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 - 아는 만큼 보인다] 112. 일곱 성사(「가톨릭 교회 교리서」 1210~1211항)
칠성사의 존재 목적은 믿음으로 새로 태어남! 지금까지 성사의 개념을 개괄적으로 보았습니다. 이제 구체적으로 ‘칠성사’에 관해 살펴보겠습니다. 칠성사의 중심은 ‘성체성사’입니다. 성체성사가 “성사 중의 성사”이고 “다른 모든 성사는 … 성체성사를 지향”(1211)합니다. 성체성사는 그리스도와 한 몸이 되는 은총입니다. 성체성사를 통해 우리도 그리스도와 하나가 되어 하느님의 자녀가 됩니다. 이 성체성사를 통한 구원의 신비를 중심으로 칠성사를 이해하려면 아기가 태어나고 성장하여 부모처럼 되는 과정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칠성사를 우리의 성장 과정과 비교하면 매우 쉽습니다. 교리도 칠성사를 그렇게 이해하도록 유도하는데, 그 이유는 “자연적인 삶의 단계들과 영적인 삶의 단계들은 어느 정도 유사하기”(1210) 때문입니다. ‘라만차의 기사’란 뮤지컬로 새로 태어남과 관련하여 칠성사를 설명해보겠습니다. 시골 지주이자 나이가 아주 많은 ‘알론조’는 기사 소설을 너무 많이 읽어서 머리가 돌아버렸습니다. 자신이 ‘돈키호테’란 이름을 가진 기사라 믿게 된 것입니다. 기사는 ‘누군가를 위해 싸움’을 해야 하는데, 돈키호테는 술집 여자인 ‘알돈자’를 성에 갇힌 공주 ‘둘시네아’로 여기며 그녀를 위해 악의 세력과 싸웁니다. 알돈자는 처음엔 미친 노인의 말을 무시합니다. 그러나 돈키호테의 희생은 부모에게 버려져 자기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알돈자를 변하게 합니다. 자신이 공주 둘시네아일 수도 있다고 믿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을 유혹하는 모든 이들을 물리치고 돈키호테의 바람대로 순결한 여인으로 새로 태어납니다. 새로 태어남의 핵심은 ‘믿음’입니다. 사람이라도 늑대에게 자랐다면 자신이 늑대인 줄 압니다. 그리고 자신이 믿는 대로 늑대의 본성으로 살아갑니다. 이렇게 자신이 누구라고 믿느냐가 그 사람의 본성을 결정합니다. 칠성사는 마치 돈키호테가 알돈자에게 주는 믿음의 선물의 총합과 같습니다. 그 사랑의 표현으로 알돈자도 부모에게 버려진 창녀가 아닌 공주일 수 있음을 믿게 된 것처럼, 우리도 그리스도의 핏값으로 세워진 칠성사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임을 믿게 됩니다. 그러면 그리스도처럼 물 위를 걸을 수 있음도 믿게 되고 그리스도께서 사랑하신 것처럼 우리도 십자가의 사랑으로 나아갑니다. 이것이 세례입니다. 세례로 새로 태어났다고 하더라도 수없이 이전 본성에 넘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알돈자가 둘시네아가 될 수 있다고 믿었음에도 유혹하는 이들에게 속아 몇 번을 포기하려 했던 것과 같습니다. 아기가 부모처럼 두 발로 걸을 수 있다고 믿어도 수천 번 넘어지지 않으면 걸을 수 없습니다. 이때 부모는 사랑으로 용기를 주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주님께서도 성령으로 우리에게 힘을 주시며 성장시키십니다. 이것이 ‘견진성사’입니다. 아기가 넘어졌다가도 다시 일어서는 것처럼, 우리도 죄에 떨어졌다가 다시 일어서야 합니다. 이것이 세례를 새롭게 갱신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주는 ‘고해성사’입니다. 또한, 영혼의 죄뿐만 아니라 몸도 건강하게 하여 성체를 영할 준비를 시키는 은총이 있는데, 이를 ‘병자성사’라 합니다. 영과 육이 함께 치유되고 성장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에서 ‘산초’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돈키호테는 싸우느라고 바빠서 둘시네아를 돌볼 여력이 없습니다. 이때 돈키호테는 산초를 알돈자에게 보내 자신이 싸우는 것은 그녀가 공주이기 때문임을 잊지 말라고 합니다. 신앙 안에서도 이 역할을 하는 이들이 있는데 사제들입니다. 그들이 받는 성사가 ‘성품성사’입니다. 돈키호테가 알돈자에게 믿음을 잃지 말라고 산초를 통해 끊임없이 자신이 싸운 전리품을 보내는데, 이것이 ‘성체’입니다. 신자들은 성체를 영하며 그리스도와 한 몸이 되어 새롭게 그리스도로 살 결심을 합니다. 결국, 둘시네아는 돈키호테의 믿음과 하나가 됩니다. 둘이 하나가 된 것입니다. 신앙 안에서 그리스도와 한 몸이 되는 성체성사의 신비가 일상에서는 혼인으로 표현됩니다. 남편과 아내의 일치가 곧 그리스도와 교회의 일치를 상징합니다.(에페 5,32 참조) 이렇듯 하와가 아담의 갈비뼈로 태어나 결국 아담과 한 몸이 되듯, 교회는 그리스도의 옆구리에서 나온 칠성사로 새로 태어나 그리스도의 신부가 됩니다.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여 그분께 순종하는 몸인 교회는 이미 본성상 그리스도의 신성과 하나 된 하느님의 자녀입니다. [가톨릭신문, 2021년 3월 28일, 전삼용 신부(수원교구 죽산성지 전담 겸 영성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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