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교리 : 가정 (3) 비혼과 저출산의 시대에서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1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1월 출생아 수는 2만 6,818명으로, 통계가 시작된 198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이에 출생아 수에서 사망자 수를 뺀 인구 자연감소 수치도 –1653명을 기록하여, 올해부터 인구절벽이 본격화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신생아가 줄어들며 사회 전체의 고령화 역시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신생아가 줄어드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많은 청년들이 결혼을 포기하거나, 결혼한 후에도 아이를 낳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를 개인의 선택으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요? 모든 사람은 사회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삼포 세대에서 N포 세대로 2011년 ‘삼포 세대’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습니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청년 세대를 지칭한 말입니다. 그런데 10년이 지나고 보니, 이제는 ‘N포 세대’라는 말이 통용됩니다. 연애, 결혼, 출산뿐만이 아니라 취업, 내 집 마련 등등 여러 가지 것들을 포기한다는 뜻입니다. IMF 이후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인간을 자원 취급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원가 절감을 위해 인간이 소모됩니다. 그러면서도 경제의 목적은 이윤이라 말하며 이를 정당화합니다. 그러다 보니 우선 고용 시장이 불안정해졌습니다. 좋은 일자리 자체가 줄어드니 아무리 청년들이 스펙을 쌓아도 취업문이 높습니다. 대기업 일자리와 나머지 일자리의 격차는 커져서 양극화를 부추깁니다.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린다고 하여도, 내 집 마련부터가 어렵습니다. 평범한 청년 부부가 아무리 맞벌이를 하고 모아도 본인들 봉급으로는 서울에 집 한 채 살 수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아이를 낳으면 일단 사교육비가 부담됩니다. 또한, 대부분의 부부가 맞벌이를 하니 육아 부담은 가중되고, 이로 인한 여성의 경력 단절 역시 걱정입니다. 문제들이 중첩되고, 자녀들에게 이런 고통을 대물림하기 싫다는 마음들이 모여 비혼과 저출산을 증폭시킵니다. 사회 전체가 가정을 지켜야 합니다 지금까지 정부는 각종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저출산 대책을 세웠지만, 결과에서 보듯 해결책은 되지 못했습니다. 결국,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사회 공동체 전체의 회개가 요구됩니다. 사회가 근본적으로 변화되고, 구성원들이 회심해야 합니다. 물질 성장만을 바라보는 사조, 사람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시스템에서 탈피해야 합니다. 주거문제에서만 보더라도, 투기 세력이 전 국토 이곳저곳의 집값을 휘저어 놓는 가운데, 이웃의 눈물은 보지 못하면서 내 집값만 올라가면 된다는 마음이 사회를 지배합니다. 물신을 최고로 여기는 사회 분위 기 속에서 양심의 가책도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과연 이런 사회를 좋아하실까요?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고, 타인과 세상에 대한 책임이 있으며, 착하고 성실한 것이 가치 있음을 다시 깨달아야 합니다. 우리는 이미 너무 오랫동안 윤리, 선, 신앙, 정직을 비웃으며 도덕적 타락의 상태에 놓여 있었습니다.”(교황 프란치스코, 회칙 「찬미받으소서」, 229항) [2020년 7월 12일 연중 제15주일 의정부주보 5면, 김승연 프란치스코 신부(수동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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