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 - 세상의 빛] 65. 기획/ 21대 총선 정치권에 묻는다 ⑤ 총선은 스타트, 완주는 다함께(「간추린 사회교리」 53항)
사랑으로 세상을 바꾸는 일, 그리스도인에게 주어진 사명 베드로: 신부님, 아르바이트를 그만뒀어요. 사장님도 너무 좋으셨는데 가게 사정이 너무 안 좋아서 어쩔 수 없었어요. 당장 생활비가 걱정이에요. 하지만 너무 낙심하지는 않으려구요. 다들 힘든 시기이고 어떻게든 이겨내야죠. 지금 힘들어도 또 노력하면 좋은 일이 있겠죠. 그래도 오늘은 선거일인데 기쁘게 투표하려구요. 이 신부: 아, 베드로! 코로나 사태와 한국 사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가 전세계를 휩쓸었습니다. 아직 진행 중이며 국경과 인종을 넘어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가 언제든 재발한다는 경고와 함께 많은 사회적 위기들, 교육현장, 육아와 돌봄, 일터에서 벌어지는 생계위기들은 사회적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입니다. 또한 이것이 취약계층에게 더 고단할 것이라는 관측은 사회를 더욱 힘들게 합니다. 실로 코로나19에 저항하는 이들의 사투는 눈물겹습니다. 당장 여기저기서 해고 소식이 들려옵니다. 소상공인들과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과 취업준비 중인 청년들, 힘겹게 일해서 그달그달 생활비로 가족을 부양하는 사람들, 일자리조차 구할 수 없는 노인에 이르기까지 현실은 참담합니다. 일하는 사람을 해고해야만 하는 기업의 어려움도 있겠지만, 해고는 수많은 가정을 벼랑으로 몰기에 그것이 최선일지는 모호합니다. 그래서 ‘코로나대응시민사회단체’는 지난 3월 31일 출범 기자회견을 통해 사회안전망 체계의 재정비, 총고용유지와 취약계층을 위해 정부와 기업의 특별한 책임을 요청했습니다. “코로나 우리 함께 이겨내자”는 구호는 현실이 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대립과 갈등을 넘어선 사회적 화합과 협력이 아닐까요? 그리스도인의 소명과 책임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도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인류의 해법은 각자도생이 아니라 연대와 협력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금번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사회적 성찰들이 쏟아졌습니다. 그 핵심은 대립과 차별, 멀어짐과 단절이 아니라 연대와 협력이었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재난 상황을 이겨내는 비결은 안전과 인권, 생명을 소홀히 여기지 않고 함께 협력하는 것입니다. 가톨릭 교회도 선의(善意)를 지닌 수많은 사람들이 이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가르칩니다.(「간추린 사회교리」 4, 12, 53항 참조) 그 협력의 기준과 토대는 공동선,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 재화의 올바른 사용, 사회적 책임, 사람이 중요하다는 인간존엄입니다. 이제 총선에 임합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며 유권자의 가장 강력한 힘은 투표라 합니다. 하지만 깜깜이 총선이라 하고 온갖 꼼수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선거벽보를 보며 고민과 실망을 동시에 합니다. 그러나 정치를 바로잡고 정치혐오의 악순환을 종식하기 위해서 유권자의 참여는 절실하며 우리가 투표를 외면하면 결과는 더 나빠질 것입니다. 총선은 하나의 시작, 그림을 그려가는 것은 우리들 “오늘의 정의는 어제의 사랑이며, 오늘의 사랑은 내일의 정의이다”(M. 질레)라고 하듯 세상을 변화시키는 진정한 힘은 바로 사랑입니다. 사랑은 사람과 사회에 대한 애정이자 우선적 인식이며 신앙인에게는 하느님께서 알려 주신 삶의 길입니다. 이번 총선으로 세상이 바뀌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리는 그림이 있다면 세상은 언젠가 바뀔 수도 있습니다. 어떤 그림이어야 합니까? 바로 사랑의 도화지에 그리는 생태적 회심, 지속가능한 발전과 사회적 통합, 고통 받는 이웃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라는 그림입니다. 아프고 힘들 때 의지할 곳이 있고 도움 받는 것이 선진국입니다. 많이 버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정과 존중을 통해 화합과 나눔이 실현되는 사회가 선진국이고 하늘나라입니다. 분명히 유권자의 선택을 받은 당선자들은 성실히 직무에 임하겠노라고 약속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감시할 역할은 우리에게 있고 그래서 분명 총선은 하나의 시작이며 그 그림의 완성은 선의(善意)를 지닌 우리 모두의 몫입니다. “하느님 나라의 요구에 맞게 사회관계들을 변화시키는 일은 구체적인 경계 안에서 단 한 번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는 그리스도인 공동체에 맡겨진 과제로서, 그리스도인 공동체가 복음의 영감을 받아 성찰과 실천을 통하여 발전시키고 실행하여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성령의 영감을 받은 그리스도인 공동체는 이 세상과 역사의 한 부분으로서, 드넓은 인간의 벌판에 뿌려진 진리와 자유의 씨앗을 함께 추구하는 선의의 모든 사람들과 마음을 열고 대화한다.”(「간추린 사회교리」 53항) [가톨릭신문, 2020년 4월 12일, 이주형 신부(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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