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 - 아는 만큼 보인다] 69. 진리의 영(「가톨릭 교회 교리서」 727~730항) 성령은 교회를 성체의 신비로 초대하신다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이단과 사이비가 마치 종교 박람회처럼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이렇게 수많은 이단과 사이비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성경을 진리로 알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성경이 진리라고 말하며 자신들의 교리를 성경을 통해 가르칩니다. 그러나 성경은 교리가 아닙니다. 교리를 전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믿을 교리’라고는 하지만 ‘믿을 성경’이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성경 자체를 마치 교리처럼 믿으려고 하는 데서 모든 이단과 사이비가 나옵니다. 마르틴 루터가 성경을 자국어로 번역한 이유가 꼭 신자들만을 위해서일까요? 자신의 교리를 설득시키기 위한 도구가 필요해서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입니다. 가톨릭교회는 성경을 통해 가톨릭 교리를 가르치고, 다른 종파들 역시 자신들의 교리를 성경을 통해 믿게 합니다. 이런 이유로 종파마다 성경을 다르게 해석하는 것입니다. 유다인들은 구약성경을 외우다시피 하지만 그 안에서 예수님을 발견해내지 못합니다. 예수님께 대한 믿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바오로 사도는 세례를 받고 새로운 믿음을 가지고 나서 성경을 바로 해석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교리가 믿어지니 성경도 새롭게 해석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바오로 사도는 성경이 아니라 교회가 “진리의 기둥이며 기초”(1티모 3,15)라고 말합니다. 성경은 교회가 가진 진리로 해석하여 그 진리가 옳음을 확증하고 또 그 교리를 사람들에게 가르치려는 목적으로 쓰여야 합니다. 교회가 “진리의 기둥”이 되게 만드는 분이 ‘성령’이십니다. 교리서는 성령께서 오시면 우리가 “그분을 알아뵙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또 “성령께서는 우리를 완전한 진리로 이끌어 주시고, 그리스도를 영광스럽게 하실 것이다”(729)라고 말합니다. 교회가 성령을 받음으로써 깨우치게 된 진리를 ‘성전’(聖傳, 거룩한 전통)이라 부릅니다. 이 성전을 체계화한 것이 가톨릭 교리입니다. 우리는 이 교리를 바탕으로 성경을 해석합니다. 성령께서 교회에 알려주시는 진리는 모두 그리스도의 성체를 향하게 합니다. 그분의 살과 피로서만 구원에 이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교리서는 “성령께서는 죄와 정의와 심판에 대한 세상의 그릇된 생각을 바로잡아 주실 것이다”(729)라고 말합니다. 성령을 받으면 이전에 가졌던 ‘죄’와 ‘의로움’과 ‘심판’에 관한 잘못된 생각에서 벗어납니다. ‘죄’에 관하여 잘못 생각하는 것은 그리스도를 믿지 않기 때문입니다.(요한 16,9 참조) 예수님을 믿지 않는 것이 죄입니다. 믿지 않으면 ‘행위’로 의로워지려 합니다. 이것이 죄입니다. ‘의로움’에 관하여 잘못 생각하는 것은 그리스도께서 아버지께 가고 더는 그분을 보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요한 16,10 참조) 예수님께서 아버지께 가시는 이유는 성령을 보내주시기 위함입니다. 교리서는 그리스도께서 아버지께 성령을 청하시기 위해 하늘로 오르셨다고 가르칩니다.(729 참조) 우리가 의로워짐이 행위가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아버지께 청하여 오신 성령을 통해서입니다. 예수님은 또 “그들이 심판에 관하여 잘못 생각하는 것은 이 세상의 우두머리가 이미 심판을 받았기 때문이다”(요한 16,11)라고 하십니다. 구원이 성령을 받은 이들에게 이루어진다면 심판은 성령을 거부한 이들에게 해당합니다. 성령을 거부함이 곧 심판을 받음입니다. 구원은 “하느님 본성에의 참여”(460 참조)로 이루어지는데, 성령께서 우리를 당신 성전으로 삼으셔서 우리 본성을 변화시켜 주십니다. 그런데 그리스도께서는 “성사들을 통하여” “당신 영을 부어주십니다.”(739) 성사와 성령은 하나입니다. 따라서 성령은 그리스도의 살과 피가 아니면 구원에 이를 수 없음을 깨닫게 해 주십니다. 성령은 이 진리로 우리를 이끄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성체의 신비에 관해 가르칠 때부터 “성령을 조금씩 암시”(728) 하셨습니다. 구원을 위해 성체의 필요성이 절대적임을 깨우쳤다면 성령께서 이미 그와 함께하는 것입니다. 성령의 도우심이 아니면 성체가 어떻게 구원의 유일한 길인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이것을 이해하게 만드시는 분이 성령이시기 때문입니다. 성령은 “진리의 영”(요한 16,13)이십니다. 교회는 이 성령의 충만한 도우심을 받고 그 진리의 눈으로 성경을 해석하고 가르칩니다. 그리고 성경을 통하여 우리 모두를 다시 성체의 신비로 이끄십니다. 성체가 생명의 양식임을 믿는 이들은 또한 성령으로 충만한 이들입니다. [가톨릭신문, 2020년 5월 10일, 전삼용 신부(수원교구 영성관 관장 · 수원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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