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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회교리: 경제생활 - 회칙으로 보는 경제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09-14 조회수2,314 추천수0

사회교리 : 경제생활 (3) 회칙으로 보는 경제

 

 

경제를 주제로 하는 가장 최근의 사회 회칙은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진리 안의 사랑」(2009)입니다. 원래 「진리 안의 사랑」은 바오로 6세 교황의 회칙 「민족들의 발전」(1967) 반포 40주년을 기념하며, 세계화 시대의 진정한 발전 개념을 다시 한번 고찰하고자 계획되었습니다. 40주년을 지키기 위해서는 회칙이 2007년에 나왔어야 합니다. 그런데 2007년부터 미국 경제가 불안해지기 시작하더니 2008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지구를 강타했습니다. 경제 위기가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의 고통을 가중시켰기 때문에, 이 사건을 빼놓고 발전을 논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그리하여 회칙은 2009년에야 반포되었습니다.

 

 

「진리 안의 사랑」의 배경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은 대체로 세 가지 정도로 요약됩니다. 미국 가계의 과다차입과 과소비 및 부동산 투기, 자유방임적 금융 자유화를 배경으로 한 증권화 파생상품의 남발, 달러 기축 통화제 유지를 위한 무리한 달러 강세정책 남발과 이로 인한 대외 불균형 심화입니다. 2007년 이러한 문제점들이 한꺼번에 도출되었고 부동산 투기 거품이 붕괴되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월가의 거대 금융기관들이 파산하기 시작했고, 이 충격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졌습니다. 결국, 도덕을 상실한 금융자본이 투기로 흘러갔고, 전 세계 모두에게, 특히 가난한 이들에게 더 큰 고통을 안겨주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시대 배경 속에서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단기 이익만 추구하려는 유혹에 굴복하여 투기적으로 금융 자원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합니다(40항).

 

 

회칙의 주요 내용

 

회칙은 서론 · 결론 및 본문 6장, 총 79항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회칙은 우선적으로 당대 글로벌 금융위기에 초점을 맞추지만, 이외에도 노동과 고용불안 · 제3세계의 빈곤 · 빈부격차 · 소비주의 · 환경파괴 · 인구감소 · 생명윤리 등 현대 세계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들에 관해 고민함으로써 “현대 사회의 온전한 인간 발전”(8항)을 모색합니다. 도덕성을 상실한 경제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진리 안의 사랑”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합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사랑으로 세상을 대해야 하지만, 이 사랑은 진리에 기반해야 합니다. 진리가 결여된 사랑은 왜곡으로 빠질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교회가 기술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교회는 인간의 존엄과 소명을 위해 진리의 사명을 수행합니다. 세상의 모든 분야에는 도덕적 측면이 있고,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모습이 있습니다. 이는 경제 분야에서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진리 안의 사랑은 점점 더 세계화되어 가는 세상 안에서 사는 교회의 중대한 과제입니다. 우리 시대의 위기는 사람들이나 국가들간의 사실상의 상호의존이 참으로 인간다운 발전을 이루게 해 줄, 양심이나 지성의 윤리적 상호 작용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오로지 사랑 안에서만, 이성과 신앙의 빛으로 밝혀진 사랑을 통해서만 더 인간적이고 더욱 인간답게 하는 가치를 지닌 발전 목표를 추구할 수 있습니다. 진정한 발전으로 나아가는 재화와 자원의 분배는 단순히 기술 진보와 실리 관계로는 보장되지 못합니다. 오직 선으로 악을 굴복시키는 사랑의 힘(로마 12,21 참조)만이 분배를 보장합니다. 양심과 자유가 함께 나아가는 길을 열어젖히는 사랑의 힘이 있어야 합니다.”(9항)

 

[2020년 9월 13일 연중 제24주일 의정부주보 5면, 김승연 프란치스코 신부(수동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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