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교리 : 정치 공동체 (1) 성경으로 보는 정치 공동체 우리는 주님의 기도를 외울 때마다,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라고 청합니다. 즉, 하느님의 나라가 현실 세계 안에서도 자리 잡기를 소망하는 사람들이 그리스도인입니다. 그러자면, 필연적으로 정치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가 현실 문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이미 구약에서부터 이스라엘 백성에게는 하느님의 통치에 관한 개념이 있었고, 이를 현실정치 안에서 실현하고자 했습니다. 하느님의 통치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민족을 당신 백성으로 선택하시어 구원역사를 진행하셨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선택된 민족답게 이웃 민족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왕권을 이해합니다. 먼저 판관들의 시대가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이스라엘 민족은 예언자이자 마지막 판관인 사무엘에게 왕을 세워달라고 부탁했고(1사무 8,5; 10,18-19 참조), 사울이 왕으로 기름부음 받으면서 왕정이 시작되었습니다(1사무 10,1-2 참조). 그러므로 이스라엘 민족에게 왕이란 하느님께서 선택하시고(신명 17,15; 사무 9,16 참조) 축성하신 사람(1사무 16,12-13 참조)입니다. 왕직의 정체성부터가 다릅니다. 왕은 하느님의 통치와 구원계획을 드러내는 사람이기에(시편 72 참조), 약자들의 수호자이며 백성을 위한 정의의 보증인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니 이스라엘 역사 안에서 왕이 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때, 예언자들의 비판을 받았습니다(1열왕 21장; 이사 10,1-14; 아모 2,6-8; 8,4-8; 미카 3,1-4 참조). 비록, 결과적으로 이상적인 왕의 통치는 이스라엘 역사 안에서 실패하고 말았지만, 왕의 이상향 자체는 남아있었고 이는 메시아에 대한 기대로 이어졌습니다. 메시아 예수님 이천 년 전 유다인들은 로마 제국의 식민지배 하에서 독립을 가져다줄 정치적 메시아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메시아의 의미를 오인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를 거부하시고, 하느님 나라의 올바른 의미를 밝혀주셨습니다.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뜻을 드러내고 세상에서 확립시키기 위한 참된 메시아로서 오신 것입니다. 참된 영광은 하느님의 뜻에 순종함으로써 나오는 것이기에, 그분께서는 “섬기러 왔고 목숨을 바치러”(마르 10,45; 마태 20,24; 루카 22,24-27 참조) 오셨습니다. 제자들이 현세적 권력을 갈망하며 누가 더 높은 사람인지를 따지자,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고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마르 9,35)라고 가르치셨습니다. 당신 오른편에 앉혀달라던 야고보와 요한에게는 오히려 십자가의 길을 제시하셨습니다(마태 20,20-23 참조). 이런 말씀들은 결국 그분의 십자가 수난과 죽음으로써 증명되었습니다. 즉, 현실 세계 안에서 하느님의 뜻과 인간의 뜻이 부딪히는 지점들이 있습니다. 그럴 때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뜻을 우선해야 함을 당신 삶으로써 증거해주셨던 것입니다. “성경 메시지는 정치 권력은 하느님에게서 오며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질서를 구성하는 한 부분임을 상기시키면서, 정치 권력에 대한 그리스도교의 성찰에 무한한 영감을 준다. 이러한 질서는 인간의 양심으로 인식되며, 평화의 도구인 진리와 정의, 자유, 연대를 통하여 사회 생활 안에서 완성된다.”(교황청 정의평화협의회, 「간추린 사회교리」, 373항) [2020년 9월 27일 연중 제26주일(이민의 날) 의정부주보 5면, 김승연 프란치스코 신부(수동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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