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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145: 복음과 사회교리 - 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1-11-28 조회수1,108 추천수0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 - 세상의 빛] 145. 복음과 사회교리 - "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마태 4,17) (「간추린 사회교리」 517항)


참평화는 용기 있는 반성과 참회를 통해 가능하다

 

 

“우리는 양심에 어긋나는 일을 너무나 많이 저질렀습니다. 지금도 부정과 불의가 우리 안에 창궐하고 있습니다. 배리(背理)와 역리(逆理)가 순리와 도리에 앞지르고 있습니다. 우리 손은 깊이 부패되어 있습니다. 우리 발은 깊이 흙탕물에 젖어 있습니다. 그러하오나 주여! 하염없는 참회의 눈물을 머금은 채 우리와 한결같은 소망은 저 맑고 푸른 하늘 높이 당신 어전에까지 날으고 싶사옵니다. 하오니 주여! 당신의 무한하신 자비로 우리의 모든 죄를 용서하시옵소서.”(김수환 추기경 ‘평화를 위한 기도’)

 


갈등 공화국?

 

지난 10월 13일 미국 워싱턴 ‘퓨 리서치 센터’는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17개국을 대상으로 ‘다양성과 분열’(Diversity and Division in Advanced Economies)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주목할 만한 것은 한국은 갈등이 많고 특히 정치적 견해나 지지 정당의 차이로 갈등이 가장 높았다는 부분입니다.(90%가 갈등이 높다고 응답) 미국이 한국과 비슷하며, 2위 그룹인 대만과 프랑스 등은 65% 정도, 스웨덴과 싱가포르는 각각 35%, 33%입니다.

 

그밖에 한국은 종교의 차이로 인한 갈등과 도시와 농촌 간 갈등도 높았으며 코로나19로 인해 사회가 점차 분열될 것으로 응답한 비율이 무려 92%입니다. 이 보고서는 한국은 정치를 포함해 민족과 인종, 도농과 거주지(부동산) 영역에서 매우 분열된 국가라고 언급합니다. 지난 여름 OECD 회원국 중 한국의 갈등지수는 3위로 발표됐고 전문가들은 한국이 갈등 공화국이라고까지 분석합니다. 연평균 고소고발 건수 50만회, 아득해져 버린 소득격차와 높은 노인빈곤율, 수많은 사회 갈등과 정치권을 둘러싼 격한 대립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섞이지 않는 용광로

 

한국의 사회갈등은 복합적인 원인들이 누적된 결과라고 봐야 하겠으나 몇 가지를 꼽는다면, 단기간의 고도 압축성장, 사회의 급격한 변화, 세대 간 가치관의 현격한 차이, 상호소통 및 이해의 절대적 부족과 가족 공동체의 붕괴 등입니다. 오늘날 한국사회는 6·25전쟁 세대부터 MZ세대(1980~2004년 생)가 섞이지 않는 용광로처럼 소통하지 못하고 신뢰와 따스함 없이 살아갑니다.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막대한 사회적 손실과 국민들의 피로감이 쌓이고 긴장도 동시에 높아질 것입니다. 자살률, 노인빈곤, 이제는 3포·4포·5포가 아닌 N포라는 청년의 현실, 국가소멸을 걱정해야 할지도 모를 출산율까지, 그 위험은 이제 평범한 소시민들의 삶을 턱밑까지 위협합니다.

 

물론 어느 사회나 갈등이나 문제가 있고, 행복한 사회는 어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어려움을 잘 이겨낼 역량을 갖춘 성숙한 사회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렇다면 이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제도적 보완과 개선도 필요하나 무엇보다 포용과 관용, 사랑과 나눔이라는 복음적 가치의 회복입니다.

 

 

복음적 가치의 회복만이

 

올해도 대림 시기가 찾아왔고 그리스도의 오심을 기다립니다. 전승에 의하면 로마에서 박해가 두려워 달아나던 베드로 사도가 마주오던 예수님을 만났고, “어디로 가시나이까 주여?”라고 물었다지요? 주님은 “네가 버린 십자가를 내가 지러 간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늘날도 다르지 않다고 여겨집니다. 어느 순간 장식이 돼 버린 성물들, 기도와 영성, 복음이 아닌 무분별한 욕심, 돈에 대한 사랑, 성공과 번영에 대한 집착, 이웃에 대한 무관심은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 하루에도 수천, 수만 번씩 주님을 십자가에 못박히게 합니다.

 

정치와 사회의 한계도 있겠지만 사랑과 나눔, 용서와 화해를 거부하는 우리 모습은 어찌 해야 합니까? 나에게 잘하는 사람에게만 잘하려는 유혹과 겉으로는 아닌 척 하지만 하느님보다 돈을 찾는 속마음은 또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저 역시 부족한 신앙인으로서 우리 곁에 오시는 주님께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가톨릭 사회교리는, 참평화는 용기 있는 반성과 참회로 깨끗해진 마음을 통해 가능하며 그것이 사회변화의 시작이자 하느님 나라를 이 땅에 실현하는 길이라 가르칩니다.(「간추린 사회교리」 517항 참조) 대림 시기 나 자신을 살피며 진정 참회하는 시기가 되도록 합시다.

 

“지상의 평화는 모든 시대의 인류가 깊이 갈망하는 것으로서 하느님께서 설정하신 질서를 충분히 존중할 때에 비로소 회복될 수 있고 견고해진다.”(성 요한 23세 교황 회칙 「지상의 평화」 1항)

 

[가톨릭신문, 2021년 11월 28일, 이주형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성서못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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