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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108: 교회의 전례 거행(1154~1162항​)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1-03-02 조회수1,996 추천수0

[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 - 아는 만큼 보인다] 108. 교회의 전례 거행(「가톨릭 교회 교리서」 1154~1162항)

 

전례의 상징 이해, 그리고 마법과 마술의 차이

 

 

태국 TV 광고에 아내 없이 여러 비정규직을 전전하며 자식을 키우는 한 아버지와 어린 딸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양복을 입고 자신을 학교에 데려다주지만, 정작 아빠는 막일하는 처지입니다. 하지만 아이는 다 압니다. 양복 속에서 땀 냄새가 나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아빠에게 쓴 편지입니다.

 

“아빠는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아빠다. 아빠는 가장 멋있다. 가장 똑똑하고 가장 영리하고 친절하고, 아빠는 나의 슈퍼맨이다. 그러나 그는 거짓말을 한다. 직업을 가진 것에 대해. 그는 거짓말을 한다. 돈을 버는 것에 대해. 그는 거짓말을 한다. 피곤하지 않다고. 그는 거짓말을 한다. 배고프지 않다고. 그는 거짓말을 한다. 왜냐하면, 나 때문에. 더 나은 삶을 살도록. 아빠 사랑해요.”

 

어린 딸이 보는 아빠의 겉모습은 슈퍼맨입니다. 아빠는 모든 것을 마법사처럼 만들어내 자신에게 줍니다. 그러나 아이는 압니다. 아빠가 마법사가 아니고 마술사임을. 마법사는 무언가를 만드는 데 아무 힘을 쓰지 않지만, 마술사는 피땀을 흘린 노력으로 그렇게 보이게 할 뿐입니다. 아빠가 주는 선물을 통해 아빠가 단순한 마법사가 아니라 마술사임을 깨닫게 될 때 비로소 선물의 의미가 완성됩니다.

 

애니메이션 ‘일루셔니스트’(2010)는 한 마술사와 그를 마법사로 믿는 한 어린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마술사의 인기는 점점 식어갑니다. 그래서 시골 선술집까지 내려가 돈을 벌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를 정말 마법사로 여기는 한 소녀를 만납니다. 그는 가난한 그녀를 위해 마술로 빨간 구두, 하얀 옷, 맛있는 음식 등을 만들어줍니다. 이것들을 사기 위해 갖은 궂은일까지 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소녀는 끝까지 그를 마법사로 믿고 싶어 합니다. 좋은 옷과 신발을 신고 남자친구와 사귀고 그렇게 만들어준 마술사를 잊어갑니다. 마술사는 결국 “세상에 마법사는 없단다”라는 쪽지만 남기고 소녀를 떠납니다.

 

전례에서도 이와 똑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그리스도께서도 전례를 통해 우리에게 보이시려는 모습이 꼭 위 아빠의 모습과 같습니다. 다만 그리스도께는 협력자인 교회가 있다는 게 다릅니다. 그리스도가 아버지라 하면 교회는 어머니이고 교회를 통해 우리에게 주어지는 성사들은 그리스도의 공로 덕입니다. 따라서 교회에서 베풀어지는 모든 성사 안에는 그리스도의 피와 땀이 숨어있습니다.

 

신자 초기에는 그리스도가 슈퍼맨으로 보여야 합니다. 그래야 닮고 싶어집니다. 처음부터 십자가의 길을 가라고 하면 예비 신자들은 부담스러워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신앙의 성숙은 곧 성사의 상징들 안에서 그리스도의 피와 땀을 찾아내는 것과 비례합니다. 그제야 그리스도를 사랑하게 되고 그래야 전례의 목적이 실현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를 사랑하는 만큼 우리 죄가 사해지고 정결해집니다.

 

전례 안에서 사용되는 상징들은 ‘언어와 행위’(1153-1155 참조), ‘노래와 음악’(1156-1158 참조), ‘성화상’과 같은 전례 도구들입니다.(1159-1162 참조) 이 외에도 제단이나 독서대, 촛불과 제의의 다양한 색, 향과 성탄 트리 장식들도 있습니다. 물론 밀떡이나 포도주, 물과 기름 등도 하느님 선물의 상징들입니다.

 

이것이 성사들입니다. 성사는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사랑이 눈에 보이는 물질들로 우리에게 전해지는 도구입니다. 따라서 신자들은 보이는 것만 믿어서는 안 됩니다. 교회를 통해 나에게 주어지는 은총의 도구들 안에서 그리스도의 피땀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신비 교리’(mystagogia)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그래야 성사의 목적이 완성됩니다.

 

아빌라의 데레사 성녀는 수난당하시는 예수님상을 보고 엎어져서는 한참을 울었고 그 이후로 성체를 이전처럼 대할 수 없었습니다. 성체가 사제의 마법이 아닌 그리스도의 마술로 이뤄졌음을 더 절실하게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전례의 상징을 이해하는 방식이고 이해해야만 하는 이유입니다. 신앙의 성숙은 전례의 상징을 이해하는 것과 함께 나아갑니다.

 

[가톨릭신문, 2021년 2월 28일, 전삼용 신부(수원교구 죽산성지 전담 겸 영성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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