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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91: 우리와 사회의 회복을 위하여 - 믿음과 형제애의 회복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0-10-26 조회수2,075 추천수0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 - 세상의 빛] 91. 우리와 사회의 회복을 위하여 - 믿음과 형제애의 회복(「간추린 사회교리」 4항)


“곁에 있는 형제자매에 대한 고마움 재발견해보세요”

 

 

데레사: 신부님, 어제부터 미사를 다시 가고 있어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때문에 신앙생활을 거의 안 했는데, 사실 저의 게으름 탓이었어요.

 

바오로: 저는 단체활동을 하며 사람들에게 상처받았는데, 코로나19로 성당을 안 가면서 편했어요. 하지만 제가 어리석었어요. 그런다고 마음이 편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하느님과 그 형제들에게 화해를 청하고 싶어요!

 

율리아: 성당을 안 가서 신앙생활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성당은 중요하죠. 그러나 더 중요한 건 내가 어떤 마음으로 하느님을 믿는지인 것 같아요.

 

이 신부: 저도 사제로서 부족함을 성찰했습니다. 지금의 삶은 우리가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야함을 절박하게 요구하는 듯한 느낌이에요.

 

 

그리스도의 복음이 절실히 필요한 지금

 

팬데믹으로 가장 힘겨운 것은 결국 ‘소외’라고 합니다. 가난과 궁핍은 분열 속에서 단절을 초래하고 소외는 고독과 외로움, 그리고 가장 비참한 영적 죽음을 야기합니다. 허무, 허탈, 무의미, 쓸모없음, 무가치함, 의미의 상실입니다. 지금도 수없이 많은 이들이 소외 속에 있습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온정과 관심, 인정, 즉 친구입니다. 그런 가치의 총화란 바로 ‘복음’입니다.

 

코로나19가 할퀸 이 세상은 지금 절실히도 ‘복음’을 필요로 합니다! 지금 우리는 모두 지쳤지만,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새로운 힘을 얻을 쇄신과 변화를 요청받고 있습니다. 사회와 일상, 신앙생활에서 집회와 모임, 행사 중심의 외적인 삶은 내적 삶으로 전환이 요청됩니다. 내적 삶이란 수련과 명상, 영적 가치의 추구를 포함하지만 인간적 성숙함과 깊이 연관됩니다. 그 성숙함은 사회와 공동체를 바탕으로 합니다. 그래서 무관심, 재물과 소비, 욕심이 곁든 개인주의가 아니라 관심과 사랑, 나눔과 배려의 공동체성, 형제애가 회복돼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복음적 삶입니다.

 

 

이론을 넘어야

 

“교회는 복음의 사회적 메시지를 하나의 이론으로 보지 않고 무엇보다도 행동의 토대이며 동기 부여로 생각한다.”(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백주년」 57항)

 

「간추린 사회교리」 521항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그리스도교가 사회적 문화적 실재까지 쇄신하는 힘을 가졌다는 것을 아는 교회는 교회의 가르침을 통하여 복음의 사회적 중요성을 드러냄으로써 인간 공동체 건설에 이바지한다.” 가톨릭교회는 건강한 사회 건설에 깊이 관심을 갖습니다. 그리고 그 관심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 바로 「간추린 사회교리」(Compendium of the Social Doctrine of the Church)입니다. 사회교리의 원천은 하느님 계획이고 성경과 계시와 교회 전통이 토대를 이루며(74항) 성부의 사랑에서 흘러나오는 사랑 그 자체라고 합니다.(7항) 그러나 단순히 이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천과 행동을 강조하며 나아가 사회와 세상과 교류하면서 모든 이에게 복음의 가르침을 전하고 힘든 상황 속에서 분투하고 도전한다고 합니다.(524항) 바로 형제애를 이룩하면서.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에서 새롭게 출발하기

 

최근 발표된 프란치스코 교황 회칙 「모든 형제들」을 보며 그 말 자체가 우리 사회에 너무 낯설어진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무한경쟁, 무관심, 소외와 차별이 커지는 것을 우리는 심각하게 여겨야 합니다. 가톨릭 사회교리는 사회에 대한 올바른 관점과 방법으로 관심을 갖고 이웃사랑을 실천하라고 가르칩니다. 그 바탕은 형제애와 사회적 우정 증진, 그리고 무엇보다 신앙입니다. 여기서 신앙의 의미를 되돌아봅니다. 신앙은 부유한 사람, 권세가, 유명한 사람이 되는 길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바로 형제애, 사랑과 우정의 길을 제시합니다. 고난과 시련이 없는 상황만도 아닙니다. 그 속에서도 형제애를 간직해야 합니다. 그는 다툼이 있는 곳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고, 미움이 있는 곳에 형제적 관계를 형성하고 발전시킬 수 있고 바로 하느님의 뜻을 믿고 실천하는 사람이자 복음의 사람이고 평화를 이루는 사람, 믿음의 사람, 지혜의 사람이며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팬데믹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 바로 신앙의 회복, 그리고 형제애의 회복입니다.

 

“우리 곁에 있던 형제자매들에 대한 고마움을 재발견하는 것이 머나먼 행성을 발견했다는 뉴스만큼 환상적입니다.”(「모든 형제들」 31항)

 

[가톨릭신문, 2020년 10월 25일, 이주형 신부(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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