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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교회 안 상징 읽기: 무당벌레 - 성모님의 가호 상징하는 곤충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1-05-19 조회수3,029 추천수0

[교회 안 상징 읽기] 무당벌레: 성모님의 가호 상징하는 곤충

 


무당벌레와 관련된 중세기의 전설

 

대체로 주황색 또는 붉은색 계열의 등껍질과 거기에 검게 박혀 있는 반점들이 특징인 작은 곤충이 있다. 등껍질이 화려한 색채를 띠기에 마치 무당처럼 보인다고 해서 우리말로는 무당벌레라고 불린다. 이름만 놓고 보면 얼핏 거리감이 느껴질 법도 한 이 곤충이 서양에서는 성모님과 관련된 이름과 상징성을 지닌 데다 모습마저 앙증맞게 생겨서 나름 친근감을 느끼게 하는 벌레로 받아들여진다. 어쨌거나 무당벌레는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진딧물이며 다른 해충들을 잡아먹는 이로운 벌레다.

 

유럽에는 중세기에 만들어진 무당벌레에 얽힌 이야기들이 전해 온다. 이 이야기들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그리고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콕 집어서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대개는 꽤나 매력적이며, 그러기에 다분히 신빙성 있는 듯이 여겨지는 이야기들이다.

 

이를테면 이러한 이야기 말이다. 중세 초기 유럽의 몇몇 지역들에 해로운 곤충들이 무리를 지어 몰려들었다. 그것들은 무서운 속도로 경작지의 농작물들을 망가뜨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자칫 식량이 부족해질까 봐 두려워하게 되었고, 이듬해 소출이 생길 때까지 겨울 동안 가족들이 먹을 양식이 떨어지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급기야는 성모님께 자기들을 재난에서 구해주시기를 간청하기에 이르렀다.

 

- 얀 반 아이크, <루카 마돈나>

 

 

그렇게 기도한 지 그리 오래지 않아서 주황색 바탕에 검은색 반점들이 선명한 작은 곤충들이 하늘의 구름인 듯 거대한 무리로 날아와서는 농부들의 경작지에 내려앉았다. 그러고는 그곳의 해충들을 왕성하게 잡아먹었다. 그리하여 농작물들은 무사히 보호되었다. 사람들은 기도를 들어주신 성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자기들에게 도움을 준 이로운 주황색 곤충을 ‘성모 마리아님의 딱정벌레’(Our Lady’s beetle)라는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이 딱정벌레는 성모님의 가호를 상징하는 곤충으로 여겨졌다.

 

이 곤충은 라틴어로는 코키넬라(Coccinella)라고 부르는데, 이는 ‘진홍색’을 뜻하는 라틴어 코키네우스(coccineus)에서 유래한다. 곧, 이 곤충의 붉은색 계열의 등껍질과 관련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리고 중세기의 성모 성화들을 보면, 성모님이 빨간색 망토를 입으신 모습을 그린 작품들이 적지 않다. 이는 특유의 등껍질 색과 그 등껍질에 박혀 있는 7개의 검은 반점들로 특징을 이루는 이 곤충의 한 종류, 곧 칠점 무당벌레와 관련된다. 이를테면 7개의 검은 반점들은 성모 마리아님께서 겪으신 7가지 기쁨과 7가지 고통을 나타낸다고 본 것이다.

 

이처럼 각별히 성모 마리아님과 연결되는 곤충이기에, 그 이름마저도 영국에서는 ‘성모 마리아님의 새’(Our Lady’s bird) 또는 ‘성모님의 딱정벌레’(Lady beetle)라고, 그리고 미국에서는 이를 짧게 줄여서 ‘성모님의 벌레’(ladybug)라고 불리게 되었다. 또한 독일에서는 마리엔크래퍼(Marienkäfer)라고, 크로아티아에서는 부바마라(Bubamara)라고 불리는데, 그 뜻은 ‘마리아님의 딱정벌레’(Mary’s beetle)다. 보헤미아에서는 프라우엔캐페를라인(Frauenkäferlein)이라고 불리는데, 그 뜻은 ‘성모님의 작은 딱정벌레’(Our Lady’s little beetle)다.

 

 

무당벌레, 농작물을 보호하는 곤충

 

한낱 전해 오는 이야기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 사실인 것이, 무당벌레는 진딧물을 잡아먹고 – 무당벌레 한 마리가 하루에 진딧물 50마리를 먹어 치운다고 한다 – 그 밖에 농작물에 해를 끼치는 다른 해충들도 잡아먹는다. 19세기 말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레몬과 오렌지를 재배하던 농장들이 해충인 깍지벌레가 극성을 부리는 바람에 큰 피해를 입은 일이 있었다. 이때 농장주들은 무당벌레 수십만 마리를 구입해다 과수원에 풀어놓았다. 그러고 채 2년이 지나지 않아서 깍지벌레들은 완전히 박멸되었고, 나무들은 다시금 열매를 맺게 되었다. 화학적인 방법으로 농약에 의존하지 않았음에도, 무당벌레들이 병해충들로부터 과일나무들을 구해낸 것이다. 무당벌레는 그야말로 보호하는 곤충이라는 상징성이 입증된 것이다.

 

오늘날에도 유기농 방식으로 농사를 짓는 수많은 농부들은 무당벌레를 다량으로 가져다가 농장이며 과수원에서 해충을 퇴치하는 데 이용한다. 무당벌레는 진딧물, 깍지벌레, 매미충 그리고 그밖의 해충들을 방제하는 데에 꾸준히 그리고 아주 유용하게 이용된다.

 

 

무당벌레, 행운의 표징

 

무당벌레는 또한 행운의 표징으로도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졌다. 이 상징성의 기원 역시 중세기의 전설에서 비롯되었다.

프랑스 왕 로베르 2세(972-1031)가 하루는 어느 사형수의 참수형 집행을 참관했다. 그런데 갑자기 무당벌레 한 마리가 날아와서는 그 사형수의 목에 달라붙었다. 사형 집행인은 몇 번이고 강한 입김을 불어서 그 무당벌레를 날려 보내려고 했다. 그러나 무당벌레는 고집스럽게도 번번이 날아갔다가는 사형수의 목으로 되돌아오곤 했다.

 

이를 지켜보던 로베르 왕은 이 작은 곤충의 행위를 하느님의 중재의 표징으로, 곧 ‘좋으신 하느님께서 보내신 미물(微物)’의 표징으로 이해했다. 프랑스의 왕들 중에서 루도비코(루이) 왕과 더불어 ‘경건왕’이라고도 불리는 로베르 왕 – 신앙심이 독실했고, 그러나 이단자들에 대해서는 관용을 보이지 않았다 – 은 즉시 사형 집행을 중지시켰다. 그리고 하느님의 섭리에 의한 이 사면 직후에, 그 사람은 실제로 죄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후로 서양에서는 무당벌레가 행운을 가져다주는 곤충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래서 서양 사람들은 무당벌레 한 마리가 누군가에게 날아와서 앉으면, 그것을 털어서 쫓아내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말한다. 무당벌레가 날아가지 않도록 움직이지 말고 조용히 검은 반점이 몇 개인지 세어 보라고 말한다. 반점의 숫자는 행운이 몇 달이나 지속될 것인지를 말해 주고, 등껍질의 색은 짙으면 짙을수록 더 큰 행운을 누리게 될 것임을 말해 준다는 것이다.

 

또 어떤 사람들은 만약에 무당벌레가 누군가의 손등에 내려앉으면, 그 사람은 소원 성취를 빌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소원 성취를 비는 동안 무당벌레가 계속 그 사람의 손에 머문다면, 소원 성취를 빈 다음에 무당벌레가 날아가는 방향이 곧 그 사람이 누릴 행운이 찾아올 방향이라고 말한다.

 

그런가 하면, 프랑스에서는 무당벌레가 누군가에게 날아와서 앉으면, 그 사람의 걱정이 무엇이든 그 무당벌레가 날아갈 때 그 걱정거리도 함께 사라질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일부러 무당벌레를 죽이면 슬픈 일이나 불행한 일이 닥칠 것이라고 믿는다. 프랑스의 브리타니 지방 사람들은 무당벌레가 날아오면 날씨가 좋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가 하면 벨기에 사람들은 무당벌레가 젊은 여성의 손바닥이나 손등을 가로질러서 기어가면 1년 안에 결혼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탈리아에서는 무당벌레가 아기나 아기의 요람에 와서 앉으면, 아기 엄마는 그것이 자기 아기에게 내리는 축복의 표징이라며 기뻐하며 미소를 짓는다. 그러기에 이탈리아에서는 무당벌레가 콤마루치아(commaruccia)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데, 이는 ‘작은 산파(産婆)’라는 뜻이다.

 

성모 마리아님과 관련된 이름을 가진 작은 곤충인 무당벌레는 이렇듯 세계 곳곳의 여러 문화권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보호와 행운의 상징으로서 환영받아 왔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1년 5월호, 이석규 베드로(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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