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교리 : 평화 증진 (3) 회칙으로 보는 평화 증진 이미 성 바오로 6세 교황의 「민족들의 발전」(1967)이 사회교리 회칙의 역사에서 하나의 기점이 되었다는 사실은 이미 말씀드린 적 있습니다(“회칙으로 보는 국제 공동체” 참조). 그전에 이 노선을 따르는 회칙이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사회적 관심」입니다. 이 회칙은 「민족들의 발전」 20주년을 기념하여 1987년에 반포되었습니다. 「사회적 관심」의 배경 「민족들의 발전」 반포 당시 세계를 양분하던 냉전체제는 20년이 지난 후에도 지속되고 있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경제적인 측면에서 북반구 선진국들과 남반구 저개발국의 격차가 1970년대 석유 파동을 계기로 더욱 벌어졌습니다. 그러니 바오로 6세가 지적했던 국제 문제들이 20년이 흐른 뒤에도 개선되기는커녕 더욱 악화되었던 것이죠. 불행히도 인류를 위한 진정한 발전이 달성되기는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회칙의 주요 내용 회칙 「민족들의 발전」은 ‘발전’이라는 주제를 고찰했는데, 회칙 「사회적 관심」도 시대에 맞추어 이 주제를 다룹니다. 회칙은 남반구와 북반구 국가들 간의 양극화와 저개발의 상황을 현대 세계의 비극으로 규정하면서, 합당한 발전의 의미와 그 조건을 고찰합니다. 그리고 ‘발전’을 ‘평화’라는 주제와 연결시킵니다. 그 이유는 당시 이데올로기 분열이 불균등한 발전에서 나왔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사회 문제가 전세계적인 차원을 띠게 되었다면 그 이유는 정의에 대한 요청이 오직 그 차원에서만 충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요청을 무시할 적에는, 불의의 희생자들 속에 폭력으로 응수하려는 유혹을 조장할 수가 있고 과연 많은 전쟁의 발발은 여기서 연원한다.”(10항) 그래서 회칙은 ‘평화를 위해선 모두의 발전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다다릅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민족들의 발전」 87항을 인용, 다시 한번 다음과 같이 선언합니다. “발전은 평화의 새 이름이다.”(10항) 평화는 연대 의식의 열매 회칙 「사회적 관심」은 사회교리의 기본 원리 중 ‘연대성’의 개념을 정립한 회칙으로도 유명합니다. 평화는 연대의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교회적 시각에서 연대란 단순히 개인 또는 단체가 자신들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연합이 아닙니다. 연대는 상대방을 하느님의 피조물이자 모상으로 인지하고, 우리 모두가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임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결론적으로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평화는 무력 확보를 통한 세력 간의 균형 유지가 아니라, 모든 민족이 상호 연대를 통해 함께 발전하는 데서부터 확립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본인의 존경하올 선임자 비오 12세의 교황직 좌우명이 ‘평화는 정의의 열매’(Opus justitiae pax)였다. 오늘에도 성서적 영감에서 오는 똑같은 의미와 똑같은 어조(이사 32,17; 야고 3,18 참조)로, ‘평화는 연대 의식의 열매’(Opus solidaritatis pax)라고 단언할 수가 있다. 누구나 그토록 희구하는 평화의 목표는 사회적이고 국제적인 정의를 구현함으로써, 그러나 또한 덕들을 실천함으로써 확실하게 성취될 것이니, 그 덕이란 인간들의 공동 일치를 신장시키고, 우리로 하여금 단결하여 사는 법을 주고받는 가운데 새 사회와 더 나은 세계를 단결하여 건설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을 말한다.”(39항) [2021년 3월 21일 사순 제5주일 의정부주보 5면, 김승연 프란치스코 신부(수동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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