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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145: 성품성사 1(1533~1553항)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1-11-28 조회수1,122 추천수0

[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 - 아는 만큼 보인다] 145. 성품성사 ① (「가톨릭 교회 교리서」 1533~1553항)


그리스도 사제직 참여는 구원의 족보에 참여하는 것과 같다

 

 

이제 사제직의 ‘성품성사’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사제의 직무는 ‘보편 사제직’과 ‘직무 사제직’으로 구분됩니다. 직무 사제직은 “성사적 행위”(1538)인 성품성사에 의해 사제로 축성된 이들의 직무입니다. 그런데 이 직무 사제직도 ‘은총의 중개자’가 되어 하느님과 이웃을 이어준다는 본질적인 면에서 신자들의 보편 사제직과 다르지 않습니다.(1546 참조)

 

우리 사제직은 “‘하느님과 사람 사이의 유일한 중개자’(1티모 2,5)이신 예수 그리스도”(1544)의 사제직과의 결합입니다. 우리는 사제직을 수행함으로써 “사제들의 나라”(탈출 19,6)에 속하게 됩니다. 사제는 교회와 세상 사이의 은총의 중개자가 되어 그들이 내어주는 것들을 주님께 봉헌하고 그 대가로 주님께 받은 “말씀과 은총”(1535)을 흘려줌으로써 그리스도와 지체들을 연결해줍니다. 이런 일을 할 때 나를 통해 흐르는 구원이 나를 채우기에 구원이 곧 나의 것이 됩니다.

 

이렇듯 사제는 구원의 중개자이며 통로입니다. 이는 마치 한 집안의 족보를 통해 피가 후손으로 흐르게 하는 일과 같습니다. 마태오복음은 예수님의 족보로 시작됩니다. 이스라엘 심성 안에, 구원의 족보 안에 드는 것이 곧 구원입니다. 카인의 족보와 아담의 족보를 예로 들면, 카인의 족보(창세 4,17-24 참조)에는 그 후손들이 몇 년을 살았는지 전혀 언급이 없습니다. 반면 아담의 족보(창세 4,25-5,32)에는 그들이 몇 년을 살았는지 명확히 밝힙니다. 이렇듯 구원이 흐르는 족보가 따로 있습니다. 구원은 그 족보 안에 들어가는 일입니다.

 

족보에서는 면면히 흐르는 가문의 ‘피’, 혹은 ‘씨’가 있습니다. 그 씨가 곧 유산인데, 구약에서는 ‘장자권’, 신약에서는 ‘은총’이라 해도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야곱은 에사우의 장자권을 가로챘기에 은총의 흐름이 에사우에서 야곱으로 바뀐 것입니다. 그래서 메시아는 야곱의 후손이어야 하고 그리스도는 당신 장자권을 ‘칠성사’란 방법으로 교회에 전달하셨습니다. 은총을 받아 합당한 이에게 전달하는 이는 모두 사제입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장자권을 물려받고 물려주는 사제만이 이 구원의 족보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마태오복음의 족보에 다섯 명의 여인들이 나옵니다. 장자권은 남자를 통해 흐르지만, 여성이 이 족보에 들어간 것입니다. 그 이유는 이 여성들이 어떻게 사제직을 수행했느냐를 본받아 우리도 그 사제직에 들게 하기를 원하시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우리는 성모 마리아의 모범적 사제직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족보는 “야곱은 마리아의 남편 요셉을 낳았는데, 마리아에게서 그리스도라고 불리는 예수님께서 태어나셨다”(마태 1,16)라고 말합니다. 성령으로 그리스도를 세상에 중개하신 첫 사제가 성모 마리아이신 것이고 그래서 구원의 족보에 드신 것입니다. 교리서는 이와 같은 사제직의 본질에 관해 이렇게 가르칩니다.

 

“(사제는 누구입니까- 그는)(중략) 그리스도의 사제직에 참여하며, 인간의 면모를 새롭게 하여 (하느님의) 모습을 드러내고, 저 높은 곳을 위하여 일합니다. 그리고 가장 위대한 점을 감히 말하자면, 하느님이 될 것이고 다른 이를 하느님이 되게 할 것입니다.”(1589)

 

성모 마리아만큼 그리스도의 사제직에 참여하여 인간의 면모를 새롭게 하고 성령으로 하느님과 한 몸이 되어 다른 이를 거룩하게 한 사람은 그 이전에도 없었고 그 이후에도 없었습니다.

 

카나의 혼인잔치에서 성모께서는 그리스도로부터 성령의 은총으로 상징되는 포도주를 참석자들에게 중개하십니다. 성모 마리아는 그리스도와 교회 사이에서 영원히 이어질 영적 계약의 중개자 역할을 하시는 것입니다. 지금의 교회 직무 사제직을 수행하는 사제들은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요한 2,5)라고 하신 성모님의 명령을 따를 뿐입니다.

 

구원의 씨를 중개하는 사제직의 측면에서 족보에 나오는 다른 여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곧 유다의 며느리 ‘타마르’는 남편이 죽자 시아버지인 유다의 씨를 받았고, ‘라합’은 이스라엘 정탐꾼들(이스라엘의 씨)을 자신의 집에 숨겨주었으며, ‘룻’도 어머니의 권고대로 라합의 아들인 보하즈의 밭에서 일하며 보하즈의 씨를 받습니다. 우리야의 아내 ‘밧세바’도 다윗에게서 왕의 씨를 받아 솔로몬을 낳았습니다.

 

이런 일들이 비천하게 보일지라도 구원이 오직 성령을 받아 전하는 것임을 안다면 우리도 아무리 비천해지더라도 이 은총의 사제직에 참여하여 구원의 족보에 들려고 해야 할 것입니다. 은총과 진리를 교회에서 받아 세상에 전하는 것, 곧 우리가 모두 행하는 보편 사제직이 구원의 유일한 길입니다.

 

[가톨릭신문, 2021년 11월 28일, 전삼용 신부(수원교구 죽산성지 전담 겸 영성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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