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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회교리 해설: 기도와 성찰, 하느님의 평화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1-02-20 조회수1,987 추천수0

[이주형 신부의 사회교리 해설] 기도와 성찰, 하느님의 평화

 

 

안젤라 : 단장님, 저는 ○○○ 단원이 너무 힘들어요. 항상 저에게 상처를 줍니다.

 

마리아 : 아, 그랬군요!

 

 

알아보기 – 공동체와 갈등

 

레지오 마리애 교본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열심한 가톨릭 신자는 죽음이나 고문을 당해야하는 경우가 늘 있고, 수많은 레지오 단원들은 이러한 영광의 문을 당당히 통과해야한다!” (4장 레지오의 봉사, 3. 노고와 고통을 피해서는 안 된다) 저는 비록 자신이 없지만 우리 레지오 단원들께서는 고문이나 죽음에 굴하지 않고 믿음을 증거 할 자신이 있으시죠?

 

오늘날 신앙이나 종교의 문제로 우리가 박해받을 일은 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우리의 나약함, 믿음이 문제일 것이고, 그중에서도 공동체나 동료, 가족에 대한 섭섭함, 마음의 상처, 짜증과 스트레스 등이 우리를 박해할 따름입니다. 가족, 성당의 단체, 직장이나 사회도 모두 공동체입니다. 끈끈한 유대감과 소속감, 안정감과 기쁨은 공동체에서 얻어지지만 동시에 마음의 어려움이나 갈등을 얻기도 합니다.

 

 

심화하기 – 공동체와 갈등

 

코로나로 인해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서 오히려 가정불화가 증가했다고 합니다. 개인의 권리와 이익을 중시하는 현대사회의 분위기도 한몫을 했고요. 가족 밖의 사회도 마찬가지죠. 대표적으로 신앙생활이나 봉사를 위해 성당을 찾았는데 그 속에서 갈등이 빚어지기도 합니다. 물론 터무니없이 답답하고 억울한 경우도 있을 겁니다. 그럴 땐 갈등을 잠시 피해 용서할 수 있는 힘을 성모님께 청해야죠.

 

하지만 나의 미숙함도 원인인 때가 있습니다. 친한 사람은 당연히 나에게 잘할 것이라는 기대, 그에 대해 잘 모르는 무지, 그에게 함부로 대하는 나의 무례함, 이런 것들은 나의 미성숙함에서 비롯되지 않을까요? 그래서 스스로에 대한 겸손한 성찰과 용서가 가장 중요하다고 합니다.

 

“완벽한 공동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용서하는 습관이 없다면 공동체는 병을 키우며 점차 무너집니다. 용서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무엇인가 주는 걸 의미합니다.”(교황 프란치스코 2018년 9월 제9차 세계가정대회 연설 중)

 

 

레지오의 가르침 – 성모님을 닮아 겸손의 덕 길러야

 

개인의 삶도 그러하지만 공동체와 함께 한다는 것은 하나의 여정과도 같습니다. 길을 갈 때 맑고 화창하고 편안한 시간도 있지만 폭우가 오고 바람이 거세게 불고, 진창과 험한 길을 갈 때도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럴 때 요청되는 것은 바로 성숙한 인격입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기도와 성찰입니다. 그래서 레지오 교본도 다음과 같이 가르칩니다.

 

“자신이 하느님 앞에서 어떤 존재인지를 인정하고 솔직히 받아들여야한다고 합니다. 세속 군대에서는 용기·지식·신체 결함이 자격미달이지만 레지오 단원의 경우 자격미달은 바로 겸손의 덕이 부족한 데에 있다. (중략) 겸손은 모든 레지오 활동에 이어서 성모님과 일치를 이루기 위해서 없어서는 안 될 요건이며 활동의 뿌리라면 그 뿌리가 내리고 있는 땅이 바로 겸손인 것이다.”(레지오 교본 제6장 2. 성모님의 겸손을 본받음은 레지오 활동의 뿌리이며 수단이다)

 

 

성찰하기 – 겸손히 자신을 바라봄

 

저도 신학생 시절 동료 신학생을 미워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매우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어떤 잘못을 한 게 아니라, 제가 그만 그 동료를 통해 열등감을 느낀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어색함을 눈치 챈 그 동료가 제게 혹시 불편함이 있느냐고 친절하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하지만 그 호의를 그 당시 제가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형성된 저의 건강치 못한 자존감 때문이었습니다. 수년 후 둘 다 사제가 되었고, 지금은 편안한 관계가 되었습니다. 저도 저의 부족함을 성찰했고 원만히 해결하였습니다. 한번은 그 동료에게 그 당시의 제 어려움을 고백성사를 보듯이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기도하고 성찰하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안젤라 : 조언해 주신 덕에 기도를 많이 했어요. 그리고 많이 편해졌어요. 어려움이 없는 것도 평화로운 것이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일구는 평화가 참 평화라고 하던데, 제게 주어진 십자가를 지고 걸어갈 용기가 생겼습니다.

마리아 : 안젤라! 참으로 잘하셨어요!

 

 

실천하기 – 기도하는 가운데 평화를 체험하는 레지오 단원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가정에 관한 특별 기념의 해”를 선포하셨습니다.(2021년 3월-2022년 6월) ‘가정은 관계성과 연대의 기초’, ‘사랑의 원천이라는 것’과 기도, 보살핌, 용서, 친절이 바로 ‘성가정의 사랑법’ 임을 강조하셨습니다. 인간은 나약하기 때문에 사소한 다툼부터 갈등에 이르기까지 어려움이 분명 많지만 “해도 될까요”, “감사해요”, “미안해요”의 실천이 도움이 될 것이라 했습니다. 이처럼 행복한 공동체를 이루는 쉽고 빠른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고 그 중심은 기도와 성찰입니다.

 

사회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도 그러해야합니다. 사회현안들은 더 치열하고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그러나 대립과 갈등, 진영논리, 공격과 분노는 개인·공동체·사회에도 독이 될 뿐입니다. 그래서 간추린 사회교리에서도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무엇보다도 기도, 전례 참여, 성사 등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하며(519항), 우리가 사랑의 사람이 될 때 사회에 평화가 이룩될 것이라고 가르칩니다(207항). 진정으로 겸손히 성찰하고 기도할 때 나도 우리 사회도 더 평화로워집니다. 기도와 성찰을 통해 겸손한 사람, 평화의 사람, 하느님의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기도는 마음을 열어 하느님과 깊은 관계를 맺게 할 뿐만 아니라, 존중과 이해, 존경과 사랑의 태도로 다른 이들을 만나게 해준다. 기도는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모든 평화의 참된 친구들, 곧 평화를 사랑하고 자신이 살고 있는 다양한 환경에서 평화를 증진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힘을 준다. 전례 기도는 교회의 활동이 지향하는 정점이며, 동시에 거기에서 교회의 모든 힘이 흘러나오는 원천이다.”<간추린사회교리 519항>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1년 2월호, 이주형 세례자요한 신부(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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