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 - 세상의 빛] 70. 가톨릭교회와 노동 - ‘위기의 순간을 사는 법 배우기’(「간추린 사회교리」 272항) 코로나19 사태보다 더 위험한 ‘인간의 노예화’ “‘말을 타고 강을 건널 때, 강 한가운데서 말을 바꾸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위기의 순간에 믿음에 대한 확신을 가져야 합니다. 복음 말씀 안에서 제자들 중에 떠나간 이들은, 말을 바꿔 탄 이들이고, 결국 그들이 예수님께 말했던 것처럼, 더 이상 거북하지 않은 다른 스승을 찾아간 것입니다. 위기의 순간에는 인내와 침묵이 있습니다. 위기의 순간은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남아서 머물러야 하는 때입니다. 신실함과 하느님께 대한 믿음, 우리가 처음에 가졌던 결정에 대한 신의의 시기입니다. 이는 회심의 순간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신실함은 우리로 하여금 선을 떠나지 않게 하며, 우리에게 선을 위한 일종의 변화를 위한 영감을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프란치스코 교황, 2020년 5월 2일 산타 마르타의 집 강론 ‘위기의 순간을 사는 법 배우기’(Imparare a vivere i momenti di crisi) 중) 최전선입니까? 후방입니까? 전 미국 노동부 장관인 로버트 라이시 교수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와 사회적 불평등을 언급하며 4계층을 이야기했습니다. 첫째는 경영·전문직으로 화상회의·원격근무가 가능한 인력(the remote)들로서 이들은 감염사태와 큰 관련이 없습니다. 둘째로 필수적 일을 하는 노동자로서(the essential) 전문직이어서 실직의 위험은 없으나, 감염사태로 인한 영향을 받습니다. 격무에 시달렸던 의료직, 택배나 배달, 경찰과 공무원 등의 그룹입니다. 셋째는 임금을 받지 못하거나(unpaid) 실직위험에 있는 그룹으로서 영세 사업장, 제조업체 등에서 단순노동을 하는 이들입니다. 코로나19는 이들을 대거 무급휴직이나 실직으로 내몰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잊힌 노동자(the forgotten)인데 재소자, 빈민과 노숙인, 외국인 노동자와 같은 사회취약 계층으로 이들은 자신을 방어할 능력이 없으며 거리두기 조차 용이하지 않습니다. 사회마저 이들을 외면한다면 이들은 잊힌 존재, 사각지대의 존재로 남습니다. 기업이 위기상황에서 효율성을 우선한다면 감염병 사태의 충격은 안타깝게도 약자에게만 전가될 확률이 높습니다. 이는 마치 전시의 전후방에 비유됩니다. 버틸 능력이 있는 사람은 후방에 있고 자신을 지킬 힘이 없는 약자들은 전방에 내몰립니다. 진정한 위기란 ‘점진화 되는 인간소외’ 사회를 지탱하기 위한 필수적 노동이 있습니다. 식량생산, 건설노동, 돌봄과 가사, 유치원, 요양병원, 학교 급식소와 식당 등의 육체노동입니다. 이런 업무는 대개 저비용으로 책정됩니다. 그 비용이 계층을 정합니다. 슬픈 현실이지만 우리는 그렇게 비용으로 규정된 사회에서 살아갑니다. 그러고 보면 코로나19로 인해 계층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돈과 그에 귀속된 우리의 인식이 이를 만들었습니다. 교황께서는 코로나19 사태를 중대한 위기로 선포하셨습니다. 성 요셉 축일이자 노동절이었던 지난 5월 1일 그분은 노예란 비인간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진정한 위기란 인간존엄이 상실된 순간입니다. 모든 것을 비용만으로 이해함은 참으로 불행합니다. 이천 화재 참사를 두고 유가족들에 대한 비방이 일부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이들의 마음을 돈놀이만으로 바라보는 상황은 참으로 가련합니다. 노동의 목적은 인간존재 「간추린 사회교리」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사회교리는 복음의 빛에 비추어 모든 사람이 자신이 초월적 존재임을 발견하도록 초대하고(2항), 새로운 형태의 불안·착취·노예화 현상(3항)을 교회는 새로운 사태라 명명하며 이와 관련하여 목소리를 내지 않을 수 없다.(3항) 사회교리는 교회 안팎의 모든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며(4항) 궁극적으로 인간의 온전하고도 완전한 발전을 목표로 한다.”(4항) 과거에 비해 삶이 풍요로워졌지만 소외와 비인간화도 많아졌습니다. 여전히 한국에서만 한해에 2020명이 산재와 업무상 질병으로 사망하고, 1만2889명이 자살합니다.(각각 2019년 기준) 무엇이 문제입니까? 복음과 유리된 우리의 삶이 문제입니다. 위기가 없을 수 있을까요? 위기의 순간에 무엇을 먼저 선택할지에 대한 우리의 결정이 더 중요합니다. 평화와 위기의 순간은 공존합니다. 그리스도인은 이 두 순간을 모두 살아낼 줄 알아야 합니다. 그 방법이란 사회와 노동현장에서 인간을 노예화하려는 유혹에 저항하고, 평화를 지속하는 진정한 가치와 인간존엄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노동은 인간에서 비롯될 뿐 아니라, 본질적으로 인간을 지향하며 인간을 최종 목적으로 삼는다.”(「간추린 사회교리」 272항) [가톨릭신문, 2020년 5월 17일, 이주형 신부(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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