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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84: 생명과 건강 - 우리가 받은 삶, 서로가 서로를 살리기 위해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9-01 조회수2,686 추천수0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 - 세상의 빛] 84. 생명과 건강 - "우리가 받은 삶, 서로가 서로를 살리기 위해”(「간추린 사회교리」 42항)


공공의료 강화 위한 구체적 방안 도입돼야

 

 

마리아: 의대 증원 문제로 의료계가 파업을 했어요. 일각에서는 의사들이 환자들을 볼모로 파업을 한다, 밥그릇 지키려 한다고 하고, 의료공백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요. 그런데 제 친구도 의대생인데 비싼 등록금 내며 힘들게 공부하고, 의사가 돼서도 외과 같은 분야는 장시간 중노동에 시달려 너무 힘들다고 해요. 이런 현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이 신부: 함께 이야기를 나눠 봐요!

 

 

의료인 증원에 대한 논란

 

최근 의대정원 충원을 놓고 정부와 의료인들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의대정원을 늘려 공공의료인력을 확충하고 부족한 의사 수(인구 1000명당 한국 1.89명, OECD 3.4명), 지역 간 격차(인구 1000명당 서울 3.1명, 경북 1.4명 등) 문제, 비인기 분야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한다고 합니다. 또한 10년간 4000명을 증원하고 의무복무와 지역인재 육성을 통해 취약지역의 의료체계를 강화하고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의료계의 반발이 거셉니다. 비록 의사 수는 적으나 한국은 의사수 증가율이 높은 상황이며, 외국에 비해 의료수준이 높고, 환자들의 진료횟수가 많으며 의료접근성이 좋다고 합니다. 오히려 급한 것은 의료현장의 구조적 모순 해결이라 합니다. 전공의 정원 확보율이 낮은 기피 과들(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의 수가조정 없이 의료취약지에서 의무복무 형태의 공공의료 인력을 늘리는 것은 의료수준의 저하와 기형적 고용형태를 유발할 것이라고 합니다. 결국 그 피해는 국민들, 환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 합니다.

 

 

현실적 난제들

 

기피 과에 대한 인력난이 공공의료 인력을 충원한다고 해서 해결될지도 미지수이나, 무엇보다 의료현장에는 수익과 비용 갈등이 있습니다. 최근 의료수가에 대한 정부의 개선노력이 있었고 국가별 의료수가를 객관적으로 비교하긴 어려우나, 비교적 높은 OECD 평균 진료이용률에 비해 한국은 낮은 의사 수, 저렴한 의료수가를 이룹니다. 그리고 큰 수술이나 외상 센터 운용은 수익성이 떨어져 병원경영의 우선순위가 되긴 어렵다고 합니다.

 

아주대학교 외상센터 이국종 교수가 밝혔듯 대표적으로 국내 외상병원들은 “수술을 많이 하면 할수록 병원은 손해가 나는 환경”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등 이른바 기피 과는 지원율도 떨어지지만 막상 전문의들이 갈 자리도 많지 않다고 합니다.

 

개선을 위해 의료수가 조정과 정부차원의 재원 마련 등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해 보입니다. 또한 공공의료 강화라는 정책달성을 위해 좀 더 디테일한 집행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단순히 정원만 늘리는 쉬운 방법이 아니라 지역의사들이 장기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위해 ‘지역가산 수가’ 도입과 ‘내실 있는 공공지역병원 확충’이 필요합니다. 정부가 제시한 공공의료대학 설립과 운영에 대해서도 기존의 부실하고 영세한 운영을 개선해야만 실효성을 거둘 수 있습니다.

 

 

모든 직업은 사람을 살리는 일!

 

‘의료서비스는 공공재인가?’에 대란 논란이 많습니다. 헌법의 건강권(36조)에 대한 보장과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명시된 의사의 고귀한 직무를 근거로 든다면 의료서비스는 공공재에 해당됩니다. 그러나 비싼 학비를 내며 힘들게 의사가 되고도 한주 100~120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분들의 처지를 생각하면 마냥 희생과 봉사를 강요하기도 어렵습니다. 의료인도 사람이고 현장의 어려움도 있으니 이에 대해 객관적 이해도 필요합니다.

 

의료파업 문제는 여러 가지 현실적 난제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충분한 대화와 협력으로 풀어가야 합니다. 하지만 의료 행위가 사업과 경영에 종속되지 않고 생명을 살리는 숭고한 행위로 지속되고 그 속에서 의료인들의 고귀한 품위가 흘러나오길 바라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소망일 것입니다. 비단 이것은 의료인들에게만 해당되는 것도 아닙니다. 모든 직군, 직종에 속한 이들에게 요구되는 인간적 품위이며 특히 그리스도인들에게 요청되는 삶입니다.

 

신앙인들에게 직업은 생계유지와 자아실현의 현실적 이유를 넘어 부르심이자 소명입니다. 이런 소명은 노동을 통해 사랑과 희생으로 이어져 성화(聖化)와 하느님 나라 건설에 밑거름이 됩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은 세상 속에서 하느님을 드러내는 산 표징인 것입니다. 비록 현실적 난제가 크지만 우리 모두 내가 하는 일이 사람을 살리는 고귀한 일임을 자각할 때 일상과 사회는 변화될 것입니다.

 

“실제로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사회적 변화를 가져오려면 인간의 정신적, 도덕적 능력과 그의 끊임없는 내적 회개가 필요하다.”(「간추린 사회교리」 42항)

 

[가톨릭신문, 2020년 8월 30일, 이주형 신부(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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