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톡톡 신앙쑥쑥] 죽음 · 심판 · 천국 · 지옥
그리스도교 사말교리(四末敎理) 11월이 되면 싱싱함을 뽐내던 여름의 나무들이 다양한 색깔의 단풍으로 온 세상을 물들입니다. 그리고 조금씩 잎을 떨구고 앙상한 가지만을 남긴 채 겨울을 준비합니다. 온 세상이 자신의 끝을 준비하는 이 시기, 교회는 위령 성월을 통해 세상과 인간을 창조하신 하느님께서 모든 생명의 주인이심을 다시금 기억하며 우리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이들을 기억하고 각자가 맞이하게 될 죽음을 충실히 준비하도록 신자들을 초대합니다. 이를 위해 교회는 인간이 피할 수 없는 마지막 때의 네 가지, 곧 죽음, 심판, 천국, 지옥이라는 “사말”(四末)에 관한 교리를 믿음으로 고백하고 가르칩니다. 1. 죽음 성경을 바탕으로 교회는 태초에 인간이 하느님의 영원한 생명에 참여하는 존재로 창조되었으나, 하느님의 계명을 저버리고 그분과 같아지려는 교만으로 지은 범죄, 곧 원죄(原罪)로 인하여 죽음의 지배를 받게 되었다고 가르칩니다. “한 사람을 통하여 죄가 세상에 들어왔고 죄를 통하여 죽음이 들어왔듯이, 또한 이렇게 모두 죄를 지었으므로 모든 사람에게 죽음이 미치게 되었습니다.”(로마 5,12) 그리스도인에게 죽음은 인간이 걸어온 지상 생활의 끝입니다. 그러기에 교회는 죽음 이후 다시 이 세상에 돌아온다는 환생설(還生說)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께서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심으로써 하느님께서는 죽음의 권세 아래 놓인 인간을 구원하셨습니다. 그래서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에게는 죽음이 죽음이 아니요 오히려 새로운 삶으로 넘어가는 과정이며 하느님의 초대입니다. 2. 심판 그리스도인은 죽음 이후, 육신과 분리된 불멸하는 영혼은 하느님 앞에 나아가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죽음 직후 개별적으로 이루어지는 심판을 ‘개별심판’(사심판)이라고 하고 세상 종말에 있을 마지막 심판을 ‘최후심판’(공심판)이라 합니다. 개별심판은 살아있던 동안 행실과 믿음에 대한 셈을 치르는 것입니다. 그 심판의 결과로 우리는 연옥, 천국, 지옥에 들게 됩니다. ‘최후심판’은 그리스도께서 재림하실 때 있게 될 총체적 심판으로, 이 심판의 기준은 가장 보잘것없는 이웃에게 베푼 자비와 사랑입니다. 3. 천국 천국은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을 간직하며 살던 이들이 그리스도와 함께 영원히 사는 삶을 의미합니다. 천국에서 우리는 하느님을 온전히 만나게 되고 하느님과의 완전한 친교 안에서 참된 행복을 영원히 누리게 됩니다. 4. 연옥 연옥은 천국에 들어가는 데 필요한 거룩함을 얻기 위해 거쳐야 하는 정화를 뜻합니다. 교회는 성경과 교회의 전통이 증언하는 죽은 이들을 위한 기도의 관습을 통해서 우리 인간이 죽은 후에 거쳐야 할 정화의 과정, 곧 연옥의 존재를 인정합니다. 또한 우리는 기도와 희생을 통하여 죽은 이들의 정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5. 지옥 지옥은 어떤 공간이 아니라 하느님과 이루는 친교를 스스로 거부하여 하느님과 영원히 단절된 상태를 뜻합니다. 지옥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은 신자들에게 겁을 주기 위함이 아니라 오히려 지금의 삶을 하느님 뜻에 따라 살아가라는 회개로의 간절한 초대입니다. ………………………………………………………………………… “주님, 믿는 이들에게는 죽음이 죽음이 아니요 새로운 삶으로 옮아감이오니 세상에서 깃들이던 이 집이 허물어지면 하늘에 영원한 거처가 마련되나이다.” - 장례미사의 위령감사송 I 중에서 [2020년 11월 15일 연중 제33주일(세계 가난한 이의 날) 서울주보 4면, 사목국 기획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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