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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143: 복음과 사회교리 -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마태 5,16)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1-11-13 조회수1,593 추천수0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 - 세상의 빛] 143. 복음과 사회교리 - "너희의 빛이 사람들 앞을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마태 5,16) (「간추린 사회교리」 138항)


그리스도인의 성숙한 사회참여, 사람다운 세상 향한 밀알

 

 

“필리핀의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은 가정주부로서 아무런 정치적 경험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얻고 많은 시련을 이겨내며 민주화를 정착시켰습니다. 그 비결은 하느님을 믿고 국민을 존중하고 민심을 천심으로 알고 따르며 진리와 정의를 실천하고 관용을 베풀었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누구나 상식적으로 아는 정치의 정도와 양식을 따르며 정직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일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정치 지도자도 힘과 어거지로 정치를 하려고 하지 말고 상식으로 돌아가서 국민의 뜻을 존중할 줄 알면 됩니다. 잘못이 있을 때에는 솔직히 시인하는 정직과 용기가 필요합니다.”(고(故) 김수환 추기경 「참으로 사람답게 살기 위하여」 중 ‘좋은 대통령을 그려낼 수 있다면’)

 

 

절대권력이라는 환상

 

「간추린 사회교리」 8장의 주제는 정치 공동체입니다. 여기서 가장 먼저 언급된 복음은 바로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돌려 드려라”(마르 12,17)는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 그리 말씀하신 이유는 “황제에게 바치는 세금을 부당하게 보지 않으셨으나 마땅히 하느님께 드릴 것은 하느님께 바쳐야 하며 세속의 권력을 하느님의 권력으로 만들려는 모든 시도에 대해 단죄하신 것이다”라고 설명합니다.(379항) 실제로 자신들의 권력을 절대적인 것으로 여기고 심지어 신격화함으로 몰락에 이르렀던 사례가 많았습니다.

 

가톨릭교회는 문명화된 사회에서 세속의 통치 권위는 필수적이며 정치 권위는 사회를 구성하는 데 꼭 필요한 요소임을 인정합니다.(379항) 하지만 정치 권위의 본질은 하느님과 도덕이며, 여기서 벗어날 때 정치 권위는 박해자의 권력을 상징하는 ‘묵시록의 짐승’(묵시 17,6)이 된다고 합니다.(382항) 따라서 통치자들은 섬기러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아 하느님 섭리의 봉사자로서 행동해야 합니다.(383항)

 

 

어느 후보 찍으십니까?

 

요즘 대화 주제 중 하나는 바로 얼마 남지 않은 대선이고 ‘누가 될까요, 어느 후보가 될까요?’입니다. 그런데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다, 어떤 후보자가 좋아서 뽑는 것이 아니다, 암울하다는 탄식도 많습니다. 완벽한 정치를 통해 민생을 해결할 훌륭한 지도자를 기다리는 기대에 현실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일까요? 물론 지금만 그런 건 아닐 겁니다. 사회와 정치제도에는 한계가 있어 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과 별개로 좀 더 숙고해야 할 부분도 있으니 바로 유권자인 우리 자신에 대한 성찰입니다. 투표를 통해 통치자를 선출하지만 투표권을 행사하는 우리의 자질 역시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간추린 사회교리」는 그리스도인의 사회참여에 요청되는 개인의 성숙함을 강조합니다. 그래서 어떤 상황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올바른 의지에 따라 결정을 내릴 때에 성숙한 사고와 책임이 요구된다고 하지요.(548항)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책임의 경중과 파급력은 다르지만, 유권자인 우리의 책임을 깊이 인식하면 어떨까요? 오늘날 민주주의 사회에서 통치자를 만드는 것은 투표하는 사람들의 표입니다. 뽑을 사람이 없다구요? 물론 내가 선호하는 후보자와 정책이 없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입니까? 냉정하게 말해 내가 원하는 것만을 바라는 것이 성숙함일까요? 적어도 가톨릭교회는 우리가 바라는 것보다 하느님의 뜻을 따라야 하고 그것을 참된 신앙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나요? 물론 이것은 개인의 권리를 무조건 포기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대화와 노력을 통해 합리적 대안이 늘 모색돼야 합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사회는 지나치리만치 개인의 권익만이 중시됩니다. 그러다 보니 양보와 배려, 타협과 협력이 요원하고 감정 섞인 대립과 반목, 맹목적인 진영논리만 횡횡합니다. 내 권리와 기호, 욕심만 중시하면 그 사회에 미래와 희망이 있을까요? 우리는 좀 더 성숙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더욱이 신앙인은 타인에 대한 비방만이 아니라 용기 있게 나의 미숙함을 고백하고 하느님 말씀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쉽지 않겠지만 우리도 그런 노력을 통해 공동체의 중요한 시기를 준비하면 어떨까요?

 

“진리에 복종할 때, 다시 말해 감히 자신이 진리나 윤리 규범의 창시자나 절대 주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때, 모든 사람은 자유의 행사를 통해 개인과 사회에 이바지하는 도덕적으로 선한 행동을 한다. (중략) 자유는 선물로 주어진 것이며, 마치 한 알의 씨처럼 받아들여 책임감을 가지고 키워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 자유는 인간과 사회를 파괴하면서 소멸한다.”(「간추린 사회교리」 138항)

 

[가톨릭신문, 2021년 11월 14일, 이주형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성서못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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