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 - 세상의 빛] 131. 올바른 행동에 대한 성찰 (8) 생태와 자연, 돌봄과 존중으로 대해야(「간추린 사회교리」 461항)
울부짖는 공동의 집, 생태적 회개와 실천 절실 “우리가 오랫동안 여행해 온 길은 놀라운 진보를 가능케 한 너무나 편안하고 평탄한 고속도로였지만 그 끝에는 재앙이 기다리고 있다. 아직 가지 않은 다른 길은 지구의 보호라는 궁극적인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마지막이자 유일한 기회다.”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중) 작동하지 않을지도 모를 자연 냉전시대가 한창이고, 전후복구와 경제성장에 모든 것을 쏟아붓던 1962년, 미국의 여류작가이자 환경운동가인 레이첼 카슨이 「침묵의 봄」을 발표합니다. 환경 분야의 고전으로 꼽히는 이 작품은 무분별한 개발과 파괴, 화학물질 사용과 핵폐기물의 위험 등을 주제로 환경파괴와 이를 야기하는 자본주의와 인간의 탐욕을 써 내려 갑니다. 또한 오염물질, 유해한 화학물질은 비단 동식물과 환경만이 아니라 인간마저 위협할 것이라는 경고와 함께 편의와 쾌락만을 추구하는 문명이 아닌 자연과 더불어 사는 문명의 필요성을 역설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침묵의 봄’이라는 제목인데, 왜 봄이 침묵할까요? 봄의 침묵은 두 가지를 상징합니다. 첫째로, 망가진 자연과 생태를 뜻하고, 둘째로 그로 인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생태계와 환경을 의미합니다. 나아가 봄의 침묵은 생명의 침묵, 즉 죽음과 황폐로 이어질 것이라 하며, 인간과 자연은 서로 긴밀히 연결돼 있고 깊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전합니다. 생명을 경외하고 돌보는 마음 환경을 언급할 때 생태(eco)와 환경(environment)이라는 두 단어를 사용하는데 그 의미가 사뭇 다릅니다. 영단어 environment는 둘러싼 환경, 외부의 상황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eco라는 영단어는 환경만이 아니라 생태, 자연, 서식지를 뜻하는데 이 단어는 집, 살림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오이코스’(οί κος) 에서 유래됐습니다. 집이나 살림은 인간의 삶과 매우 밀접합니다. eco는 바로 이 부분, 자연과 인간은 마치 한 몸처럼 연결돼 있다는 사실에서 착안됩니다. 따라서 두 단어는 근본적으로 생태나 자연에 대한 시각 차이를 담고 있습니다. environment가 자연이나 동식물을 이용하고 통제할 대상으로 국한시킬 수 있는 인간중심 개념인데 반해 eco는 자연이 인간과 매우 밀접하고, 자연이 건강해야 인간도 건강하다는 배경을 담고 있습니다. 과거에 자연은 그 자체로 신화화되고 숭배돼야할 대상이기도 했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이용과 착취의 대상으로 전락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생태는 인간이 생명을 존중하는 가운데 자신을 겸허히 자연의 일부로 바라보고, 그 속에서 하느님께서 지으신 자연과 세상을 돌보고 가꿀 책임과 소명을 강조합니다. 올바른 행동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고 있습니다. 그중 환경과 관련돼 우리가 성찰할 것이 참 많습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자연과 생명에 대한 우리의 올바른 생각을 정립하는 것이 아닐까요? 공동인 집을 위해 무엇을 실천할까? 얼마 전 아름답기로 소문난 제주도 이호테우 해변의 충격적인 모습이 TV와 SNS에 방영됐습니다. 밤새도록 관광객들이 다녀간 후인 새벽 5시 무렵 해변은 술병과 오물, 각종 쓰레기로 난장판이었습니다. 지역주민들은 악취와 아수라장 속에서 청소를 하면서 제발 먹은 것만이라도 치우고 돌아가 주길 호소했습니다. ‘몰래 버린 양심’, ‘버려진 양심’, ‘양심도 휴가 갔나요?’라는 제목으로 매년 이런 문제들이 보도되지만 휴가철마다 많은 피서지가 쓰레기로 몸살을 겪습니다. 그런데 비단 피서지만이 문제일까요? 우리의 일상에도 쇼핑과 과도한 소비는 늘어만 가고, 거기에 더해 일회용기 사용과 폐기물 배출이 폭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 반해 쓰레기 분리수거의 미실천, 무분별한 낭비가 너무나 많습니다. 그리고 우리 공동의 집인 지구는 점점 쓰레기로 병들어 갑니다. 이제는 환경오염과 파괴 정도가 아니라 환경재난이나 재앙 수준입니다. 우리의 실천이 너무나 절실합니다. 역시나 우리의 의지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나만 편하면 된다는 생각, 나만 즐기면 된다는 생각이 아니라 불편함을 감수하고 이웃과 자연을 존중하려는 노력입니다. “성경 메시지와 교회의 교도권은 인간과 환경의 관계에서 발견되는 문제점들을 평가하는 데에 본질적인 준거가 된다. 이러한 문제점들의 근본 원인은, 모든 인간 활동의 두드러진 특징이 되어야 하는 도덕적 고찰을 무시하고 사물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배를 주장하는 인간의 오만함에서 찾아볼 수 있다.”(「간추린 사회교리」 461항) [가톨릭신문, 2021년 8월 15일, 이주형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성서못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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