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 - 아는 만큼 보인다] 122. 견진성사 ③ (「가톨릭 교회 교리서」 1302~1321항)
신앙도 익어가지 않으면 늙어간다 견진성사는 “그리스도인의 성숙을 위한 성사”(1308)입니다. 성령의 능력을 받아 그것으로 성숙한 신앙인이 됩니다. 그런데 ‘성숙’이란 무슨 뜻일까요? “인생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란 말처럼, 신앙도 그냥 놓아두면 늙어가고, 성령의 지향 아래 살면 익어갑니다. 끊임없이 발전하고 성숙한다는 뜻입니다. 세상에서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간다는 뜻은 무엇일까요? 익은 과일은 수확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수확은 곧 죽음을 의미합니다. 기꺼이 죽을 수 있을 때 익는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젊은 나이에 세계를 정복한 인물이 있습니다. 알렉산더 대왕입니다. 그는 30세 초반에 병이 들어 죽었지만, 그의 짧은 인생 가운데서도 그는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한번은 그가 페르시아 원정을 하였을 때 페르시아 왕 고레스의 묘비를 보고 울었는데 “인생이 아무리 한때 부귀영화를 누려도 결국은 한 개의 무덤밖에 남기는 것이 없으니 허무하구나!” 하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또 한번은 그가 부하들과 모래사장에서 씨름하다가 넘어졌는데 넘어진 그 자리를 보고 울었다고 합니다. 신하들이 왜 우시냐고 물었더니 부하에게 져서 원통하여 운 것이 아니라, 모래사장에 넘어진 자국을 보며 “내가 지금은 이렇게 큰 나라를 가지고 부귀 권세를 누리지만 나도 죽으면 한 평의 땅속에 묻혀 버리고 말 것으로 생각하니 인생이 얼마나 무상하냐?”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죽음은 이렇게 우리를 성숙하게 합니다. 성령께서는 우리 안에 들어와 우리를 익게 만드십니다. 내가 죽고 그리스도로 살게 합니다. 그리고 그리스도로 산다는 말은 사랑으로 산다는 말과 같습니다. 이 세상에서 익어가는 모든 사람은 죽음 이후에 남는 삶의 가치가 오직 ‘사랑’뿐임을 깨닫습니다. 지난해 4월 미국에서는 코로나19에 감염된 노부부가 병원으로 떠나기 직전 찍은 사진 한 장이 화제가 됐습니다. 어떤 사진이었을까요? 현지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이 사진의 주인공은 조셉 델리스(88)와 욜란다 델리스(83)입니다. 조셉과 욜란다는 40년 전 브루클린의 한 볼링장에서 만나 데이트를 시작했고, 10년의 연애 끝에 지난 1992년 결혼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욜란다는 관절이 나빠져 계단을 오르지 못할 정도로 몸이 약해졌고, 알츠하이머 진단까지 받으며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부부는 서로를 아꼈습니다. 그러던 중 이들 두 사람 모두 코로나19에 걸리며 비극이 찾아왔습니다. 부부는 병원에 가기 전 서로의 마지막을 직감하며 작별의 키스를 나누는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들은 며칠 후 함께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 부부는 늙어온 것이 아니라 익어온 것입니다. 사랑을 성숙시켜 왔기 때문입니다. 일본 최고 납세자 ‘사이토 히토리’씨는 인생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행복’이라 말했습니다. 그는 그 한 목표를 향해 왔기에 매일 더 행복합니다. 그런데 사랑하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없습니다. 사랑은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일입니다. 그는 행복의 비결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중졸 학력에 돈도 없었던 내가 부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신을 믿고 신이 기뻐하는 일을 했기 때문입니다. 나는 신이 싫어하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았습니다.”(「세상의 이치를 말하다」 사이토 히토리, 갈라북스) 우울한 성인이 없고, 기분 좋은 마귀도 없다고 합니다. 좋은 기분은 성령의 열매입니다. 기분 좋아야 사랑할 수 있습니다. 이 감정을 유지하고 성장시킬 줄 아는 능력이 성숙한 신앙입니다. 이 감정은 성령의 힘으로만 가능하기에 성숙한 신앙인은 성령이 흐르는 교회를 떠나는 일이 없습니다.(1313 참조) 또한, 복음을 전하는 것만큼 큰 사랑 실천이 없기에 “그리스도의 참된 증인으로서 말과 행동으로 신앙을 전파”(1303)하며 끝까지 사랑을 실천합니다. [가톨릭신문, 2021년 6월 6일, 전삼용 신부(수원교구 죽산성지 전담 겸 영성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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