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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138: 복음과 사회교리 - 복음과 은총, 그리고 사랑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1-10-12 조회수1,189 추천수0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 - 세상의 빛] 138. 복음과 사회교리 - 복음과 은총, 그리고 사랑(「간추린 사회교리」 63항)


고통 속에서도 회복을 체험했던 신앙인의 지혜, 사랑

 

 

마리아: 신부님께서 항상 저희를 반갑게 맞이해 주시고, 사랑한다고 말씀해 주시는 게 참 좋아요. 너는 소중한 사람이라고 늘 말씀해 주시잖아요?

스텔라: 맞아요. 큰 힘이 돼요.

바오로: 너희들 너무 유치한 거 아냐? 다 컸으면 알아서 사는 거지?

베드로: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그런 사랑과 따스함을 받아야 사는 거 같아요.

안젤라: 그런데 가끔 슬퍼요. 그런 따스함조차 능력이 있어야 들을 수 있는 소리라는 게 말이에요.

 

 

사랑받음의 자격?

 

“사랑합니다”, “당신은 참 소중한 사람입니다!” 이런 이야기들 들으면, 어떤 느낌이 드십니까? 얼마나 들으십니까? 진심을 담은 이런 이야기를 누가 해 주나요? 서로 쑥스러워서 못하지만, 사실 이것은 우리 삶의 원동력이자 존재의 이유입니다.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 사회교리에서 강조하는 인간존엄은 “결국 우리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은 소중합니다!”를 진심으로 표현하라는 권고가 아닐까요?

 

반대로, “당신은 이번 시험에서 형편없는 성적을 받았으니 사랑받을 자격이 없습니다!”라며 사랑과 성적을 정비례시키면 우리 삶은 어떻게 될까요?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점점 그리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간추린 사회교리」 526항에는 사회교리 활동을 위해 ‘복음 메시지를 사회 현실의 배경 안에 놓기’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어떤 의미일까요? 비록 복음이 완벽하게 사회 속에 흘러 들어갈 수는 없다 하더라도 첫째는 복음으로 사회현실을 해석할 것, 둘째는 하느님의 모상인 모든 사람들이 구원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포기하지 말 것을 의미합니다.

 

 

보셨나요? 오징어게임!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이 한국 드라마 최초로 미국 시장 1위를 차지하며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역사적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K드라마의 저력을 드높였고 초록색 추리닝, 양은 도시락, 달고나 키트의 유행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비록 폭력적이고 자극적이지만 독특한 설정과 뛰어난 연기를 담은 수작이라고 평가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작품은 황동혁 감독의 말처럼 경쟁지상주의와 사회적 불평등, 적자생존이라는 한국사회의 회색지대를 풍자합니다.

 

456억이라는 엄청난 상금, 게임에서 지면 죽는다는 설정은 분명 비현실적이나 저는 드라마를 보는 내내 제가 만난 사회적 약자들이 생각났습니다. 이유를 막론하고 사회의 변두리로 몰린 많은 이들 중에는 도박이나 중독, 자신의 죗값으로 그리된 이들도 있지만, 많은 경우 태생과 상황이 참담해 본인은 손쓸 새도 없이 강제로 벼랑 끝까지 몰린 이들도 있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도 한 해 자살자 1만3799명(2019년), 매년 산재 사망자수 2000여 명, 전체의 약 40%를 차지하는 비정규직 일자리, 40%대 노인 빈곤율, 어르신과 여성, 장애인과 외국인노동자, 저학력·저숙련 이웃과 같은 사회적 약자가 겪는 열악함은 오락용 드라마가 아닌 우리 주변의 현실 속 오징어게임입니다.

 

 

은총과 사랑

 

드라마는 “현실이 더 지옥이야! 아직도 사람을 믿어?”라는 말로 끝나며 강한 여운을 남깁니다. 자극적인 말이지만 부정하긴 어렵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파견하실 때 양들을 이리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고 하셨지요.(마태 10,16) 함께 연대한다고 말하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서로에게 축복이 돼 줘야함을 이야기하면서도 고통과 눈물이 존재하고, 인간의 힘만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현실임을 인정합니다. 그래서 절박한 심정으로 은총을 언급합니다.

 

「간추린 사회교리」에서는 좌절과 폭력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은총이 필요하다고 하고(43항), 사회교리 자체에는 진리와 은총의 효력이 있다고 합니다.(63항) 극악한 현실을 마주하며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신앙과 은총에 대한 믿음인 듯합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바로 사랑입니다. 사랑은 스러지지 않고(1코린 16,8), 죽음보다 강하며(아가 8장), 그 사랑이 바로 하느님이시라는(1요한 4,16) 고백은 수천 년간 고통스런 현실 속에서도 변화와 회복을 체험했던 우리 신앙인의 지혜였기에 그러합니다.

 

사랑한다는 말은 가시덤불 속에 핀 하얀 찔레꽃의 한숨 같은 것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은 한자락 바람에도 문득 흔들리는 나뭇가지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는 말은 무수한 별들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거대한 밤하늘이다

어둠 속에서도 환히 얼굴이 빛나고

절망 속에서도 키가 크는 한 마디의 말

얼마나 놀랍고도 황홀한 고백인가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말은

(이해인 수녀 ‘사랑한다는 말은’)

 

[가톨릭신문, 2021년 10월 10일, 이주형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성서못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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