위한 조건 마리아: 신부님, 항공사 하청업체에 근무하던 제 동생이 해고됐어요. 코로나19 때문에 회사 사정이 어려워서 그랬다고 해요. 그런데 정부 고용유지금을 신청하면 휴직급여의 3분의 2까지 지원받는데도 회사가 해고를 단행한 것이 다소 아쉬워요. 이 신부: 아, 그렇군요! 4인 이하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는 근로기준법 한국의 1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 약 2799만1000명 중 거의 600만 명이 4인 이하(또는 5인 미만) 사업장에 속합니다. 2008년 4인 미만 사업장 수 270만 개, 종사자는 480만 명이 2018년에 4인 이하 사업장 327만 개, 종사자 587만 명으로 증가했으며 창업과, 소상공인의 증가에 기인한 것입니다. 그런데 현행 근로기준법상 4인 이하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의 핵심적인 내용을 적용 받지 못합니다.(쉬운해고 가능, 법정노동시간 미준수 등) 또한 수당가산지급, 연차유급휴가 보장, 휴업수당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사업주 입장에서도 프랜차이즈 본사 및 원청과의 갑을관계, 경쟁업체 증가에 따른 경쟁심화가 발생하며, 근로자에게도 낮은 급여와 빈번한 해고, 낮은 사회보험률, 극히 낮은 노동조합 가입률(0.1%)까지 겹쳐 매우 열악합니다. 이들은 노동현장에서 가장 약한 이들입니다. 문제는 이들이 법의 보호에서조차 비켜 있다는 점입니다. 마치 링 위에서 체급이 다른 선수들끼리 권투시합을 한다고나 할까요? 체급이 다른 선수들에게 같은 룰을 들이댈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들이 느끼는 코로나19 사태는 훨씬 더 가혹합니다. 재난 속에서 사회적 약자가 더 고통스럽다는 통념이 고스란히 나타납니다. 4인 이하 사업장에 대해 2007년 국가인권위원회, 2018년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는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 적용을 확대하라고 권고했음에도 여전히 행정적, 경제적 부담을 근거로 상황은 답보상태입니다. 정리해고 VS 고용유지 국가적 위기 때마다 고용해법에 대한 인식은 많이 달랐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도 재계는 파견법과 정리해고를 주장했지요. 그리고 그 이후에 비정규직이 급속도로 증가했고 이것이 사회불안으로 연결됐다는 것이 노동계의 분석입니다. 코로나발 사태로 고용악화가 명확한 상황에서 정부는 고용유지지원금 계획을 발표했지만 지난 3월 23일 한국경영자총연합회는 정리해고조치 완화를 정부에 건의했습니다. 하지만 사각지대에 있는 근로자들의 고용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기업도산을 막고, 경제위기를 극복해야겠지만 무분별한 정리해고 역시 재고돼야 합니다.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들이 내놓은 노동공약은 이러한 상황에 구체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건강한 사회란 무엇일까? 어떤 분들은 말씀하십니다. “시장 경쟁에서 미달되는 개체가 도태되는 게 자연스러운 것 아니냐?” 하지만 자본이 많은 쪽이 이기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요? 이것이 과연 공정한 것입니까? 법의 보호조차 받지 못한 상태에서 이들은 생존을 위해 장시간, 저임금, 무리한 노동을 해야만 합니다. 아파도 일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또 어떤 분들은 기업에 규제를 가하는 것이 공산주의, 사회주의라 말씀하십니다. 결단코 말씀드리지만 그런 뜻이 아닙니다. 가톨릭은 결코 공산주의를 옹호하지 않습니다. 자본주의가 갖는 위험도 지적하지만 그것의 장점도 인정합니다. 다만 거룩한 교회가 추구하는 것은 제3의 길인 사랑의 길입니다. 재화의 생산이 세상과 사람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그 위에 영성적, 인간적 가치를 추구합니다. 형제애, 화합, 나눔과 사랑이 번지는 그런 하느님 나라의 실현을 지향합니다. 사회 안에서 경제, 노동, 기업과 고용은 매우 밀접합니다. 이들 네 가지는 건강한 사회, 개인의 행복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 네 가지가 인간존엄과 사회적 건강을 위해 잘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기업과 근로자 모두 중요합니다. 그 양자가 모두 인간존엄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가톨릭교회는 선포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도 무분별한 해고만이 해법은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가장 아픈 곳을 돌보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입니다. “노동은 사회 문제 전체에 대한 관건이며 경제 발전뿐만 아니라 개인과 가정, 사회, 인류 전체의 문화적 도덕적 진보를 위한 조건이기도 하다.”(「간추린 사회교리」 269항) [가톨릭신문, 2020년 4월 5일, 이주형 신부(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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